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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gos Brunch Jul 01. 2015

정도전의 정치철학

KBS 드라마 ‘정도전’을 보았다.
500년 조선 역사에서 만고의 역적으로 불리던 정도전을 재조명한 드라마다. 
사실 정도전(1342-1398)의 정치 철학은 3백년 후 영국 계몽사상가 홉스(Thomas Hobbes, 1588-1679)에게서 나타난다. 


정도전은 권력의 기원을 일종의 계약설로 보았다. 

통치자가 백성으로부터 세금을 거두었다면, 그 대가로 백성들을 잘 보살펴야 한다. 
나라는 지혜롭고 덕이 있는 재상이 다스리고, 임금은 그러한 재상을 뽑아야 한다. 
마치 입헌군주제를 보는 듯하다. 
그는 지혜로운 학자들이 다스리는 문민정치를 꿈꾸었다. 
정말 시대를 앞서간 대단한 학자다. 
이런 사람을 대원군이 복권시킬 때까지 역적으로 몰았으니 조선이란 나라도 참으로 불쌍하다. 

사실 정도전이란 인물은 역적으로 몰았지만 유학자들은 정도전의 정치철학을 구현하려고 애썼다. 

그렇지만, 정도전의 정치철학에는 몇가지 한계가 있다. 
첫째 지혜로운 재상을 뽑는 사람은 임금이다. 
현명한 왕이라면 문제가 안되겠지만, 어리석은 임금이 어찌 지혜로운 재상을 뽑을 수 있을까?
정도전은 바로 그 부분을 생각하지 못했다. 

둘째 정치 권력을 잡은 재상들이 일을 지혜롭게 처리하지 못하고 개인적인 편견에 사로잡히는 경우다.
조선 후기 문신인 엄숙(1716-1786)은 이런 시를 지었다. 
“태평성대라 군자가 많은 것은 잘 알겠으나, 
선비와 현자가 모두 명가에서 나오다니 
너무 괴이하다.”

인재를 등용할 때 오직 지혜와 재능만 보고 뽑아야 하는데, 가문과 학벌, 지연을 보고 뽑는 폐단을 지적한 것이다. 
아무리 현자라 할지라도 팔은 안으로 굽는 법이다. 
인간의 편견은 이와같이 이상적인 정치 철학을 제대로 구현해 내는데 명백한 한계를 가지고 있다. 


오늘날 민주제도가 가장 좋은 제도라고 자랑하지만, 그 제도가 가지는 한계가 분명히 존재한다. 

토마스 모어가 말하는 유토피아, 정도전이 말하던 문민 정치, 오늘날의 민주 정치 

모두가 나름대로 한계가 있음을 인식한다면 조금은 겸손해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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