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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gos Brunch Nov 02. 2022

경쟁

아빠! 드디어 언니를 이겼어.

같은 학교에 다니는 두 딸이 교내 체육대회에서 오래달리기를 했습니다.

고등학교 3학년 딸과 1학년 딸이 참가했습니다.

늘 언니에게 뒤처지던 둘째였습니다.

학교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첫째 때문에 둘째는 언제나 그늘 속에 있어야 했습니다.

드디어 달리기를 시작했습니다.

언니도 열심히 달리긴 했지만, 이미 대학 입학을 앞두었기에 별 관심이 없었습니다.

둘째는 오직 언니만 보고 달렸습니다.

언니보다 키도 작고 힘도 적은 둘째였지만, 이를 악물었습니다.

그리고 결승선을 앞에 두고 젖먹는 힘을 내 뛰었습니다.

마침내 언니를 이겼습니다.

처음이었습니다.


집에 돌아온 둘째는 큰 소리로 말했습니다.

“내가 언니를 이겼다.”

나는 물었습니다.

“몇 등이었어.”

“몰라! 몰라! 언니를 이겼다니까.”

둘째를 뒤따라 들어온 첫째는 그게 뭐 큰일이냐 시큰둥한 표정이었습니다.

언니에게 물었습니다.

“넌 몇 등했니.”

“응 나 8등 했어. 둘째는 5등 했고”

그제야 나의 궁금함이 풀렸습니다.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는 경쟁보다는 아이가 가지는 특별함에 더 관심을 두는 학교였습니다.


미술 전시를 해도 가작, 우수상, 최우수상이란 표시를 붙이지 않았습니다.

그냥 아이의 작품으로 봐달라는 선생님의 부탁이 있었습니다.

그래도 우리 집 두 아이는 날마다 경쟁하였습니다.

말싸움 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그렇게 중고등학교 시절을 지냈습니다.

언니가 캐나다로 떠난 후 둘째는 경쟁상대를 잃은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둘째 졸업식 때 둘째는 또 말했습니다.

“아빠 내가 언니의 평점을 드디어 뛰어넘었어.”

학교에서 최고 성적을 거둔 둘째는 스페인, 이탈리아, 독일, 캐나다를 거치면서 공부를 계속했습니다.

지금은 캐나다에서 영문학 박사과정을 하는 중입니다.

이제 누구와 경쟁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언니는 단 한 번도 동생을 경쟁상대로 생각하지 않았는데 말입니다.

일찍이 캐나다에 정착한 첫째는 경제적으로 안정되어 둘째를 적극 지원하고 있습니다.

동부에 있는 둘째를 서부로 초대하여 함께 여행하고 노는 모습이 정말 사랑스럽습니다.

경쟁은 성장하게 하지만, 경쟁하지 않으면 상대방을 마음에 품을 수 있습니다.

하나님은 우리와 경쟁하지 않습니다.

경쟁하지 않기에 비교하지 않습니다.

경쟁하지 않기에 마음을 온전히 줄 수 있습니다.

사도 바울은 빌립보 교인들에게 예수의 마음을 가지라고 권면하였습니다.

그리고 예수의 마음을 가진 자로서 빌립보 교인들을 어떻게 사랑하는지 말했습니다.

“내가 예수 그리스도의 심장으로 너희 무리를 어떻게 사모하는지 하나님이 내 증인이시니라”(빌1:8)

현역에서 물러나, 모든 것을 내려놓으니. 제게도 경쟁심이 사라졌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예수의 마음, 예수의 심장을 갖기엔 많이 부족합니다.

기도하며서 주의 마음을 가지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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