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에 겨울이 있을까?
이스라엘 여행 계획을 세웠을 때 제일 먼저 마음에 둔 것은 기후와 의복이었다.
이스라엘은 건기와 우기로 나누어지기 때문에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처럼 봄, 여름, 가을, 겨울은 없다.
흔히 알기를 이스라엘은 중동에 있는 국가로서 매우 더울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그건 편견이다.
우기가 한참인 1월의 평균기온은 낮 12℃/밤 4℃이다.
비 오는 밤에는 무척 쌀쌀하여 겨울의 한기를 느낄 정도이다.
더욱이 예루살렘은 해발고도가 800m여서 그 추위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추울 수 있다.
예수님은 환난의 때가 겨울에 일어나지 않도록 기도하라고 말씀하셨다. (마24:20)
그러니까 사계절과 같은 겨울은 아니어도 이스라엘은 추위 때문에 겨울이라는 말을 사용하였다.
시편 147:17에는 우박에 대한 묘사도 나온다.
“우박을 떡 부스러기 같이 뿌리시나니 누가 능히 그 추위를 감당하리요.” (시147:17)
야곱은 삼촌 라반에게 자신이 양떼를 지키기 위하여 얼마나 수고했는지 이렇게 말한다.
“내가 이와 같이 낮에는 더위와 밤에는 추위를 무릅쓰고 눈 붙일 겨를도 없이 지냈나이다.” (창31:40)
이스라엘 북쪽 헐몬산은 눈이 덮여 겨울에는 스키장을 오픈한다.
그렇다면 야곱은 밤의 추위를 어떻게 피하였을까?
그가 양을 치면서 노숙하였을 터인데 밤에 비가 오든지, 우박이 내리면 어찌 지냈을까?
유대인들은 이불을 사용하였을까?
성경을 살펴보면 이불이라는 단어가 몇 차례 나오긴 하지만 원문을 살펴보면, 우리가 생각하는 이불은 아니다.
그것은 유대인들이 입는 겉옷을 의미한다.
유대인의 겉옷은 사각형이며, 각 모서리에는 술을 달아 장식하였다.
다윗이 사울의 겉옷 자락을 잘랐다고 했는데 이는 사울의 겉옷에 달린 술을 잘라낸 것이다.
혈루증 앓은 여인이 예수님의 겉옷 자락을 잡았다고 했는데 이도 역시 술을 만졌다.
옷감의 형태는 양털이나 염소 털에서 뽑은 울과 무명으로 만들었다.
양모와 무명 중 어느 것이 더 좋을까?
현대인에게 고르라고 한다면, 대부분 울 제품을 고를 것이다.
그러나 이스라엘에서 울은 흔하였지만, 무명은 훨씬 비쌌다.
무명으로 만든 겉옷은 가볍고, 귀족들은 염색까지 하여 입고 다녔다.
유대인들은 천국에 가면 울로 만든 겉옷을 입지 않고 세마포로 만든 옷을 입을 것이라 생각하였다.
울은 세탁하기 힘들었으므로 깨끗한 형태로 생산되지 않았다.
짐작건대 예수님도 울로 만든 겉옷을 입으셨는데 변화 산에 올라가셨을 때 예수님의 '옷이 빛과 같이 희어졌다.'고 하는 것을 보아 예수님의 겉옷은 갈색이었을 것이다.
세례요한은 특별히 낙타 털로 만든 겉옷을 입었다.
유목민들은 양탄자를 깔개로 삼고 그 위에 자기 겉옷을 이불 삼아 잔다.
겉옷은 털로 촘촘하게 짰기 때문에 추위를 막을 수가 있다.
양을 치는 야곱이 노숙할 때 양탄자가 없으면 겉옷을 돌돌 말아 몸을 감싸고 잤을 것이다.
유대인의 겉옷은 이불 역할을 하므로 전당을 잡아도 해가 지기 전에 돌려주도록 규정하였다. (출22:26,27)
겉옷의 품은 넉넉하여 여러 가지 물건을 넣어 운반하거나 무기를 숨기는 용도로도 사용하였다.
룻은 보아스가 되어준 보리 여섯 되를 겉옷 자락으로 싸서 가져갔다.
로마제국의 통치에 반발하여 테러를 일삼던 열심당(젤롯당, Sicarii)은 겉옷에 단검을 넣어 다니면서 요인을 암살하였다.
사실 고대 유대인들의 의복 형태를 성경만 가지고 추측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중근동 지역에서 발견된 조각상이나 벽화나 부조에서 그 당시 사람들의 의복 형태를 발견할 수 있다.
대개는 왕족이나 귀족들의 모습이 묘사되어 있긴 하지만, 그러한 기념물을 통하여 일반인의 모습도 유추해 볼 수 있다.
그들은 겉옷 한 벌로도 많은 것을 할 수 있었는데 나는 겉옷이 너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