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의 교묘한 술책
우리 아이들은 어렸을 때 디즈니 영화를 좋아했다. 그중 하나가 1995년 발표한 포카혼타스라는 영화다. 포카혼타스는 1600년대 영국이 식민지를 확장하는 시기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든 것이다. 영화와 달리 역사적 진실은 백인이 인디언을 잔혹하게 대하면서 인디언 말살 정책을 시행하였다. 그러니까 영화의 스토리는 완전 허구다.
400년이 훨씬 지난 지금 미국인은 그들의 수치스러웠던 역사를 아름다운 러브스토리로 미화시켜서 영화로 만들었다. 포와탄 추장의 딸 포카혼타스와 존 스미스의 러브스토리와 평화를 갈망하는 마음을 적절히 섞어서 전 세계를 감동시켰다. 그러나 그것은 진실을 호도하는 위장과 가식일 뿐이다. 영화와 달리 현실은 참담하였다.
푸코는 '권력은 지식/진리이다'라고 하였다. 권력을 가진 자가 진리가 무엇인지를 규정한다는 뜻이다. 다른 말로 하면 승자가 역사를 기록한다고 할 수 있다. 자신이 저질렀던 역사의 추악한 잔혹 행위와 인종 말살 정책을 영화 한 편으로 미화시키고 호도하는 것은 권력을 가진 자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현대 문명은 휴머니즘과 인권이라는 가면을 쓰고 과거 식민지 시절 저질렀던 모든 죄를 숨기고 있다. 차라리 솔직하게 자신의 죄를 고백하고 용서를 비는 것이 그때 피해를 봤던 인디언들에게 보여줄 최선의 모습이 아닐까? 그런 면에서 포카혼타스는 진정성이라곤 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 거짓과 위선과 가식의 영화다.
뿐만 아니라 이 영화 속에 흐르는 주제가 'Colour of the Wind’는 요즘 서양에서 유행하는 동양사상에 대한 동경심을 표현한다. 자연과 인간의 유기적 관계를 강조하는 동양의 자연사상을 음악으로 표현하였다. 아름다운 영상, 아름다운 노래에서 나는 두가지 허상을 본다. 하나는 왜곡된 서양 역사이고 다른 하나는 막연한 동양 사상에 대한 동경심이다.
오늘날 환경을 이야기하고 자연을 이야기하면, 지성인으로 대접받는 시대이다. 포카혼타스는 교묘하게 자신을 위장하여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었다. 역사 앞에 솔직하게 무릎꿇지 않는 일본이나 디즈의 시각은 조금도 다를바가 없다. 가짜 약장수가 아무리 교묘한 말로 자신의 약을 선전해도 그것은 가짜일 뿐이다. 아름다운 화면, 아름다운 음악에 속아서 영화의 잘못된 사상에 함몰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아름다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진실이고 진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