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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gos Brunch Jul 04. 2016

채색 옷이 그리도 질투가 나더냐?

어렸을 때 설명절이 되면 여동생이 색동저고리를 입고 빙글빙글 돌면서 좋아하던 기억이 난다.

알록달록 무지개빛으로 빛나는 소매와 연분홍빛 다홍치마는 아름다웠다.

그렇다고 해서 어린 동생이 입은 옷이 예쁘다고 시기하고 질투하는 언니는 없다.

그것도 다 한때뿐이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성경에 보면 이와 유사한 이야기가 나온다.

요셉은 노년에 얻은 아들이므로 이스라엘이 여러 아들들보다 그를 더 사랑하므로 그를 위하여 채색 옷을 지었더니 그의 형들이 아버지가 형들보다 그를 더 사랑함을 보고 그를 미워하여 그에게 편안하게 말할 수 없었더라.”(창37:3-4)

야곱에게는 정부인이 두 명 있었다.

공교롭게도 자매지간이었다.

언니 레아와 동생 라헬이다.

사실 야곱은 동생 라헬을 사랑하여서 칠 년을 하루 같이 열심히 일하였는데 삼촌 라반은 야곱을 속이고 라헬 대신 레아와 결혼시켰다.

야곱으로서는 생각지도 않은 레아와 결혼하게 되었으니 얼마나 황당하겠는가?

그는 라헬을 위하여 다시 칠 년을 일할 수밖에 없었다.

야곱이 라헬을 얼마나 사랑하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라헬은 자녀를 낳지 못하였지만, 레아는 아들을 쑥쑥 낳았다.

그러다 야곱이 나이 들어 낳은 라헬의 아들이 바로 요셉이다.

야곱이 요셉을 사랑함이 얼마나 컸을까 짐작할 수 있다.

야곱은 요셉에게 채색 옷을 지어 입혔다고 우리말 성경은 기록하고 있다.

그런데 형들이 아버지가 형들보다 요셉을 더 사랑함을 보고 미워하여 말도 서로 하지 않을 정도였다.

형들의 마음이 조금 이해가 되긴 하지만, 이건 질투가 심해도 너무 심하단 생각이 든다.

동생이 알록달록한 채색 옷을 입었다고, 아버지의 사랑을 더 받는다고 말도 하지 않을 정도로 미워할까?

창세기를 더 읽어보면 그 형들은 요셉을 죽이려고 모의하였고, 죽이지는 않았지만 애굽의 노예로 팔아넘기기까지 하였다.

과연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을까?

우리말 성경을 읽으면, 오해할 여지가 충분하다.

그러나 채색 옷을 뜻하는 히브리어 케토네트 파씸(kėtônet passîm)은 채색 옷이  아니라 ‘긴 소매가 달린 긴 옷’을 뜻한다.

긴 소매가 달린 긴 옷이 어떤 의미를 가졌기에 형들이 그리도 시기하고 질투하였을까?


고대 유대인들의 옷은 매우 단순하였다.

그들은 겉옷과 속옷을 입었다.

속옷 하면 팬티나 런닝과 같은 언더웨어를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유대인들은 팬티나 런닝을 입지 않았다.

그들이 입는 속옷은 주로 흰색의 세마포로 만들었는데, 두 개의 커다란 천을 얼굴과 양팔의 구멍만 남기고 꿰맨 단순한 옷이다.

요즘 남자들이 입는 하얀 런닝셔츠를 생각하면 적당할 것이다.

다만 유대인의 속옷은 무릎까지 내려올 정도로 길었다.

당시 옷 만드는 기술이 형편없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뿐만 아니라 염색기술은 더 형편없어서 알록달록하게 물들일 수가 없었다.

(유대인의 속옷)

긴 소매가 달린 긴 옷이라 하면 특별한 바느질 기술을 사용하여 소매를 더 길게 하고 발목까지 길게 하였다.

발목과 손목까지 내려오는 옷을 입은 사람은 일하는 사람이 아니고 귀족을 뜻한다.

요셉이 그 옷을 입었다는 것은 일하지 말고 집에 있으라는 뜻이다.


광야에서 유목생활을 하는 베두인족에 의하면, 단지 두 사람만 긴 소매가 달린 긴 옷을 입을 수 있다.  

한 사람은 부족의 족장이고, 다른 한 사람의 족장의 후계자다.

요셉의 형들이 분노한 진짜 원인은 바로 여기에 있다.

긴 소매 옷을 입은 것은 부족을 지배하는 족장의 계승권이 어린 동생 요셉에게 있다는 표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야곱의 처지에서는 족장의 계승권이 요셉에게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는 레아를 사랑하지 않았고, 레아를 첫째 부인으로 여기지도 않았다.

그는 다만 삼촌 라반의 농간에 속아서 억지로 결혼한 것이기에 아무리 먼저 낳은 아들이라 할지라도 레아의 자녀들을 장자로 인정하지 않았다.

그는 자기가 진실로 사랑한 라헬이 낳은 아들 요셉을 그의 상속자로 여겼다.

형들이 요셉을 미워하고 죽이려고 했던 것은 바로 이 상속권과 후계 문제 때문이었다.


팥죽 한 그릇에 장자권을 팔아넘긴 에서와 야곱의 갈등이 요셉과 그의 형들 사이에서도 긴 소매 달린 긴 옷으로 다시 나타나고 있다.

재산 문제가 얽히면, 가족간이라도 칼부림은 흔하게 일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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