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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gos Brunch Jul 12. 2016

마인드풀 이팅(Mindful Eating)

식사습관을 바꾸기만 해도 다이어트 걱정 필요 없다. 

1. 어머니의 훈계 


식사 때마다 어머니는 늘 말씀하셨다. “천천히 꼭꼭 씹어 먹어라!” 성격이 급한 나는 언제나 두꺼비 파리 잡아먹듯 하였다. 다른 사람이 숟가락질 한두 번 하면 난 이미 식사가 끝날 때가 많았다. “음식을 맛으로 먹나? 목 넘김으로 먹지!” 젊었을 때는 아무리 많이 먹어도 살이 안 쪄서 빠르게 먹는 것을 오히려 자랑스럽게 생각하였다. 그러나 요즘 들어 사람들은 나에게 배 나왔다고 자꾸 지적한다. 그동안 다이어트 걱정 한 번도 안 했는데 이젠 정말 신경을 써야 할 때인듯싶다. 운동도 해야겠다. 

며칠 전 텔레비전에서 마인드풀 이팅(mindful eating)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보았다. 마인드풀 이팅은 어찌 생각하면, 아주 단순하다. 음식을 먹을 때 아무 생각 없이 허겁지겁 먹지 말라는 것이다. 음식 하나하나의 맛을 음미해가면서 몸과 음식이 서로 교감하며 먹으라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음식을 앞에 두고 묵상도 하고, 오감을 동원하여 음식과 소통하는 훈련도 한다. 나는 그 프로그램을 보면서 고대 이스라엘 백성들의 식사 습관을 생각하였다. 


2. 유대인들의 식사 예절


유대인들은 식사 전에 반드시 손을 씻었다. 먼지가 많은 곳이어서 손이 더러워져 씻는 것도 분명 이유 중 하나다. 그렇지만 유대인들이 식사를 대하는 자세는 거의 종교적이다. 제사장들이 번제물을 드리기 전에 물두멍에서 손을 씻는 것처럼 음식을 대할 때도 손을 씻었다. 바리새인들은 예수님의 제자들이 손을 씻지 않고 음식을 대하는 것을 지적하였다. (마15:1-2, 막7:1-5) 유대인들은 음식을 대하기 전에 손을 씻으면서 마음 준비를 하였다. 


음식이 나오면 그들은 반드시 식사 기도를 하였다. 물론 식사를 마친 후에도 기도하였다. 그 기도문은 이렇다. “여호와 우리 하나님! 세상의 왕! 땅에서 떡이 나오게 하신 분, 영광을 받으소서.” 그들은 떡이 나오기까지 하나님이 간섭하지 않은 것이 하나도 없음을 고백하였다. 씨를 뿌리는 것에서부터 떡 덩이를 굽는데 이르기까지 언제나 하나님의 이름으로 행하였다. 그들은 떡을 생명처럼 생각하였다. 그러기에 떡을 칼로 자르지 않았다. 칼로 자르는 것은 생명 자체를 자르는 것으로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떡은 반드시 손으로 떼어 먹었다. 떡을 뗄 때 손님이 들어와도 인사하지 않고 떡 떼기를 마칠 때까지 기다렸다. 그만큼 떡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예수님은 이러한 유대인들의 생각을 담아서 자신을 생명의 떡이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제자들에게 일용할 양식을 위하여 기도하도록 가르쳤다. 


고대 유대인들에게 식사는 아주 단출하였다. 그들은 하루 세 번 식사했는데 아침은 떡이나 과일을 약간 먹었다. 점심은 떡, 곡물, 올리브 그리고 무화과를 간단하게 먹었다. 룻은 보아스 밭에 가서 일할 때 점심으로 마른 떡 조각을 조금 먹었다. 보아스는 그러한 룻을 불쌍히 여겨 그녀를 불러서 함께 식사하도록 하였는데 보아스의 음식도 별것이 없었다. 보아스는 떡 조각을 포도 식초에 찍어 먹었으며 볶은 곡식을 더 먹는 정도였다. 당시에는 떡을 만드는 것도 보통 힘든 일이 아니어서 곡식을 볶아서 먹거나 혹은 생이삭을 그냥 비벼 먹었다. 예수님의 제자들이 안식일에 날곡식을 먹다가 바리새인들에게 비판을 받기도 하였다. 타작한 곡식을 밀가루로 만들기 위해서는 여성들이 온종일 맷돌질 해야 겨우 식구들이 떡을 먹을 수 있었다. 저녁에는 콩이나 렌즈콩(팥)으로 스튜를 만들어서 그 국물에 떡 조각을 찍어 먹는 것이 전부였다. 


