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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gos Brunch Nov 13. 2016

기록하지 말고 먹어라!

에스겔

지금으로부터 2,600년 전 이스라엘은 바빌론에 의해 멸망하였다. 나라가 망하면 백성은 어떤 마음이 들까? 우리나라는 일찍이 일본에 의해 나라가 망한 경험을 가지고 있고, 6.25 전쟁을 경험한 적도 있다. 이런 국난을 겪으신 어른들은 다시 나라가 어지러워질까 봐 걱정이 많다. 그들의 염려를 이해 못 하는 바가 아니다. 나라가 망하면 인권은 사라지고, 경제는 무너지고, 가족은 뿔뿔이 흩어진다.


에스겔은 바로 그런 시대에 살았다. 바빌론은 세 차례(주전 605년, 597년, 586년) 이스라엘을 침공하여 짓밟았다. 1차 침공 때는 다니엘과 그의 친구들이 포로로 잡혀갔고, 2차 때는 여호야긴 왕과 에스겔이 포로로 끌려갔으며, 3차 때는 나라가 망하는 와중에 예레미야는 애굽으로 끌려가 그곳에서 순교하였다. 나라가 기울어가면서 국론은 분열하였고 여기저기서 이말 저말 시끄럽게 떠들어 대었다. 그중에는 참된 선지자도 있었고, 반대로 거짓 선지자도 있었다. 이사야 선지자나 예레미야 선지자는 끊임없이 경고하고 회개를 촉구하였다. 만일 이스라엘이 돌아서지 않는다면, 하나님의 심판과 저주가 임할 것이라고 선언하였다. 그때 거짓 선지자들 역시 성경을 인용하면서 자기들의 논리를 세워나갔다. 하나님이 거하시는 성전이 예루살렘에 있으니 이스라엘은 하나님께서 지켜주실 것이다. 나라가 위기에 처할수록 왕을 중심으로 해서 하나로 뭉쳐야 한다. 왕이 아무리 개떡 같아도 시국이 시국인 만큼 불만이나 국민을 불안케 하는 소리는 하지 마라. 지금은 평안을 이야기해도 모자랄 판인데 저주와 심판을 이야기하는 이사야나 예레미야는 종북세력과 같은 매국노다. 그들은 멸망해 가는 이스라엘 왕 곁에서 쥐꼬리만한 권력을 잃어버리지 않으려고 발악을 하였다. 젊은 에스겔은 이스라엘이 망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참담한 사건들을 똑똑히 보았다.


마침내 이스라엘은 바빌론에 패하고 에스겔은 포로가 되어 바빌론 그발 강가로 끌려갔다. 바빌론 군대의 칼과 창으로 위협받으면서 터덜터덜 걸어가는 발가락 사이로 돌과 자갈이 아프게 그를 찔렀다. 발바닥이 아픈 것보다 마음이 훨씬 더 아팠다. 1,000km나 떨어진 그곳은 말도 다르고 문화도 다른 곳이었다. 고고학자들의 발굴에 의하면, 그발 강은 유프라테스 강과 티그리스 강을 연결하기 위하여 만든 관개용 수로였다. 그곳은 홍수로 폐허가 되는 땅이었다. 사람이 살 수 없는 황폐한 땅에서 노예 같은 삶을 살아가는 에스겔은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었다.


이스라엘은 왜 망했을까?

이스라엘은 과연 회복될 수 있을까?


그때 하나님께서는 에스겔에게 임하여 이스라엘의 멸망 원인을 설명하였다. “내게 이르시되 인자야 내가 너를 이스라엘 자손 곧 패역한 백성, 나를 배반하는 자에게 보내노라 그들과 그 조상들이 내게 범죄하여 오늘까지 이르렀나니.”(겔2:3) 이스라엘이 멸망한 원인은 패역과 배반이었다. 패역(悖逆)은 사람이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를 벗어나 반역하고 거스르는 것을 뜻한다. 그들은 의도적으로 하나님의 뜻을 거역하고 배반하고 반역하였다. 하나님의 말씀을 조롱하고 무시하였다. 참된 선지자 이사야와 예레미야가 하나님의 말씀을 전할 때 “너나 잘 믿어라.” 하면서 돌을 던졌다. 마치 니체처럼 “신은 죽었다. 우리가 신을 죽였다.”고 당당하게 소리쳤다. 이스라엘이 망한 이유는 저들이 하나님께 등을 돌렸기 때문이다.


포로로 끌려온 에스겔은 소망을 찾을 수 없었다. 하루하루 먹고사는 것이 큰 걱정인 그곳, 사람으로서 마땅히 받아야 할 대우는 눈 씻고 찾을 수도 없었다. 아무도 그들을 중히 여기지 않았다. 과연 이 황무한 곳에서, 앞이 전혀 보이지 않는 깜깜 절벽에서 소망은 있을까? 이스라엘은 회복될 수 있을까?


