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행전 10장은 로마 백부장 고넬료 가정이 회심하는 이야기로, 오순절 성령의 부으심에 이어 이방인들에게 복음이 확장되는 에피소드입니다. 이 에피소드는 베드로의 환상 즉, 부정한 짐승을 잡아 먹으라는 지시를 받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찌보면 이 환상은 내용 전개에 불필요합니다. 베드로의 환상이 없어도, 이방인을 포용하고 복음이 확장되는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Dibelius 같은 학자는 환상과 내러티브가 잘 연결되지 않기 때문에 이 환상은 편집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 Jason A. Staples 교수는 Dibelieus의 견해에 반대하여, 베드로의 환상 중에 나타나는 동물들은 유대의 묵시 문학에서 상징으로 자주 등장하며, 고넬료의 회심 이야기를 부드럽게 연결하는 고리가 된다고 논증하였습니다. 오늘은 그의 논문 ‘사도행전 10장과 초기 유대 묵시문학에 나오는 국가로서의 동물들(‘Rise, Kill, and Eat’: Animals as Nations in Early Jewish Visionary Literature and Acts 10)을 소개하겠습니다.
초기 유대 묵시 문학에서 이방 나라를 동물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에녹서 1장에 등장하는 ‘동물 묵시록’은 이스라엘 주변 국가들을 레위법상 부정한 동물로 묘사합니다. 예를 들어 이스마엘족과 미디안 족은 들 나귀로, 이집트인은 늑대로, 에돔과 아멜렉은 멧돼지로, 암몬은 여우로, 바벨론은 사자로, 아시리아는 호랑이나 표범으로, 그리스는 다양한 새로 묘사합니다. 다니엘서도 국가와 제국을 상징하기 위해 동물 이미지를 사용하였습니다(단7:1-8). 국가에 동물 이미지를 사용하는 것은 묵시 문학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이사야나 예레미야도 동물을 은유적으로 사용하여 국가로 묘사하였습니다. 동물 묵시록에서 개는 바다 민족을 상징하기에, 예수님께서 수로보니게 여인을 ‘개’로 언급한 것은 그녀가 바다 민족이라는 사실과 연결됩니다.
묵시 문학의 동물 상징뿐만 아니라 음식법으로도 이스라엘이 다른 민족과 구분되어야 함을 가르칩니다. 이를테면 바나바의 편지에서도 부정한 동물의 부정적인 특성을 공유하는 사람과 식탁 교제를 피하라고 합니다. 정결한 동물과 부정한 동물을 구분하는 음식법은 이스라엘과 다른 나라 사이의 분리를 뜻합니다.
그러나 선지서는 다른 관점을 제시합니다. 부정한 짐승이나 사나운 짐승들로 대표되는 국가들(즉 이스라엘의 적대적인 민족들)이 종말에는 길들여지고, 이스라엘과 평화롭게 살 것을 선지서에서 암시합니다. 예를 들어, 늑대와 어린 양이 함께 먹을 것이며, 사자가 소처럼 짚을 먹을 것이라는 이사야의 예언(사65:25)은 사나운 짐승과 평화를 이룰뿐만 아니라 정결한 동물과 부정한 동물로 상징되는 민족이 하나의 공동체를 이룬다는 뜻입니다.
묵시 문학에서 국가를 상징하는 동물의 의미와, 음식법에 대한 우화적 해석과, 타민족의 변화에 대한 종말론적 믿음을 고려할 때, 베드로의 환상은 유대와 이방의 관계 회복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베드로의 환상은 초기 기독교 공동체에서 유대인과 이방인 사이의 관계 변화를 상징적으로 표현합니다.
베드로가 환상 중에 받은 명령 ‘일어나 잡아 먹으라’(행10:13)는 말씀은 다니엘 7장 5절의 ‘일어나서 많은 고기를 먹으라’는 명령과 유사합니다. 다니엘의 맥락에서 그 행동은 다른 나라를 공격하고 통합하는 잡종 제국을 상징합니다. 베드로의 환상 맥락에서 이 행동은 이방인이 그리스도인 공동체로 통합되는 것으로, 특히 성찬과 식탁 교제를 나누는 공동체의 정회원이 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유대의 전통에서 음식은 깨끗하고 일반적인 것, 깨끗하고 거룩한 것, 부정하고 속된 것 등 다양한 범주가 있습니다. 희생 제사 음식은 깨끗하고 거룩한 음식이며 거룩한 목적을 위해 구별합니다. 일반인의 식탁 음식은 깨끗하지만 일반적인 것입니다. 그러나 언제나 등장하는 극우 유대인들은 일반 음식도 거룩한 것으로 취급하면서 음식법을 거룩과 속됨으로만 구분하였습니다. 극우 유대인들은 음식과 사람과 민족과 국가를 모두 좌우로 편갈랐습니다. 거룩이냐 속된 것이냐? 그들은 자기들은 거룩하지만, 반대편은 모두 속되다고 정죄하였습니다.
그들은 음식을 구분하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할례를 받지 않았거나, 십일조를 바치지 않는 동료 유대인들도 속되다 생각하여 함께 식사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극우 유대인들은 소수파로 전락하는 대신 더욱 강경하여졌고, 자신들이야말로 하나님의 법을 따르는 순수하고 거룩하고 참된 유대 정신을 따르는 자라고 생각했습니다. 초대 교회 공동체에 그러한 생각을 가진 극우 유대 보수파들이 일정 영향을 끼친 것은 사실입니다. 그들은 이방 전도를 힘쓰는 바울을 끊임없이 괴롭혔습니다.
베드로의 환상은 이방인을 포용하는 것과 그들과 나누어야 할 식탁교제 문제를 다룹니다. 하나님께서 부정한 동물들을 깨끗하게 하신 것은 곧 이방인들을 깨끗하게 하여 받아들인다는 메시지입니다. 베드로의 환상은 구약의 음식법을 폐지하는 것이 아니라 이방인과의 완전한 식탁교제를 확립하고, 나아가 사도행전 15장에서 사도들이 예루살렘에 모여 첫번째 교회 회의 결정으로 이방인들을 기독교 공동체로 받아들이자는 사도적 결의의 토대가 됩니다. 이방인들은 더 이상 세속적이거나 잠재적으로 오염시키는 존재로 간주되어서는 안되며, 하나님께서는 얼마든지 그들을 깨끗하고 거룩한 존재로 만드실 것을 베드로의 환상은 확증합니다.
오늘날 극우 보수 그리스도인은 여전히 편가름에 앞장서고, 불신자들을 정죄하기에 바쁘다는 슬픈 현실을 보면서, 베드로의 환상이 오늘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결코 작지 않습니다.
‘Rise, Kill, and Eat’: Animals as Nations in Early Jewish Visionary Literature and Acts 10
Journal for the Study of the New TestamentVolume 42, Issue 1, September 2019, Pages 3-17
Jason A. Staples
https://youtu.be/WHz4hi02mJg?si=2C9DG-ZX3HZJQUV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