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을 위한 준비 1
2016년 현재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전체 인구의 13%로 700만 명에 달한다. 2030년이 되면 전체 인구 중 노인 인구의 비율이 24.3%에 이를 전망이다. 이제 나도 은퇴할 시기가 점점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다가올 노년의 삶을 어떻게 준비할까? 요즘 나의 관심사다.
일반적으로 노후생활하면 제일 먼저 돈 문제를 생각한다. 아파트라도 한 채 마련해 놓고 연금과 보험을 미리 준비해 놓으면, 노후 준비를 다 한 줄로 생각한다. 그러나 돈이 아무리 많아도 성격이 까다롭고 늘 불평과 원망만 늘어놓으며 무례하기 짝이 없는 노인이라면 그 삶은 정말 팍팍해진다. 그래도 젊었을 때는 이런저런 사회관계 때문에 사람들을 만나고 교제할 수 있지만, 노년에는 그럴 일이 없다. 까다로운 노인 곁에는 그 누구도 가까이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돈만 있으면 다 된다는 생각은 깨끗이 버려야 한다.
괴테는 이렇게 말했다. “인간은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경멸한다.” 일반적으로 사람은 자신의 관점을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다.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일이나 생각은 잘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의 의견이나 생각은 무시하고, 자기 생각만 옳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종종 있다. 새로운 것은 이제 더 배울 필요가 없으며 지금까지 배운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세상 모든 사람이 스마트폰을 사용해도 ‘난 관심 없어.’ 고개를 외면하고, 새로운 가전제품이 나와도 설명서를 들여다보기 귀찮아 되는 대로 쓰다 망가뜨리는 사람도 있다. 모두 배우려는 욕구나 호기심이 현저히 약한 사람들이다. 노인이 걸리기 쉬운 가장 큰 병이다.
랠프 월도 에머슨(Ralph Waldo Emerson)은 이런 말을 했다. “우리는 성장할 뿐 늙지 않는다. 하지만 성장을 멈춘다면 비로소 늙게 된다.” 성장이 멈춘다는 것은 배움에 대한 욕구와 호기심이 사라졌다는 뜻이다. 그것은 단지 세상의 흐름을 쫓아가지 못한다는 뜻만은 아니다. 그것은 모든 것에 마음 문을 닫았다는 뜻이다. 고집불통, 벽창호, 대화가 안 되는 노인네라는 뜻이다.
성경에 보면 강퍅한 마음이 나온다. 강퍅한 마음은 마음 문이 닫힌 사람을 뜻한다. 마음 문이 닫히면 마음의 눈도 닫히고 귀도 닫힌다.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서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지도 못하고, 대화도 통하지 않는다. 심지어 하나님의 말씀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스라엘 족속은 이마가 굳고 마음이 강퍅하여 네 말을 듣고자 아니하리니 이는 내 말을 듣고자 아니함이니라.”(겔3:7) 이스라엘 백성은 마음과 이마가 돌덩어리같이 굳어서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하는 에스겔 선지자의 말을 듣지 않았다. 닫힌 마음은 딱딱하게 굳어서 무감각하다. 신비한 것을 봐도 아무런 감동이 없고, 은혜로운 말씀을 들어도 맹맹하다.
그저 자기 마음 문을 닫고 귀를 막고 있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강퍅한 마음은 공격성까지 드러낸다. 자신과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에게 비판과 험담을 넘어서 폭력성까지 보인다. 애굽의 바로 왕이 마음이 강퍅하여져서 이스라엘 백성을 죽이려 군대를 동원하였다. 이쯤 되면 그 주변에는 정말 개미 새끼 한 마리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황폐해진다. 하나님도 이런 사람에게 두손 두발 다 드신다. “그러므로 내가 그 마음의 강퍅한 대로 버려두어 그 임의대로 행케 하였도다.”(시81:12)
우리는 무엇 때문에 내 마음 문이 닫혀 있는지 자신을 가만 돌이켜 보아야 한다. 때로 육체적인 피로 때문에, 혹은 풀리지 않는 문제 때문에, 삶이 고달파서 마음 문이 닫히기도 한다. 세상이 무미건조하게 보일 때, 마음에 심술보가 가득하여 남들을 비판적으로 바라볼 때 마음이 닫힌다. 관계가 무너지고 나와 생각이 다르다고 느껴질 때 마음이 굳어진다.
이제 우리는 병아리가 알을 깨고 나오듯이 굳어진 마음의 껍질을 깨고 나와야 한다. 매커스 보그(Marcus J. Borg)박사는 이것을 마음의 부화(hatching of the heart)라고 한다. 만일 우리 마음이 부화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살았다 하는 이름은 가졌지만 사실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 내면에 비판적이고 부정적이며 분노로 가득 찬 목소리가 들려오면, 이제 마음의 껍질을 깨야 할 때다. 내가 살기 위해서, 그리고 노년의 삶을 풍요롭게 하기 위해서 마음을 바꾸어야 한다.
노년의 삶에 준비해야 할 것은 돈이 아니라 열린 마음이다. 비록 없이 살고 가난하여도 열린 마음을 가진 할머니 할아버지 곁에는 사람들이 모여든다. 무엇보다도 그런 사람을 하나님은 기뻐하신다. 길가의 굴러다니는 돌멩이가 하는 소리에도 귀를 기울일 줄 아는 사람 (눅19:40) 나귀의 소리에도 죄를 뉘우칠 줄 아는 사람 (민22:28)
마음 문을 열고 타인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 나아가 하나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은 복있는 사람이다. 노인이 아니라 할지라도 나이를 초월하여 열린 마음은 하늘의 복이 차고 넘쳐날 것이다.
볼지어다 내가 문밖에 서서 두드리노니 누구든지 내 음성을 듣고 문을 열면 내가 그에게로 들어가 그와 더불어 먹고 그는 나와 더불어 먹으리라.(계3:20)
내가 오늘 네게 명령한 것을 온전히 따라 마음을 다하고 뜻을 다하여 여호와의 말씀을 청종하면 이 모든 복이 네게 임하며 네게 이르리니(신 28:2, 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