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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gos Brunch Sep 07. 2023

호세아와 고멜

음행한 아내 고멜을 다시 아내로 받아들인 호세아의 명예는 훼손되고 수치스러운 상태인가요? Joshua Moon은 고대 그리스 로마의 명예와 수치 개념을 사용하여 호세아의 명예가 더럽혀졌다고 해석하였습니다(Moon, pp.335-351). 이에 대하여 퀸즈 대학교 구약학 교수이며, 틴델 주석 소선지서를 쓴 하지예프(Tchavdar S. Hadjiev)교수는 반박 논문 ‘고대 이스라엘과 호세아서에 나타난 간음, 수치심, 성적 오염’(Adultery, Shame, and Sexual Pollution in Ancient Israel and in Hosea: A Response to Joshua Moon)을 썼습니다. 조슈아 문에 따르면 고대 사회에서 여성의 부정한 성행위는 가문에 불명예를 주었습니다. 하나님은 호세아에게 음란하여 음행한 아내 고멜을 받아들이라고 함으로써 공개적인 수치와 굴욕을 당하게 했다고 하였습니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 하나님께서 우상숭배라는 영적 간음을 한 하나님의 백성을 사랑하는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고 했습니다.

 

하지예프 교수는 이러한 해석에 몇 가지 의문점을 가졌습니다. 

첫째 고대 그리스 로마 세계에서 통용되던 명예와 수치심 개념이 고대 이스라엘 사회에도 적용되었는가?

둘째 아내의 음행이 남편에게 불명예와 수치가 된다면, 이스라엘의 영적 간음으로 하나님도 불명예와 수치를 당하는가?

결론적으로 하나님의 명예는 무엇인가?


고대 사회에서 여성의 성은 여성의 전유물이 아니라 그녀의 남편이나 아버지의 권한 아래 있었습니다.  고대 지중해 사회에서 남성의 명예는 남자다움과 연결되고, 여성의 명예는 수치심과 성적 정숙함과 연결되었습니다. 남편의 남자다움은 자신의 명예가 달려있는 아내의 명예를 지키는 데 있습니다. 아내의 간음은 남편의 의무에 실패했다는 뜻이고, 그러므로 그의 남자다움은 더럽혀졌습니다. 여자를 통제하지 못한 남자는 진정한 남자로 간주될 수 없고 결과적으로 남자의 명예도 없습니다. 


이러한 지중해의 사고방식이 고대 이스라엘 사회에도 통용된 것처럼 보이는 증거가 있습니다.  신명기 22:19에서 아내의 처녀성을 고의로 의심했던 남편은 장인에게 은 일백세겔을 주어야 하지만, 만일 아내의 처녀성에 문제가 있음이 드러나면 아내를 돌로 쳐죽였습니다(신22:24). 이는 고대 이스라엘 사회에서 여성의 정절은 곧 가문의 명예와 연관됨을 보여줍니다. 레위기 21장 9절에서도 “어떤 제사장의 딸이든지 행음하여 자신을 속되게 하면 그의 아버지를 속되게” 한다고 하였습니다.  이 구절들은 모두 아버지와 딸의 관계에서 정절 문제를 다루었습니다. 


호세아와 고멜 사건은 부부간의 문제입니다. 이스라엘 사회는 아내의 음행이 남편에게 불명예와 수치를 준다고 생각했을까요? 물론 고대 이스라엘 사회에서 간음은 수치심을 가져다 주었지만, 그 수치심은 남편이 아니라 여자와 그녀의 연인에게 있습니다. 고대 이스라엘 사람들이 아내의 간통으로 남편의 남성성이 약화되고 명예가 훼손되었다고 믿은 증거는 없습니다. 이스라엘 사회에서 아내의 음행은 남편보다는 공동체의 안녕을 해친다고 보았습니다. 신명기 22장에서 아내의 음행을 다룰 때, 남편을 거론하지 않고 ‘너희(공동체)”를 거론합니다. 

“너희 가운데서 악을 제거하라’(신22:21,22,24).

간음은 간음에 연류된 사람들과 그들이 사는 공동체와 땅을 더럽히고 결과적으로 파멸을 가져온다고 믿었습니다. 그러므로 음행은 가정 안의 문제가 아니라 공동체의 문제로 공동체가 공동으로 대응했습니다.  이러한 생각은 호세아의 텍스트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호세아서에서 고멜의 음행 사건은 영적 간음(우상숭배)을 한 이스라엘과 하나님의 관계를 상징합니다. 이스라엘은 주변 이방의 온갖 우상을 섬기므로 몸과 마음이 더럽혀졌고, 하나님께서 주신 약속의 땅을 더럽혔습니다. 이제 이스라엘은 하나님과의 관계가 완전히 망가져 다시는 하나님께로 돌아올 수 없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남은 것은 재앙이요 파멸 뿐입니다. 


호세아서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스라엘(고멜)이 다시 돌아올 수 있느냐’입니다. 호세아서에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호세아나 하나님의 명예가 더럽혀졌느냐가 아니라, 음행한 고멜과 이스라엘이 다시 돌아와 회복될 가능성이 있느냐’입니다. 고멜이 음행했다고 해서 호세아의 명예가 더럽혀진 것이 아닌 것처럼, 이스라엘이 우상숭배했다고 하나님의 명예가 더럽혀진 것이 아닙니다. 


미래의 일이지만, 결국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으로 이스라엘은 돌아옵니다(호2:14-23). 그들은  ‘살아계신 하나님의 자녀(호1:10)가 되고 여호와를 ‘나의 남편(호2:16)과 ‘나의 하나님(호2:23)이라 부르며, 하나님께 돌아옵니다. 

“그 후에 이스라엘 자손이 돌아와서 그들의 하나님 여호와와 그들의 왕 다윗을 찾고 마지막 날에는 여호와를 경외하므로 여호와와 그의 은총으로 나아가리라”(호3:5). 


고대 이스라엘 사회에서 간음은 분명 공동체를 훼손하고 오염시키는 것이지만, 호세아서에서 읽어야 할 것은 명예와 수치심의 관점이 아니라 음행으로 더럽혀진 이스라엘을 끝까지 붙들고 그들을 돌아오도록 이끄는 하나님의 모습이야 말로 가장 영광스럽고 명예로운 모습입니다.  기독교가 온전히 거룩하고 순결하고 깨끗한 적은 없었습니다. 언제나 시끄럽고, 문제가 많고, 죄로 더럽혀 있지만, 하나님은 포기하지 않고 붙잡고 계십니다. 하나님의 명예는 하나님의 작품인 인간이 다시 돌아와 하나님의 뜻대로 우주와 세상을 바르게 관장할 수 있게 만드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구원할 자만 달랑 건져내는 것이 아니라, 주님께서 가르쳐주신 기도대로 하나님 나라를 이 땅에 온전히 이루어 나가는 것입니다. 그것이 하나님의 계획이요, 하나님의 명예입니다. 


우리는 부족하지만 영광스럽게도 하나님의 그 명예로운 계획에 함께하는 동행자요 동업자입니다. 



1. Joshua Moon, ‘Honor and Shame in Hosea's Marriages’, Journal for the Study of the Old TestamentVolume 39, Issue 3, March 2015, Pages 335-351

2. Tchavdar S. Hadjiev, ‘Adultery, Shame, and Sexual Pollution in Ancient Israel and in Hosea: A Response to Joshua Moon’,  Journal for the Study of the Old TestamentVolume 41, Issue 2, December 2016, Pages 221-236


https://youtu.be/9ioUm-TeSeY?si=gVnxQwqCQrw1eZ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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