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ogos Brunch Oct 07. 2015

밴댕이면 어떤가?

사울 왕은 혈안이 되어 자기 사위인 다윗을 죽이려 하였다. 그는 사막과도 같은 엔게디 광야에 숨은 다윗을 잡으려고 3,000명의 군사를 동원하였다.  엔게디 광야는 숨기에 좋은 굴이 여기저기 많았다. 추적하는 중에 사울은 용변이 급해 어느 굴에 들어갔다. 공교롭게도 거기 다윗이 숨어 있었다. 다윗은 사울을 죽일 수 있었지만, 죽이지 않고 그저 옷자락만 잘랐다. 그리고 용변 보고 나가는 사울의 뒤에서 소리를 질렀다. 

엔게디 광야

“내 주 왕이여!” 

자칫 사울이 군사를 동원하여 그를 죽일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기에 그는 최대한 겸손한 표정으로 납작 엎드렸다. 사실 사울은 감정 기복이 매우 심한 사람이었다. 그의 감정이 좋을 때는 한 없이 좋으나 한번 화가 나면, 자기 아들이고 누구고 상관없이 창을 집어 던지는 분노 조절 장애를 가진 사람이었다. 사울이 자기를 해할 뜻이 없는 줄 알고 다윗은 말하기 시작한다. 

엔게디 골짜기

“나는 왕의 옷자락만 자르고 왕을 죽이지 않았습니다. 

비록 왕은 나를 죽이려고 찾아 헤맸으나 나는 왕을 해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악은 악인에게서 나온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저는 왕을 해하려는 마음이 전혀 없습니다. 

그런데 어째서 왕은 나 같은 자를 잡으려고 오셨습니까?

이제 하나님이 재판관이 되어서 나의 억울함을 풀어 주시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나를 위하여 왕에게 보복하실 것입니다."

엔게디 골짜기

다윗의 말을 가만 살펴보면, 자기는 죄가 없고, 왕을 죽일 의도도 없고, 억울하다고 호소한다. 그렇지만 그의 말 속에는 반대로 사울은 악하고, 의도가 불손하기에 하나님께서 보복하여 주기를 바란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게 용서해달라는 말인지, 부아를 돋우는 말인지 모르겠다.

엔게디 골짜기

그런데 사울은 그 말을 듣고 펑펑 운다.

“내 아들 다윗아!” (사위도 아들이라면 아들이다.)

나는 너를 학대하였으나 너는 나를 선대 하였으니 너는 나보다 의롭다.  

하나님이 너에게 선을 베푸실 것이다.

너는 반드시 이스라엘 왕이 될 것이다.

그때 우리 가족의 생명을 지켜다오."

엔게디 골짜기

사울의 말에는 그 어떤 복선도 없고, 뼈도 없다. 정말 솔직 담백하다. 그가 감정적 기복이 심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는 정말 남자답고 호방하다. 에서와 야곱 형제를 살펴보아도, 사기꾼 야곱보다 에서가 낫다. 인격적으로나, 리더십으로나, 그릇으로나 모든 면에서 낫다. 그런데 아브라함의 가문은 에서가 아닌 야곱이 이어간다. 참 이상한 일이다. 지금 사울과 다윗의 대화만 놓고 보면, 다윗은 밴댕이 같고 사울은 도량이 넓은 사람처럼 보인다. 뭐 그렇게 보일 뿐만 아니라 실제로 그럴지도 모른다. 그런데 둘 사이에 어떤 차이점이 있기에 다윗은 성군이 되고, 사울은 역사에서 오명을 뒤집어써야 했나? 딱 한 가지다. 

엔게디 광야

다윗에게는 훌륭한 가이드가 있었다. 하나님이다. 그는 하나님의 뜻을 따라 살아가려고 애를 썼다. 물론 그렇지 못할 때가 많았다. 그렇지만 그는 지적받을 때마다 뉘우치고 무릎 꿇었다. 

엔게디 골짜기

불행하게도 사울은 하나님을 가이드로 삼지 않았다. 그는 호방하고, 남자답고, 때로 도량도 넓었다. 그러나 그는 그저 자기 기분따라 살았다. 좋을 때는 한 없이 좋았지만, 나쁠 때는 그 누구도 그를 제어할 수 없었다. 그게 그의 불행이다.

엔게디 골짜기

누가 나보고 밴댕이라고 하였다. 그가 보기에는 내가 밴댕이 같아 보였기에 그렇게 말했을 것이다. 부정하고픈 생각은 전혀 없다. 나에게 부족함과 연약함이 없다면, 거짓일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다윗만큼이나 훌륭한 가이드를 두고 있다. 하나님이시다. 나는 그분의 책망을 기꺼이 받고 고치려고 노력하면서 그분을 따라가며 살아가려고 힘쓴다. 밴댕이면 어떤가? 인생의 가이드가 뛰어나면, 그것이 최고 아닐까?



매거진의 이전글 바른 정치를 위한 세가지 충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