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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gos Brunch Nov 17. 2022

아버지

나의 아버지는 엄하셨다.

어렸을 때부터 기억을 더듬어 보아도

아버지와 다정하게 이야기하고, 놀던 기억이 거의 없다.

아버지는 주로 말하였고, 나는 들었다.

아버지는 교훈하였고, 나는 듣는 척하였다.

때로 잘못했을 때는 엄하게 야단치고 매를 대셨다.

아버지가 치매에 걸리셨을 때도 아버지 곁에 다가가기 쉽지 않았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아버지는 나를 사랑하셨다.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이 서툴렀을 뿐,

나의 장래, 나의 삶, 나의 계획에 깊은 관심을 두셨다.

이 세상 그 누구보다 내가 잘 되기를 간절히 소망하셨다.

아버지의 기도 제목에 나는 빠진 적이 없었다.

사랑하지만

사랑을 표현하는 법을 모르고

사랑을 받아들이는 법을 모르는 게 사람이다.


예수님은 아버지를 어떻게 생각하셨을까?

구약의 하나님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진노하는 하나님, 엄격한 하나님, 심판하는 하나님을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하나님과 언제나 동행하며

하나님과 대화하기를 즐겼던 예수님은

하나님과 사랑을 주고받을 줄 알았다.

세상 그 누구보다 사랑이 충만하신 분이신 줄 확실히 알았다.

때로 이해할 수 없는 고난이 다가오더라도

도저히 마시고 싶지 않은 잔을 마셔야 할 때도

‘아바 아버지!’를 부르실 때

예수님에게 원망이나 오해나 불평은 없었다.

아버지의 사랑을 확신하였기에

아들 주님은 기꺼이 십자가의 길을 걸으셨다.


육신의 아버지와도 소통이 어려웠던 나는

지금 하늘의 아버지와 소통하고 이해하고 사랑하기 위해

예수님과 하나님 아버지의 관계를 묵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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