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델라인 : 멈춰진 시간
옛날 중국의 진시황은 영생을 소망했다. 그는 서불(徐市)을 삼신산(三神山)으로 보내어 불로초를 구하도록 하였다. 물론 그는 불로초를 먹지도 못하고 허망하게 나이 50에 객사하였다.
영생을 소망하는 자는 진시황 하나만은 아닐 것이다. 요즘 젊어지고 싶어서 운동, 다이어트, 성형수술 등이 선풍적 인기다. 이제 건강은 제3의 종교라고 말하기도 한다. 젊음을 유지하는 비결은 최고의 사업 아이템이고 모든 사람의 희망 사항이다.
영화 ‘아델라인 : 멈춰진 시간(The Age of Adeline, 2015)’은 이런 현대인의 욕구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영화다. 우연한 사고 이후 영원히 늙지 않게 된 아델라인은 107세가 되었지만 29살 미모를 간직하고 있다. 그녀는 자신의 정체를 수상히 여기는 사람들을 피해 10년마다 신분과 거주지를 바꾸며 외롭게 살아간다. 영원한 젊음을 가졌지만, 다른 사람들과 함께 어울릴 수 없는 자신의 처지를 돌이켜 보며 불행하다고 생각한다. 그녀에게 젊음은 축복이 아니라 재앙이었다. 그녀의 간절한 소망은 남들처럼 정상적으로 늙어가는 것이다.
"영원히 아름다운 순간에 남아있는 것보다, 함께 늙어가는 사랑과 마주하고 싶어."
영화는 뻔한 스토리의 로맨스를 담고 있긴 하지만, 영원한 젊음을 갈망하는 현대인들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영원한 생명의 소망은 인류 최초의 장편 서사시인 ‘길가메시 서사시’에도 영생에 대한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다. 길가메시는 친한 친구인 엔키두의 죽음을 통해 세속적 가치의 허무함을 깨닫고 삶과 죽음의 의미를 찾기 시작한다. 길가메시는 영생의 비밀을 얻고 싶어 태초의 홍수를 겪고 살아남은 우트나피쉬팀을 만난다. 그리고 얻은 영생의 비밀은 ‘가시덤불’이었다.
우트나피쉬팀은 말한다.
“길가메시 … 네게 비밀을 말해 주겠다. … 식물이 하나 있는데 … 가시덤불 같은 … 그 가시는 장미처럼 네 손을 찌를 것이다.
네 손이 그 식물에 닿으면 너는 다시 젊은이가 될 것이다."
가시나무에 찔리면 다시 젊은이가 된다는 말에 길가메시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가시덤불을 움켜쥔다. 피가 나고 따끔거리며 쓰라렸지만, 그건 아무 문제가 아니었다.
그는 영생의 비밀을 가지고 있는 가시나무를 가지고 고향으로 돌아간다. 다른 사람들에게 이것을 가져다주어 영생을 얻게 하면 얼마나 좋을까 부픈 꿈을 꾼다. 그러나 그가 샘에서 목욕하는 동안, 뱀이 가시나무를 물고 달아나 버렸다. 온갖 고생 끝에 얻은 영생의 비결을 잃어버린 것이다.
인간이 살아가면서 얻으려고 하는 최고의 행복들 그것이 영생이든, 돈이든, 건강이든, 명예든 그 어떤 것이든 그것은 가시나무를 쥐는 것과 같다. 겉보기에는 달아 보이고 좋아 보이지만, 사실은 고통이고 아픔이고 눈물이다. 그리고 순간적으로 사라지는 것이다. 인류 최초의 서사시 "길가메시 서시시"에서 이런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은 최초의 인간들부터 우리가 희망하는 것을 얻었다고 해서 행복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이 고통임을 알고 있었다는 뜻이다. 영원한 젊음, 돈, 명예, 건강, 지식 등은 우리의 희망사항이면서 동시에 고통이다. 그 고통의 의미를 제대로 깨닫지 못한다면, 우리의 희망사항은 결코 우리에게 참된 유익을 주지 못한다.
아델라인은 영원한 젊음이 결코 행복이 아님을 깨닫는다. 그리고 그녀는 주어지는 시간의 흐름을 담담히 받아들이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를 알게된다. 그 깨달음을 얻기까지 그녀는 남이 알지 못하는 큰 고통 속에 살아야 했다. 남들이 볼 때는 부러운 것처럼 보이는 것들이 정작 당사자에게는 하찮은 것일 수 있음을 우리는 느끼지 못 할 때가 많다. 마치 신포도를 따먹은 여우에게 속아서 모두들 그 신포도를 따먹으려고 아둥바둥하는 모습이 오늘 우리의 모습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