3. 솔로몬과 도시인의 식사 


고기는 명절이 되거나 큰 손님이 왔을 때 외는 먹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고기는 삶아서 국을 만들어 떡 조각을 찍어 먹었다. 반면에 부자들은 곡식을 쌓을 곳이 없도록 곳간에 가득 쌓아두고 노예들을 부려서 떡을 만들어 먹었다. 그들의 식탁은 먹는 것으로 차고 넘쳐났다. 고기도 삶아 먹지 않고 구워 먹었다. 엘리의 아들들은 고기를 구워 먹겠다고 하나님께 드릴 번제물을 강탈하였다. 성경은 솔로몬이 호의호식하는 모습을 아주 상세하게 기록하였다. “솔로몬의 하루의 음식물은 가는 밀가루가 삼십 고르요 굵은 밀가루가 육십 고르요. 살진 소가 열 마리요 초장의 소가 스무 마리요 양이 백 마리이며 그 외에 수사슴과 노루와 암사슴과 살진 새들이었더라.”(왕상4:22,23) 

솔로몬이 하나님께 감사기도나 제대로 하고 먹었는지 모르겠다. 그가 음식을 먹을 때 농부들이 얼마나 수고하고 애를 썼는지, 하나님께서 그것을 자라게 하도록 때를 따라 이른 비와 늦은 비를 적절하게 뿌려주신 것을 제대로 생각이나 하였을까? 짐작건대 솔로몬은 아무 생각 없이 허겁지겁 먹지 않았을까? 마치 현대인들처럼 


영국의 도시 공간 설계자인 캐롤린 스틸(Carolyn Still)이 쓴 ‘음식, 도시의 운명을 가르다’란 책을 보면 오늘날 도시의 가장 큰 문제가 바로 음식임을 지적한다. 도시인들의 식사를 위해서 매년 1,900만ha(헥타르)의 열대우림을 파괴하고, 도시인들에게 고기를 먹이기 위하여 전 세계 농작물의 3분의 1을 사람이 아닌 동물에게 먹인다. 채소를 얻기 위해 우주 밖에서도 보일 만큼 거대한 비닐하우스 단지가 조성되며 이로 인해 수자원이 고갈되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세계 인구 중 10억은 비만인데 반해 10억은 굶주리고 있다. 오늘날 도시인들은 솔로몬 왕보다 더 잔인하고 잔혹하다. 떡 하나가 얼마나 소중한지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손 가는 대로 마구 먹으면서 점점 늘어나는 체중을 빼겠다고 각가지 약들을 삼킨다. 이제 우리의 몸이 이런 못된 습관을 가진 우리를 공격하고 있다. 별 방법을 다 동원하여 다이어트를 해도 잠깐 효과가 있을 뿐, 몸은 곧 다시 반격을 가한다. 그리고 전보다 더 뚱뚱하게 만든다. 


4. 새로운 식사 습관을 위한 제안


마인드풀 이팅이 아니더라도 그리스도인은 성경 시대 사람들의 식사 습관을 다시 회복해야 하지 않을까?

음식을 대할 때 진심으로 감사기도를 드린다. 성급하게 수저를 들지 말고 앞에 있는 음식을 바라보며, 그 음식이 내 식탁 위에 올라오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를 생각한다. 

그리고 한 입 한 입 음미하면서 내 몸과 음식이 교감하도록 한다.

함께 식사하는 사람과 성숙한 대화를 하며 감사할 사람들을 떠올려본다. 음식을 만들어 준 어머니, 아내, 요리사를 칭찬한다. 음식 재료를 찬찬히 살피면서 그것들을 칭찬한다. 

그리고 내 몸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살펴본다. 포만감 호르몬인 PYY가 반응을 보이면, 아쉽더라도 수저를 놓는다. 

나보다 가난한 사람, 굶주린 사람이 많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수저를 놓는 당신에게 하나님은 축복하여 줄 것이다. 굳이 다이어트를 힘쓰지 않아도, 몸과 음식의 교감만 잘하여도 건강한 몸을 유지할 수 있을 테니까


식사가 끝나면 반드시 하나님께 다시 기도한다. 이것이 성경의 사람들이 식사하던 습관이다. 이제 나도 허겁지겁 먹는 식사 습관을 정말 고쳐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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