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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gos Brunch Oct 14. 2015

행복하려면 선택의 폭을 좁혀라.

배리 슈워츠와 파커 파머

캐나다에 사는 딸이 한국에 오면 동대문 시장에 쇼핑하러 한 번은 꼭 간다. 밤에 문을 여는 신평화시장은 불야성이다. 자그마한 박스같은 가게에 갖가지 옷들이 저마다 아름다운 디자인을 뽐내고 있다. 큰 아이는 신나서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옷을 만져보기도 하고, 입어 보기도 한다. 몇 시간 돌아다닌 끝에 아이의 손에 들린 옷은 달랑 한두 개뿐이다. 처음 들어갈 때는 시장의 옷을 다 살 것 같은 마음이었는데 나오면서 하는 말이 “살 것이 별로 없다.”는 거였다. 나는 그 말에 그만 기가 막혔다. 

배리 슈워츠(Barry Schwartz, 1946~)

펜실베이니아 대학의 배리 슈워츠(Barry Schwartz, 1946~) 교수는 선택과 만족에 관한 재미난 실험을 하였다. 두 집단의 학생들에게 초콜릿을 평가해 달라는 실험이었다. 첫 번째 집단에게는 여섯 개의 초콜릿이 든 작은 상자를 주었고, 다른 집단은 30개의 초콜릿이 든 상자를 주었다. 누가 더 만족했을까? 선택의 폭이 다양한 학생들보다 선택의 폭이 작은 학생들의 만족도가 훨씬 높았다. 그들의 반응은 “정말 맛있다.”였다. 그들은 말만 그렇게 한 것이 아니라 실험에 참가한 대가로 받는 돈보다 초콜릿을 달라는 학생들도 있었다. 


일반적으로 선택의 폭이 넓으면 더 좋을 것 같지만, 뜻밖에 만족도는 훨씬 떨어진다. 나라별로 삶의 만족도를 조사하면, 부자 나라보다 오히려 가난한 나라 사람들이 훨씬 만족하며 사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그들은 선택의 폭이 매우 제한되어 있지만, 주어진 환경 속에서 대체로 만족한다. 


가끔 주변에 best of best를 추구하는 사람을 볼 수 있다. 미스코리아 뺨칠 정도로 아름다운 미모에, 사회적인 부와 명성을 다 가지고 있는데 딱 한 가지 결혼하지 못해서 고민하는 노처녀를 볼 수 있다. 그녀는 최고의 신랑감, 자기 마음에 딱 맞는(이 남자다. 하는 확신이 드는) 사람을 발견하지 못했던 것이다. 수많은 선택의 가능성이 있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결정을 못 하고 주저주저하는 사이에 시간만 지나갔다. 선택권이 많으면 많을수록 잘못된 선택을 할 확률도 높아진다. 그리고 나중에 “선택할 기회가 그리 많았는데 왜 하필 이런 선택을 했을까?” 후회한다. 


만족하는 사람은 자신만의 확실한 기준과 조건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기준에 맞는다고 생각하면, 더는 볼 것도 없이 바로 결정하고, 자신의 결정에 만족한다. 

파커 파머(Parker J. Palmer, 1939~)

미국의 존경받는 교육지도자이자 사회운동가인 파커 파머(Parker J. Palmer, 1939~)는 어느 큰 학교의 교장직을 제의받았다. 교장 자리에 오른다는 것은 교사로서, 그리고 작가로서 영광스러운 일이기에 승낙할 생각이었다. 그래도 절친한 친구에게 상담하였다. 친구는 물었다.“교장으로서 가장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글쎄 … 우선 나는 가르치는 일을 그만두고 싶지는 않네. 재단의 정치적인 문제에 관여하고 싶지도 않고 후원금 모금으로 분주하게 지내고 싶지도 않고..." “그러면 자네가 진정으로 원하는 일은 무엇인가?" 한참 동안 침묵이 흐른 다음 파커는 대답했다. “신문에 내 사진이 실리고 그 밑에 ‘교장’이라고 직함이 쓰여있는 것을 원하는 것 같네." “파커, 자네 사진을 신문에 실을 방법이 그것밖에 없던가?" 파커는 교장직 제의를 거절하였다. 그는 교장이라는 명예보다는 가르치는 일 자체에, 그리고 글쓰는 일에 자신을 헌신하였다. 그는 미국 교육위원회에 공로상을 받았고, 2011년 세상을 바꾸는 선구자 25인에 선정되기도 하였다. 그는 고등 교육계에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평가받고, 교사의 교사로 불렸다. 


자기 기준이 분명한 사람은 자기 결정에 후회함이 없다. 선택이 폭이 넓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이 가진 것이 많다는 뜻이다. 그러기에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더 많은 선택의 고민을 하게 된다. 


행복과 만족을 위한 제안을 한다면, 행복을 위하여 선택의 폭을 좁혀보라. 그리고 자기만의 기준을 확고하게 정해보라. 한번 결정했으면, 뒤를 돌아보지 말고 자신의 결정에 온 마음을 담아서 앞으로 나아가라. 그리고 현재의 삶에 끊임없이 감사하는 훈련을 하라. 부자이기에, 능력이 있기에, 예쁘기에 오히려 불행할 가능성이 훨씬 크다는 것을 염두에 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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