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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gos Brunch Sep 25. 2015

추석에 생각해 봐야 할 것들

내일모레면 추석이다.

민족의 대명절이라서 그런지 다른 때와 달리 거리가 조금 활기 있어 보인다.

과일파는 트럭이 매일같이 교회 앞에 주차해놓고 한 상자에 만원이라고 소리친다.

과일가게보다 훨씬 싼 가격인데도 잘 팔려 나가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길 위에 감이며, 사과, 배, 복숭아를 조그만 바구니에 맛깔스럽게 담아 놓았다.

길을 가던 할머니들은 쭈그리고 앉아 트럭 아저씨와 이야기를 나누며 과일 한 바구니를 사 간다.

모르긴 몰라도 이 명절에 찾아오는 이 없는 외로운 할머니의 자축 파티를 위해서인가 보다.


따르릉 죽마고우가 전화를 걸어왔다.

간단한 추석 인사를 나눈 후 울먹거리며 어머니에게 잘하라고 몇 번이고 당부한다.

나는 중고등학교 시절 그 친구 집에 자주 놀러 갔다.

친구의 어머니는 누구보다도 따뜻한 분이었다.

큰아들이 젊은 나이에 중풍으로 쓰러져 운신하지 못하는 환경이었지만 언제나 밝은 미소로 우리를 대해주었다.

내 친구는 막내다.

친구의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내 가슴도 무너졌었다.

만나면 언제나 대장같이 든든하던 친구인데 친구의 커다란 눈에 눈물이 가득하였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지 몇 년이 지났건만 아직도 마음 한구석엔 슬픔이 자리하나 보다.

명절엔 더 생각이 나겠지.

이제 우리가 인생의 외로움을 느낄 나이가 되었다.

나도 명절 때 어머니를 뵙고 나면 딱히 할 일이 없어서 외로운 친구나 만날까 생각하고 "명절에 어디 가니?” 물었다.

대전에 있는 처가에 간단다.

“언제 올라오니?"

화요일에 올라온단다.

"에궁 그러면 만나긴 힘들겠군."

그러면 이 추석 명절 혼자 책이나 열심히 읽어야겠다.


몇몇 가까운 친구들의 안타까운 소식도 들려온다.

터키 이스탄불에 있는 박경한 선교사가 독일 베를린에 있는 세미나 갔다가 몸이 안 좋아 병원에 입원했는데 놀랍게도 폐암 말기란다.

심장과 뼈에 이미 다 전이된 상태고 출혈이 있는데 어느 부위에서 피가 나오는지 찾지 못하고 있단다.

이런 상태로는 한국에 올 수도 없다고 기도 부탁한다는 뉴스를 보았다.

GMS 총회 선교사회에 공지로 올라온 글이다.

대학 다닐 때부터 늘 붙어 다니며 함께 했던 친구인데.

올 여름에도 만나 서로 자녀들 이야기를 나누며 정을 나누었는데 이런 소식을 접하다니

박선교사와 사모는 이 추석 명절이 명절이 아닌게 되었다.

잠시 친구를 위하여 기도를 하였다.


부천에 있는 친구 목사는 자전거를 타다 넘어져 발에 깁스를 하고 꼼짝을 하지 못한다는 소식이다.

인대를 다쳤는데 젊은이들은 금방 회복되지만, 60이 가까운 나이에는 회복이 더디다고 걱정이다.

그래도 그건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겠지.

나이가 들면 모든 걸 조심 또 조심해야 한다.


명절이라고 다 즐겁고 행복한 것은 아닌듯하다.

이제 인생을 마감해야 할 시점이 점점 다가오는 친구들의 소식은 좋은 것보다 안 좋은 이야기가 더 많이 들려온다.

삶과 죽음을 깊이 있게 생각하고, 인생을 탐구하라는 신호다.

아프기 전까지는 아무런 관심을 두지 않고 내팽개쳤는데, 몸에 병이 찾아왔다는 것은 내 몸에 관심을 써달라는 뜻이다.

너무 늦기 전에 인생을 깊이 있게 돌아보고, 몸과 마음과 영혼을 진지하게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그게 공부하는 자의 자세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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