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곡 이이와 성호 이익의 시각차이
일본을 다녀온 통신사 일행은 일본이 심상치 않다고 하였다.
율곡 이이는 선조 임금을 찾아가서 말하였다.
“나라가 오랫동안 태평하다 보니 군대와 식량이 모두 준비되어 있지 않아, 오랑캐가 변경을 소란하게만 하여도 온 나라가 술렁입니다. 지금대로라면 큰 적이 침범해 왔을 때 어떤 지혜로도 당해 낼 수 없을 것입니다.” (선조실록 중에서)
외적의 침략에 대비하기 위하여 십만 군사를 양성하자는 청을 하였다.
후대 역사학자들은 이이의 선견지명에 감탄하면서 그의 충언을 듣지 않았던 선조를 탓하였다.
그러나 성호 이익의 생각은 좀 달랐다.
십만 양병설 자체가 나쁜 생각은 아닐는지 모르지만, 정작 십만 군대를 양성하고 유지하려면, 그 비용이 얼마인지 계산해 보았느냐 하는 것이다.
지금 백성들의 삶을 조금이라도 살펴본다면, 그런 말을 할 수 있겠느냐?
성호 이익의 말을 살펴보자.
“지금 백성의 기름을 짜고 거죽을 긁어내며 노약자의 시신이 골짜기와 도랑에 나뒹굴고 장정들은 사방으로 흩어지는 것을 내 눈으로 보고 있으니, 마음이 너무나도 아프고 슬프다. 어떻게 하여 10만 명의 군사를 얻는다 해도 아마도 무용한 것이 될 것만 같다.
이런 상황으로는 다만 천년만년 난리가 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만약 난리가 나면 반드시 패배할 것이다. 하지만 평시에 군사와 백성을 사랑하여 기르면, 비록 10만 명은 아닐지라도 외침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성호의 인사문 13권, 미리 군사를 기르는 방법에서)
성호의 말은 간단하다.
지금 백성들이 굶주림에 죽어가고 있는데 10만의 군대를 어찌 양성할 수 있겠느냐 하는 것이다.
진정 국민을 사랑하고 아껴서 저들의 삶을 윤택하게 하여야 군사를 기를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설령 10만의 군사가 없어도 건장한 장정들은 유사시 자기 땅을 지키기 위하여 일어날 것이기에 난리가 나도 문제가 없을 것이다.
황희 정승이 이 말을 들으면 이 말이 옳고, 저 말을 들으면 저 말이 옳다고 하였는데...
율곡 이이의 말만 들을 때는 그 말이 너무나 옳다고 생각하였는데
성호 이익의 말을 들으니 '아! 다르게 생각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둘의 생각이 다르지만, 한 시대에 태어나 마음 문을 열고 대화하면 둘 사이에 얼마든지 타협점이 만들어 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민주주의란 서로 다름을 전제로 하고서 대화가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정치제도이다.
내 생각만 옳다고 주장한다면, 어찌 대화가 가능할까?
그런데 오늘날 우리 사회는 독선만 있지 소통이 부재한 사회로 변모해 가는 것이 아닐까 몹시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