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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의 하루

중국집과 빵집, 경암동 철길마을, 새만금 방조제길

by 봄날의 소풍

변산반도 여행이 목적이라 군산은 잠시 들러가는 길이었다. 군산은 전라북도에 위치해 있으며 전주, 익산 다음으로 큰 도시다. 군산시는 일제강점기 개항장으로 서해안의 큰 공업 도시였다. 당시 호남평야의 쌀을 수탈하기 위해 일본인들이 들어와 살면서 성장한 도시이다. 1876년 강화도 조약 후, 일본은 부산, 원산, 인천을 개항시켰고 아관파천 후 러시아 독주를 막기 위해 목포, 진남포, 군산을 추가 개항시켰다.

채만식의 소설'탁류'는 이 시기 쌀이 모여든 군산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군산에는 일본식 절 동국사, 적산 가옥, 근현대사 박물관, 일본식 주택 히로쓰 가옥, 경암동 철길 등 역사적 유적지들이 남아있다.

군산은 짬뽕이 유명한데 일제강점기 군산에 중국인들이 일하러 모여들면서 주변에서 나는 해산물로 중국 식당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한국 최고의 중국집인 '빈해원'도 이곳에 있는데 시각을 맞추어 가야 한다. 5시부터 6시 반까지 브레이크 타임이라고 쓰여 있어서 4시 20분쯤 줄을 섰는데 이미 마감되어 6시에 오라고 한다. 짬뽕 거리라고 특화되었는데 대부분 4시가 되면 재료가 소진된다. 물짜장과 해물짬뽕을 못 먹는다고 생각하니 더 허기가 졌다. 소문만 듣던 이성당을 걸어간다. 빵을 쉽게 살 수 있다고 생각한 건 큰 착각이었다.

이성당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으로 알려져 있다. 나무위키에 따르면 1906년 히로세 야스타로가 '이즈모야'라는 영업을 시작한 것이 시초라고 한다.'이 씨 성을 가진 사람이 운영하는 빵집'이라는 뜻으로 광복 이후 이즈모야 가문이 있던 자리에 홋카이도 광산으로 일하러 간 이석우 씨 가족이 과자 공장을 차리면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줄은 대전의 성심당을 방불케 할 만큼 길어서 엄두를 낼 수가 없다. 언젠간 가봐야겠다. 단팥빵과 야채빵이 유명하다고 한다. 차선책으로 로컬 맛집인 영국빵집에서 보리 단팥빵과 야채빵, 흰 찰쌀보리빵을 사들고 다음 장소로 떠난다.

*경암동 철길마을-1944년 군산시 경암동에 페이퍼 코리아 공장과 군산역을 연결하는 2.5km의 철로 주변마을이다. 교복 입고 1960년대 문화 체험하기가 있다. 달고나, 쫀득이를 연탄불에 해 먹고 여러 가지 레트로 감성을 느낄 수 있는데 연휴가 그런지 사람들이 파도처럼 몰려들어 앞으로 가지도 뒤로 가지로 못하는 인산인해로 피로감이 컸다. 빈해원 대신 경암경찰서 뒤에 있는 일반 중국집에서 밥을 먹었다. 일요일 오후, 햇살이 나른한 군산의 한적한 동네 걷기가 무척 좋은 하루였다. 이윽고 가는 곳은 새만금 방조제길이다.'새만금개발청'의 기록에 따르면 여기는 1986년에 생겨난 금만평야에 새로 생긴 땅이라고 하여 이름을 바꾸어 새만금이라고 하였다. 1991년 11월에 공사가 시작되어 19년 만인 2010년에 완공되었고 세계기네스월드레코드에 등재되어 세계최장의 방조제가 되어있다. 중국에는 만리장성이, 한국에는 바다의 만리장성인 새만금방조제가 있다고 한다. 부안군 대항리에서 군산시 비응도를 잇는 33.9km의 초대형 둑길이다. 행운인 것은 일몰시각에 지나가게 되면서 멋진 낙조를 감상할 수 있었다.


항상 느끼지만 여행은 여러 매력이 있다. 내가 다 계획한 대로 여행이 이루어지면 매력이 없다. 때론 아쉬움도, 때론 뜻밖의 행운도 주는 것이 여행의 묘미다. 또 한 가지는 여행은 종착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낯선 곳을 유랑하는 것도 좋으나 결국엔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이 여행이란 즐거움에 안식을 준다. 늘 익숙하던 강원도를 벗어나 조금은 낯선 군산에서의 하루는 역사와 산업의 현장을 오감으로 느끼는 짧지만 소중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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