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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올림단상

‘스.트.레.스’

얼음정수기 필터교체 서비스 받다가…

by 최올림

바야흐로 구독 전성시대.

예전 ‘렌털’이란 이름으로 정수기, 안마의자 등이 대표적인 서비스지 않았나 싶습니다.

어제 아침이었어요. 얼음정수기 필터를 교체해주로 오신다고 약속하고 기다리던 때였죠.

바로바로 소통하기 힘든 직업을 갖고 있는 와이프 대신 정확한 시간 등을 어렌지하고, 처리하는 것들은 가사 분담의 일환이자 제 몫이지요.

‘앗, 오늘도 다른 분이 오셨네~ 그새 담당했던 분이 그만두신걸까? 아님 주말이니 시간이 안맞았나…’

마음 속으로 밀려오는 의문의 파도를 잠시 멈춘채 제 또래보다 조금 덜 되보이는 여사님을 맞이했습니다. (약간 새로운 분이 오면 불안합니다. 전 익숙험에 편안함을 느끼는 종족이거든요~)

그런데 이거 참 ㅠㅠ 전날까지도 멀쩡히 물 잘나오고 얼음도 빵빵했던 든든한 이 녀석이 물배출도 안되거니와 그냥 시동꺼진 자동차처럼 멈춰버렸습니다.

연신 그 분은 땀을 흘리시고, 어딘가 전화도 하시며 뚝딱뚝딱 재조립도 나섰지만 소용 없었지요.

“혹시 물이 안나오는거 봐서 벨브가 잠긴 게 아닐까요? 그저 필터 교체했을 뿐인데 왜 멀쩡하던 정수기가 작동이 안될까요~ 제가 전문가도 아니고 기계치라 뭐라 말씀 드리긴 뭐하지만 넘 당황스럽네요“

다른 구독 서비스였다면, 다른 가전제품이었다면 짜증은 났어도 참으면서 as 접수를 했을텐데 이건 ’물‘이잖아요..안 마시면 안되는 가장 기본중의 기본인 것.

평온하던 주말 아침이 다 꼬였습니다. 심기는 거칠어졌고 친절로 중무장한 그 분이 그저 밉고 원망스럽기까지 하더라구요

”제가 물 좀 사드리고 가고 차주 초 바로 조치될 수 있게 할께요 ㅠㅠㅠㅠㅠ 죄송합니다“ 라고 하시는데 정말 화를 낼 수도 없고 화낸다고 뭐 당장 달라질꺼도 아닌 상황이니 더욱 답답했습니다 (물론 사주신다는 물도 그게 어디 목구멍으로 넘어가겠습니까? 그냥 됐다고 하고 돌려 보내드렸지요)

혹시나 하는 맘에 가시고 난 후 싱크대 밑 세로로 위치된 벨브르 가로로 돌렸습니다.

이거 참, 예전 티비 안나오면 한 대 쥐어박으면 그 주름살 지지직이 사라지면 선명해진 그 순간들 기억하시죠?

정수는 물론 온수, 냉수, 얼음까지 완벽했습니다.타고난 오지랖이라 그 착한 분께서 행여 맘졸이고 계실까 안심콜도 해드리고 다시 전열을 정비한 주말 오전이었지요.

‘스.트.레.스’는 정말 작건 크건 그 사이즈를 떠나 그냥 받으면 힘들고 온갖 신경이 곤두선 채 그 생각만 나게 만드니 만병의 근원이 맞아 보입니다.

2시간여 인상 쓰던 제 얼굴도 이내 다시 다림질 마친 백색 와이셔츠처럼 빳빳히 펴졌고 일상의 오후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약간의 긴장감 부여는 좋다고 하나 스트레스는 싫어요! 받고 싶지 않습니다!!

남은 주말 잘 마무리 하고 계시지요? 스트less한 오후 보내시며 차주 또 달려보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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