그때 ‘하늘이 열리고” 하나님께서 에스겔에게 나타나셨다. (겔1:1) ‘하늘이 열리고’라는 표현은 구약에서 단 한 번밖에 나타나지 않는 표현이다. 전후좌우 사방이 꽉 막히고, 출구가 보이지 않는 흑암 속에서 하나님은 하늘 문을 여셨다. 그리고 에스겔에게 말씀하셨다. “인자야 너는 발견한 것을 먹으라 너는 이 두루마리를 먹고 가서 이스라엘 족속에게 말하라 하시기로 내가 입을 벌리니 그가 그 두루마리를 내게 먹이시며 내게 이르시되 인자야 내가 네게 주는 이 두루마리를 네 배에 넣으며 네 창자에 채우라 하시기에 내가 먹으니 그것이 내 입에서 달기가 꿀 같더라.”(겔3:1-3)

에스겔의 환상 - 마테우스 메리안 작품(1625-1630)

성경학자들은 하나님의 두루마리를 먹는 에스겔 선지자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몰라 당황하였다. 대개 하나님의 말씀은 듣거나 읽거나 이해하거나 연구하기 위하여 공부할 뿐이지 먹지는 않는다. 그런데 성경에 두루마리를 먹는 장면이 또 나타난다. “만군의 하나님 여호와시여 나는 주의 이름으로 일컬음을 받는 자라 내가 주의 말씀을 얻어먹었사오니 주의 말씀은 내게 기쁨과 내 마음의 즐거움이오나”(렘15:16) 예레미야 역시 에스겔과 거의 동시대에 활동했던 선지자로서 가슴 답답함을 경험하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에스겔처럼 하나님의 말씀을 먹었다.


요한계시록에 보면 밧모섬에 유배당한 사도 요한에게 두루마리를 먹으라고 명하는 장면이 나온다. “내가 천사에게 나아가 작은 두루마리를 달라 한즉 천사가 이르되 갖다 먹어 버리라 네 배에는 쓰나 네 입에는 꿀 같이 달리라 하거늘 내가 천사의 손에서 작은 두루마리를 갖다 먹어 버리니 내 입에는 꿀 같이 다나 먹은 후에 내 배에서는 쓰게 되더라.”(계10:9-10) 사도 요한이 밧모섬에 유배당할 때는 로마의 핍박이 극심할 때였다. 그는 밧모섬에서 일곱 가지 재앙에 대한 무시무시한 환상을 보았다. 요한은 자신이 본 것을 바삐 기록하고 있는데 하늘에서 힘센 천사가 내려와 사자가 부르짖는 것처럼 소리쳤다. “기록하지 말고 이 두루마리를 먹어라.”(계10:4,9-10)

알브레히트 뒤러 작

종교개혁이 일어나기 직전 독일의 화가 알브레히트 뒤러(ALBRECHT DÜRER, 1471-1528)는 계시록을 목판화 연작으로 발표하였다. 그는 화가로 불리워지기 보다 지식인으로 불리기를 원하였다. 그만큼 그는 의식이 있는 지식인이었다. 그는 당시 독일의 상황을 계시록에 빗대어 설명하고 싶어 했다. 그는 요한계시록 전체를 15장의 작품으로 압축하여 표현하였는데 그중에 사도 요한이 두루마리를 먹는 장면을 포함하였다. 그가 생각할 때 하나님의 책을 먹는 것은 굉장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였다.


그렇다면 과연 하나님의 두루마리를 먹는 것은 무슨 뜻이 있을까? 보훔(Bochum)대학의 구약학 교수인 Klara Butting은 이렇게 해석하였다. “한 권의 책이 에스겔을 선지자로 만들었다. 자기가 받은 책을 통째로 자기 것으로 만든 후 그는 선지자가 되었고, 그리하여 마침내 그의 예언은 우리 성경의 일부가, 즉 에스겔서가 되었다. 이 일을 한 대가로 그는 많은 민족의 선지자가 된다.” 그러니까 Klara 교수는 하나님의 말씀을 완벽하게 소화해서 비록 기록하지 않았다 할지라도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 곧 하나님의 말씀이 되도록 하라는 뜻으로 이해하였다. 그러므로 에스겔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곧 하나님의 말씀이요, 그것은 에스겔서가 되었다.

Klara Butting

유진 피터슨 (Eugene H. Peterson) 목사는 그의 책 “이 책을 먹으라”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먹는 것은 단순히 읽고 이해하고 완벽하게 소화하는 것을 넘어서 삶으로 말씀을 실천하는 단계로 그 의미를 확장하였다. 기독교는 책의 종교다. 기독교는 하나님께서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문법에 맞게 글자를 나열하여 뜻을 전하는 계시의 책인 성경을 믿는 종교다. 그러므로 주문처럼 중얼거리며 암송하거나, 아무 생각 없이 그저 읽기만 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그 성경을 배우고 연구하고 나아가서 그것을 흡수하고 소화해야 하며 더 나아가서 그 말씀을 육화(肉化)하여야 한다. 요즘 영성이란 말을 많이 사용하는데 진정한 영성은 말씀을 소화하고 그 말씀을 삶으로 실천하는 것이다. 말씀과 아무 상관 없이 꿈이나 환상이나 무슨 신비한 체험을 통하여 하나님을 경험하는 것(그런 식으로 하나님을 경험하는 것이 가능하지도 않지만)을 영성이라 하지 않는다.


