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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gos Brunch Jul 03. 2015

데카포 호수에서 사랑을

뉴질랜드 남섬 여행기

크리이스트처치에서 출발하여 몇 시간 동안 여행하는 데 지루할 대로 지루하였다. 몸이 비비 꼬여 갈 즈음 고개 하나를 넘어서니 입을 다물 수 없는 아름다운 경치가 우리를 맞이했다.

하늘은 푸른 쪽빛이었다. 멀리 마운틴 쿡(Mt. Cook)의 만년설인 빙하수가 흘러 내려 데카포 호수를 옥빛으로 반짝거리게 하였다.

어느 날 바닷속에서 솟아오른 뉴질랜드는 네발 달린 짐승이 존재하지 않는 섬이었다. 늑대도 여우도 없는 뉴질랜드는 양을 치기에 가장 적합한 장소였다. 영국에서 건너온 이민자들은 이 광대한 땅에서 양을 치기 시작하였다. 푸른 초장과 맑은 시내로 인도하신 선한 목자 주님께 감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은 1935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호수 중 하나인 데카포 호수 곁에 자그마한 교회를 지었다. 뉴질랜드 교회들이 대개 그러하지만 아주 작고 아담한 교회였다. 교회 안내원에게 물으니 교인은 불과 3명이라고 한다. 하긴 남북한 땅보다 더 큰 뉴질랜드에 인구는 430만 명이 흩어져 사니 큰 교회가 필요치 않을는지도 모른다.

교회건축가 RSD 허먼(Harman)에 의해 설계된 이 교회는 호수 주변의 자연석들을 주워와 지었다. 처음 완공되었을 때 사람들은 이 교회가 이미 50년이나 오래된 건물처럼 보였다고 한다. 이끼 있는 돌을 그대로 사용하였으니 그럴 만도 하다. 자연을 지키기 위하여 노력하는 뉴질랜드인의 모습이 이 교회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


데카포 호수 곁 선한 목자 교회는 세계에서 프로포즈 하기에 가장 좋은 장소 중 하나라고 한다. 이곳은 사랑을 나누기에 좋은 곳일 뿐 아니라 자신의 삶을 돌아보기에도 좋은 곳이다. 5개월 동안 여행 중인 네덜란드 여자는 데카포 호수에서 신발을 벗고 조용히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는 듯하다. 교회 안내원은 나에게 자그마한 기도 카드를 주면서 기도하고 가라고 권면하였다.

예배당 안에 들어가 보니 직사각형 창문이 전면에 있는데 아름다운 호수를 바라볼 수 있게 하였다. 그 아름다운 곳에 조용히 앉아 기도하니 온 마음이 고요해졌다. 세상의 번잡한 것도 다 잊어버리고, 조용히 주님을 묵상하였다.

이 교회는 모든 종파, 모든 종교인이 와서 각자 자기의 신에게 기도하고 가라는 뜻으로 봉헌식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한마디로 열린 교회라고 할 수 있다. 마음의 창이 열려 있는 이 교회에서 마음을 깨끗하게 하였다.  프로포즈 보다 자신을 돌아보기에 훨씬 좋은 ‘선한 목자 교회’에서 조용히 머리 숙여 기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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