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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gos Brunch Sep 14. 2015

맹자와 이스라엘의 선지자

맹자가 활동하던 전국시대는 살육의 시대였다. 누가 천하의 패권자가 되느냐를 가지고 나라들은 매일같이 전쟁을 일삼았고, 백성들은 전쟁터에서 혹은 굶주려 죽어 나갔다. 부국강병이라는 명분으로 서로들 실리를 차지하려고 혈안이 되어 있었다. 요즘 식으로 표현하면 경제가 최우선인 그 시기에 도덕은 아무런 가치가 없었다.


맹자는 천하를 다니면서 자기를 받아줄 왕을 찾았지만, 인의(仁義)를 말하는 그의 사상은 환영받지 못하였다. 힘센 자가 최고인 그 시대에는 절대 어울리지 않는 생각이었다. 그런데도 맹자는 왕들을 만나면 목숨을 두려워하지 않고 인의(仁義)를 설파하였다.


제선왕과의 대화에 이런 내용이 있다.

“왕의 신하 중에 자기의 아내와 자식을 친구에게 맡기고 초나라로 여행간 사람이 있다고 합시다. 그가 돌아오니 아내와 자식이 추위에 떨고 굶주리고 있다면, 그 친구를 어떻게 하겠습니까?"

“그와 절교하지요."

“만약 형벌을 관장하는 사법관이 아랫사람을 잘 다스리지 못한다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파면시킬 것이오."

“만일 나라 안이 잘 다스려지지 못하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제선왕은 아픈 곳이 찔렸는지 좌우를 돌아다보며 딴소리만 하였다. (양혜왕하 2-6) 인의 도덕이 땅에 떨어진 시대에 왕에게 이런 소리를 하는 것을 보면 맹자의 간이 정말 컸던 모양이다.


구약 이스라엘의 선지자들도 왕에게 바른 소리를 잘하였다. 다윗왕이 장군 우리아의 아내와 불륜을 저질렀을 때 나단 선지자는 왕에게 들어가 직언하였다.

“왕이여! 양과 소가 많은 부자가 손님이 왔다고 양 한 마리 가지고 있는 가난한 이웃의 양을 빼앗아 손님을 대접했다면, 어찌해야 할까요?"

“그는 마땅히 죽어야 하고 가난한 사람에게 네 배로 손해배상을 해야 할 것이다."

“그 사람은 바로 당신입니다. 당신은 아내들이 여럿 있으면서도 우리아 장군을 모략으로 죽이고 그의 아내를 빼앗았으니 당신의 집에 칼(불행)이 끊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다윗은 나단 선지자 앞에 무릎을 꿇었다. 왕 앞에 이렇게 노골적으로 직언하여 살아남을 수 있을까?


실제로 예레미야, 미가야, 하나니 같은 선지자는 왕에게 직언했다는 이유로 감옥에 갇혔고, 엘리야 선지자는 왕의 살해 위협 앞에서 도망쳐야 했고, 스가랴 선지자는 돌에 맞아 죽는 형벌을 받았다. 언제나 바른 소리는 목숨을 내놓아야만 할 수 있다. 


맹자와 선지자가 목숨을 내놓고 바른 소리를 한 것은 같다. 그러나 둘을 잘 비교해보면 약간의 차이가 있다. 맹자는 주로 왕에게 바른 소리를 하였다. 한마디로 왕도정치(강압적인 무력으로 나라를 다스리지 말고 인과 덕을 바탕으로 하여 순리대로 다스리는 정치)를 하라는 것이다. 그는 왕이 여자를 좋아해도 좋고, 세속 음악을 좋아해도 좋고, 재물을 좋아해도 좋고, 왕궁과 정원을 호사스럽게 꾸며도 좋다고 한다. 백성과 함께 그것을 즐기고, 백성을 편안하게 잘 살게 해줄 수만 있다면 무엇이 문제인가?


제나라 선왕과 대화에 이런 내용이 있다.

“과인이 여색을 좋아하는 결점이 있습니다.” 제선왕이 말했다.

맹자가 대답한다.

“옛날 주태왕(주나라의 시조)이 색을 밝혔습니다. 그래서 여자(강씨부인)와 함께 국사를 논하였습니다. 그런데 그때 나라 안에 시집 못 가 원망하는 여자와 외로운 홀아비가 없었습니다. 왕께서 만일 색을 좋아하시거든 그것을 백성과 함께하시면 왕 노릇 하심에 무슨 어려움이 있겠습니까?”(양혜왕하 2.5)

맹자는 백성에게 감동을 주어 민심을 얻는 정치를 하라고 가르친다. 민심을 얻는다는 것은 백성으로부터 마음의 지지를 받는 다는 뜻이다.


맹자와 달리 선지자는 왕에게만 바른 소리를 한 것이 아니다. 그들은 백성이 잘못 사는 것에 대하여서도 바른 소리를 하였다. 스가랴 선지자가 돌에 맞아 죽은 것도 백성이 여호와의 명령(하나님의 법도)을 거역하여 제멋대로 살아가는 모습을 날카롭게 지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구약의 선지자들은 나라가 바로 서려면 왕만 바로 서면 안 되고 백성과 왕이 모두 바로 서야 함을 온몸으로 소리쳤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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