하나님은 심각한 위기에 처한 에스겔, 예레미야, 사도 요한에게 말씀을 먹으라고 하였다. 소망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고 갈등하는 에스겔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먹고 그 말씀대로 살라고 하였다. 말씀을 삶으로 살아내는 일은 어찌 보면 매우 작고 보잘것없는 일 같아 보이지만, 그것이 바로 이스라엘을 회복하는 길이다. 그리스도인 한 사람 한 사람이 말씀대로 살아가는 모습을 보일 때 무너진 나라가 다시 회복될 수 있다.


우리는 오늘 성찬식을 거행한다. 성찬식은 예수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먹고 마시는 것이다. 성찬은 거룩한 예식이긴 하지만, 그것이 단지 거룩한 예식으로 끝난다면, 우리에게 아무런 유익이 없다. 예식 그 자체가 부적처럼 우리에게 효과를 발휘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스도의 몸을 먹고, 그리스도를 마음에 모시고 있다면, 예수 그리스도처럼 삶을 살아야 하지 않을까? 성찬의 진정한 의미는 그리스도의 십자가 정신을 이제 삶으로 옮겨내겠다는 결의요 다짐이다.

요즘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로 나라가 온통 시끄럽다. 그런데 나는 이것이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로 보이지 않고 ‘기독교 게이트’로 보인다. 최태민이 사이비 목사라고 말하며 기독교와 무관한 것처럼 말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대한예수교장로회 종합총회에서 신학을 공부한 적도 없고 교회에 다니지도 않은 최태민에게 돈을 받고 목사 안수를 준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반공이란 구호만 내세우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받아들이는 기독교의 모습은 최태민 현상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최태민이 반공의 깃발을 내세우며 대한구국선교단을 만들었을 때 최태민의 실체를 자세히 살펴보지도 않고 당시 총회장급 목사들이 대거 참여하였다. 최태민은 목사들에게 10만 원씩 나누어 주며 돈을 펑펑썼다고 한다. 어떤 분은 최순실이 집사라고 하는데 과연 어느 교회 집사인지 확인한 바 없지만, 그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이건 명백히 기독교 게이트라 할 수 있다.


그동안 교회가 가르쳐 온 것이 무엇인가? 기복 신앙과 성공 제일주의를 가르쳐왔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권력이 있고, 지식이 있고, 명예가 있으면 기독교인들은 그 배에 욕심으로 가득 채웠다. 하나님의 말씀을 채워야 하는데 물질 욕심으로 가득 채우면서 예수 잘 믿어 복 받은 것이라고 자랑하였다. 사상적으로는 반공이 기독교 교리인 줄 생각하여 보수 우파의 논리에 함몰되어 무조건 맹종하고 따랐다. 지금 최순실 사태는 그동안 기독교가 음으로 양으로 뿌려놓은 악한 사상의 열매이다. 이렇게 계속 나간다면 누가 무슨 말을 해도 나라는 망할 것이다. 이사야 예레미야 선지자가 염려했던 그 사태가 우리나라에서도 일어날 것이다.


정말 회복을 원한다면, 하나님의 말씀을 먹어야 한다. 하나님의 말씀을 읽기만 하지 말고, 하나님의 말씀을 연구하는 것으로 멈추지 말고, 하나님의 말씀을 삶 속에서 그대로 실천해야 한다. 각자가 처한 위치에서, 권력이 있으면 바로 그 자리에서, 지식이 있고 명예가 있으면 바로 그 자리에서, 자기 욕심 차리느라 온갖 부정부패를 일삼지 말고 이제라도 늦지 않았으니 예수 그리스도의 삶을 살아내야 한다. 이 어두운 세상에서 그리스도인이 빛으로 살지 않는다면 누구보고 빛으로 살라고 할 것인가? 캄캄하고 답답하고 전후좌우 사방이 꽉 막혔을 때 하늘 문을 여시고 하나님은 우리에게 말씀하신다.

“기록하지 말고 먹어라. 그리고 그 말씀대로 살아봐라. 그게 바로 너희들의 희망이다.”


참고자료

1. "이책을 먹으라" / 유진 피터슨 지음 / 양혜원 옮김 / IVP / 2011년

2. "에스겔 어떻게 읽을 것인가?" / 이학재 지음 / 성서유니온 / 2002년

3. 알브레히트 뒤러, 요한계시록 판화연작 연구 / 안용준 씀 / "예술적 창조성과 영성" / ARTMISSION / 2012년

4. "교수대 위의 까치" / 진중권 지음 / 휴머니스트 / 2009년

5. 최태민의 대한구국선교단, 주류 교단 목사 다수 참여 / 이은혜 기자 / 뉴스앤조이 / 2016년 10월 27일 기사

6. 한국교회, 1970년대 최태민 구국선교단 '접촉금지령' / 국민일보 / 2016년 11월 9일 기사

7. 최태민의 대한구국선교단 창설은 박정희 지시 / 이승규 기자 / 노컷뉴스 / 2016년 10월 29일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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