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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20주년 도쿄 여행기…힐튼 도쿄 오다이바 3박4일

사랑, 시련, 그리고 희망의 이야기

by 최올림

<사랑, 시련, 그리고 희망 – 결혼 20주년 도쿄 여행기…회복과 재출발, 힐튼 오다이바에서 보낸 3박 4일>


결혼 20주년을 맞아, 그리고 다시 마음을 다잡기 위해 아내가 큰 결심을 하고 여행을 예약했습니다.


“내년이면 수능 보는 큰애 때문에 이제는 어디 나가기도 어려울 텐데, 지금 아니면 못 갈 것 같아…”


그리고는 제게 이렇게 말했죠.


“20주년은 내가 준비하고 케어했으니까, 오빠는 30주년에 나 정말 행복하게 해줘야 해. 알았지?”


그 말을 듣는 순간 목이 살짝 메었습니다.

사는 게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던 시기였고, 자의든 타의든 여러 가지 일들이 겹쳐 뭐 하나 해줄 엄두가 나지 않던 때였거든요.


그래서 전 약간은 농담처럼, 또 상황을 너무 무겁게 만들지 않으려고 이렇게 답했습니다.


“25주년엔 내가 진짜 잘해줄게요… 미안하고… 사랑합니다…”


그렇게 시간이 조금 흘렀습니다.


그런데 정말 하늘이 더 시험하려는 건지, 최근 정기 건강검진에서 아내가 개복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다행히 치료를 통해 더 건강해지기 위한 과정이긴 했지만, 배를 연다는 건 결코 쉬운 결정은 아니었죠.


수술 후 회복 중이던 어느 날, 주치의로부터 “멀리 돌아다니지만 않는다면, 호텔에서 쉬는 정도는 괜찮다”는 소견을 듣고 우리 부부는 망설이다가, 이미 취소하기도 늦은 일정이기에 이번 여행을 감행하기로 했습니다.


아이들도 말로는 표현하지 않았지만, 막상 간다고 하니 눈에 띄게 좋아했고, 3박 4일 동안 정말 말 그대로 ‘휴식’이 무엇인지 느끼게 해준 시간이었습니다.


그동안 차곡차곡 쌓은 마일리지를 사용해, 아직 오래 앉아 있기 힘든 아내를 위해 비즈니스석(프레스티지석)으로 예매했고,


관광보다는 휴식이 목적이었기에 늘 이용하던 여행사 ‘패키지’ 대신 ‘자유여행’을 선택했습니다.


사실 저는 계획 세우고 일정 짜는 걸 잘 못하는 스타일이라 걱정했지만, 가족과 함께였기에 어떻게든 잘 해낼 수 있었죠.


호텔은 아내가 며칠 동안 비교하고 고민해서 선택한 ‘힐튼 도쿄 오다이바 – 이그제큐티브 타입’.

실내에서 머무는 시간이 많을 예정이었기에, 전망 좋고 식사 제공이 잘 되는 곳을 원했죠.


이 타입은 조식, 애프터눈 티, 칵테일 타임까지 하루 3번 라운지를 이용할 수 있어 가성비도 훌륭했습니다. (*청소도 매일 해줬고 어메니티도 매일 리필, 생수도 하루에 두 병씩…다만 미니바 제공이 없던 점은 아쉽)


결과는 정말 대만족!

솔직히 말해 삼시세끼 호텔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될 만큼 훌륭했습니다.


그래도 ‘해외까지 왔는데 쇼핑 한 번쯤은 하자’ 싶어 고민하던 중, 이그제큐티브 타입에는 15km 이내 1시간 한정 택시 무료 이용(편도) 혜택이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왕복이 아니란 점은 아쉬웠지만… 그래도 어디예요! ㅎㅎ)


룸 안 소파에 앉아 창밖 레인보우 브릿지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했고, 인근 아쿠아시티몰, 다이버시티몰에서 먹은 덮밥, 라멘, 돈가스, 그리고 시부야와 긴자에서의 초밥까지 모두 만족스러웠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브랜드에 크게 관심이 없었는데, 가족들은 일본 브랜드 ‘베이프’, ‘꼼데가르송’ 등에서 쇼핑하며 무척 즐거워했습니다.


아! 일본에 왔으니 X-Japan LP판을 꼭 사고 싶었는데, 어렵게 찾은 LP숍엔 없더군요.


그래서 아쉬운 마음에 마이클 잭슨 앨범 하나로 위로했습니다. ㅎㅎ


모두가 추천한 ‘돈키호테’는 솔직히 제 스타일은 아니었어요. 한국의 다이소를 층별로 크게 확장해놓은 느낌? 상품 구성, 인파, 규모에 압도당했지만 놀라움만큼은 컸습니다. (나는야 촌놈!)


그렇게 3박 4일을 보내고 이제 곧 귀국을 앞두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가족이 최고’라는 너무나 평범하지만 가장 중요한 진리를 다시금 되새기게 되었고, 주변에 저를 아끼고 지지해 주는 이들이 넘치고 또 넘친다는 걸 새삼 깨달았습니다.


시련은 결국 버티고 이겨내면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자신감을 되찾게 된 것도, 이 여행의 가장 큰 선물이었습니다.


이제 곧 새로운 일을 시작할 것 같습니다.

조금 더 지켜봐 주시고, 따뜻한 응원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25년 7월 29일

도쿄 힐튼 오다이바 호텔

룸 책상 위에서

블루투스 키보드를 두드리며

최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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