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안 아버스의 사진 철학
2012년 캐나다 선교대회 기간 중 1박 2일의 짧은 일정으로 로키 관광코스가 있었다.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선교사들과 더불어 1981년 미스 롯데로 뽑혀 연예인 생활을 하는 안문숙 씨 모녀가 동행하였다.
연예인을 처음 본 선교사 일행은 설렘 반 두려움 반이었다.
연예인을 가까이서 본다는 것은 쉬운 일도 아닐뿐더러, 여행을 함께한다는 것은 더욱 특별한 일이었다.
그동안 오지에서 선교 활동을 하던 선교사들에게는 매우 특별한 휴가였고 만남이었다.
그것은 안문숙 씨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아무리 연예인이라 할지라도, 40여 명이 넘는 일행들과 단체로 여행할 기회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버스 관광이 으레 그러하듯 자신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벤쿠버에서 벤푸까지 가는 8시간의 버스 여정은 힘들었다.
선교사들이 나와 자신의 사역을 소개하는 시간도 지루하였다.
마침내 탤런트 안문숙 씨가 자신을 소개하는 시간이 되었다.
그녀는 민낯에 모자를 푹 눌러 썼다.
그때 몇 명의 선교사들이 카메라를 들고 안문숙 씨 사진을 찍으려고 하였다.
“찍지 마쇼!!"
안문숙 씨는 걸쭉한 전라도 사투리로 손을 내저었다.
그러나 끝내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렇게 안문숙 씨와 선교사들은 어색한 만남을 가졌다.
어색함도 잠시 거대한 로키의 자연 앞에서 우리는 서로 웃고 노래하는 사이가 되었다.
안문숙 씨와 선교사들도 점차 스스럼이 없어지게 되었다.
서로 어깨동무하며 사진을 찍는데 너무나 자연스러웠다.
사진에 있어서 중요한 것 중에 하나는 바로 관계이다.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고 나만 생각하고, 내가 좋으면 찍히는 사람도 좋을 줄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사진에도 분명한 예의가 있다.
특별히 사람을 찍을 때 더욱 그러하다.
미국의 다이안 아버스(Diane Arbus, 1923-1971)라는 사진가가 있다.
그녀는 소외당하는 사람들에게 관심이 있었다.
장애아들, 기형으로 태어나 고생하는 사람들, 나체 주의자들, 난쟁이와 키다리, 호모 등 사회에서 버림받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졌다.
그녀는 그들을 찾아가 친구가 되어 주었다.
카메라를 내려놓고 그들과 함께 어울렸다.
충분한 인간관계를 가지게 되자 그녀는 자신의 계획을 이야기하였다.
소외당하는 그들을 세상에 소개하고 싶다는 뜻이었다.
관계가 정립된 그들은 기꺼이 동의하였고 마침내 멋진 작품집이 나오게 되었다.
세상은 다이안 아버스의 사진집을 보면서 감동하였다.
사진을 찍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진사와 찍히는 사람과의 인간관계다.
관계가 바로 정립되면, 아름다운 미소도 자연스럽게 사진에 담을 수 있다.
인간관계가 깨어지면, 아무리 멋진 사진이라도 의미 없어진다.
선교사들은 오지에서 새로운 문화,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 관계를 쌓아가는 사람이다.
1, 2년이 아니라 오랫동안 그들과 아름다운 관계를 이루어간다.
만일 선교사들이 카메라를 들고 그동안 사랑을 주고받았던 그들의 모습을 담는다면 정말 아름다운 사진을 찍을 수 있을 것이다.
사진은 사람의 마음을 담아내는 훌륭한 도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