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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고래 May 28. 2020

수업, 그리고 교사와 학생

 훌륭한 능력을 갖춘 교사라도 수업을 듣는 학생이 없다면 수업으로써의 가치를 잃고, 똑똑한 학생도 수업 없이는 높은 단계의 지식을 쌓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따라서 교사와 학생은 수업을 이루는 대등한 두 축이라고 볼 수 있다. 교사는 자신이 수업에서 어떤 존재이며,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제대로 자각하고 있어야한다. 또한 교사가 학생을 수업의 주체자로 인식하는지 아니면 수동적인 수용자로 인식하는지에 따라 수업의 질이 달라지기 때문에 학생의 존재도 바르게 인식해야 한다



 먼저, 교사는 수업에 관해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어야 하는 사람이다. 수업 목표, 학습 활동, 순서, 수행 방법에 대해 철저하게 준비해야 수업이 원활하게 진행되고 의도한 교육적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 알고 있다는 생각이 함부로 자만심으로 이어지면 안 된다. 수업에 대해 완벽하게 알고 있다고 해도 교사가 놓치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교사가 수업 내용 자체에 대한 이해도는 높을지 몰라도 학생의 흥미나 수행정도에 대해서는 모를 수 있다. 흥미 유발과 수업목표 달성정도는 가르치는 내용만큼, 때로는 그보다 더 중요하다. 따라서 ‘수업에 대한 준비도 잘 되어있고, 수업도 꼼꼼하게 숙지했으니 이 수업에 관해서 이 이상 완벽할 수 없다.’ 라는 생각보다는 자신이 모르고 지나간 부분이 있는지, 더 좋게 바꿀 수 있는 부분이 없는지 계속 고민해야 한다. 


 교사는 또한 궁금증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단, 답을 단번에 알려주기보다는 궁금증이 배움의 즐거움과 호기심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학생과 함께 답을 찾아나가야 한다. 특수교육대상 학생의 경우 스스로 무언가를 하는 기회 보다는 누군가 해주는 경우가 더 많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고, 이를 주도적으로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직접적으로 답을 제공하는 것보다 교사 입장에서 편한 것은 없을 것이다. 언제까지나 교사의 도움을 받으며 살 수 없음을 알고 있음에도 이를 극복하기 위한 훈련이 수업에서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학생이 자주적인 삶을 살아나가는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교사는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학생이 궁금증을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적절한 촉진을 제공하고, 알맞은 해결 과정을 안내하는 방향으로 도움을 주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학생은 수업을 함께 만들어가는 동반자이다. 좋은 수업이 되려면 학생은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받는 위치가 아니라 교사와 적극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대등한 위치에 있어야 한다. 앞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교사가 놓치고 넘어가는 부분이 학생의 적극적인 참여로 보충될 수 도 있고, 학생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얻은 피드백을 바탕으로 교사가 수업에 긍정적인 변화를 더해줄 수 도 있기 때문이다. 특수교육대상 학생의 경우, 동반자로서 역할을 잘 해낼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이 생길 수 도 있다. 물론 쉽지는 않지만 특수교육대상 학생이라고 해서 교사와 상호작용을 못할 것이라는 생각은 편견이다. 그들도 자신의 의사를 나름의 방법으로 수업시간에 표현하고, 교사의 발문에 반응한다. 좋아하는 활동에 유독 집중한다거나 흥미로운 주제에 더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거나 큰 소리를 냄으로써 소통하면 교사는 이를 알아채고 그에 맞게 수업을 이끌어가야 할 것이다.


 교사와 학생이 없다면 수업 자체는 성립될 수 없으며, 나아가 좋은 수업은 교사와 학생의 긴밀한 협력 없이는 만들어질 수 없다. 따라서 좋은 수업을 만들기 위해서 교사는 자신의 본분과 역할을 유념하고 학생을 존중해야 할 것이다. (2017.11.?)      



 코로나19로 인한 개학 연기와 온라인 개학 때문에 그동안 많은 선생님들께서 수업다운 수업을 진행하기가 무척 어려우셨을 듯 하다. 나 또한 이러한 상황을 계기로 선생님과 학생들이 한 공간에 모여서 진행되었던 평소의 수업이 당연하지 않은, 굉장히 많은 조건들이 뒷받침되어야 할 수 있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온라인 수업을 통해서도 교사와 학생이 상호작용하며 수업을 함께 이끌어 나갈 수 있는 많은 방법이 있지만, 갑작스러운 바이러스의 전파로 인해 충분한 준비가 마련되지 않은 채 시작하게 되었으므로 모든 과정이 난항이었을 것이다.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수업을 진행하기 위해 애쓰셨을 선생님들과 학업에 열중했을 모든 학생들(특히 고3 수험생ㅠㅠ)께 박수를 보내드리고 싶다. 


 한편으로는 이번 기회를 통해서 적지 않은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여건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필수적으로 갖춰야 하는 수업의 조건은 무엇인지, 급변한 환경에서 기존의 수업을 이어나가기 위해 각자 위치에서 어떻게 노력해야 하는지, 무엇보다 선생님과 학생들이 한 자리에서 즉각적으로 소통하며 수업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기회였는지 깨달으셨을 것 같다. 곧 교육현장에 뛰어들게 될 (그랬음 좋겠네!) 예비 교사로서 나도 이번 기회에 위의 문제에 대해서 깊게 고민하고, 내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찾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공부해야 할 것 같다. 점점 더 빠르게 변화하는 흐름 속에서 이에 맞게 대처하고 준비하기가 여간 쉽지 않은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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