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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gos Brunch Dec 22. 2016

기독교 보수주의

새누리당이 분당하면서 진짜 보수, 가짜 보수 논쟁이 벌어졌다. 사전을 살펴보았다. 보수주의란 급격한 변화를 피하고 현 체제를 유지하려는 사상이나 태도라고 한다. 보수주의에는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심리적 보수주의고 다른 하나는 이데올로기적 보수주의다. 심리적 보수주의는 심리적으로 변화를 싫어하는 태도다. 그냥 변화가 싫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간단하다. 지금 이대로가 좋으니 구태여 바꾸려 하지 말라. 그렇다면 현 정권을 보호하려는 친박 세력은 심리적 보수주의라고 말할 수 있다.


이데올로기적 보수주의는 1789년 프랑스 혁명 과정에서 발생하였다. 당시 시민 세력은 귀족계급의 정치를 타파하고 민주주의를 이루려 하였다. 계몽주의 철학자들이 시민을 깨우고 교육하여 사상적으로 무장하자, 귀족계급 역시 지배 체제를 정당화하기 위한 사상이 필요하였다. 1790년 에드먼드 버크(Edmund Burke, 1729-1797)는 <프랑스 혁명에 관한 고찰>이란 글에서 보수주의 철학을 설명했다. 놀랍게도, 지금까지 버크가 전개한 보수주의 중심 논지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1) 


1. 역사와 전통

제일 먼저 내세운 것이 역사와 전통이다. 그는 역사에 대한 절대적 신뢰를 가지면서 역사를 통하여 내린 결론은 무조건 따라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신들의 조상을 되돌아보지 않는 사람들은 결코 후대를 전망하지 않는다.” - 버크


2. 편견과 이성

여기서 자연스럽게 편견이라는 개념이 등장한다. 버크는 편견이란 모든 종류의 앎, 이해, 감정의 정수라고 한다. 편견이란 전통 속에 존재하는 권위와 지혜를 익혀서, 어떤 위기의 순간에 본능적으로 무엇이 옳은지를 선택하게 하는 힘이라고 설명한다. 


3. 권력과 권위 

그는 나아가 권위와 권력에 복종하는 것은 체제와 질서를 유지하는 최선의 길이라고 주장한다.

인간의 성향은 종종 억제되어야 하고 의지는 통제되어야 하며, 정념은 굴복되어야 한다.” - 버크


4. 자유와 평등

버크는 자유와 평등은 절대적으로 함께 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자유는 개인과 가족의 재산을 보호하는 것이지만, 평등은 공동체를 위하여 개인 재산을 강제적으로 나누는 것이다. 프랑스 혁명은 인민에게 자유일지 모르지만, 귀족 계급에는 약탈이다. 


5 재산과 생명 

버크는 여기서 보수주의가 가치 있게 생각하는 재산과 생명권을 강조한다.

프랑스 혁명은 재산권에 대한 경멸이며 이는 프랑스를 파괴하고 전 유럽을 급박한 위험 속에 몰아넣게 된 모든 사악함을 조장하였다.” - 버크

1915년 모어는 “문명인에게 재산권은 생명권보다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6. 종교와 도덕

버크는 종교와 도덕이 체제를 유지하고 사회 혼란을 막아준다고 주장한다. 그는 영국 왕을 수장으로 모시는 성공회 교인으로서 종교야말로 보수주의에 든든한 오른팔이라고 생각하였다. 2)


버크는 보수주의 중심사상으로 역사와 전통, 편견과 이성, 권위와 권력, 자유와 평등, 재산과 생명, 종교와 도덕을 강조함으로 체제를 유지하고 보전할 수 있다고 보았다. 이데올로기적 보수주의나, 심리적 보수주의는 결국 체제를 안정시키고 가능한 한 변화를 거부한다는 면에서 똑같다.

그러면 기독교는 보수주의인가?

기독교를 버크가 주장하듯 권력을 유지하고 옹호하기 위한 보수주의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기독교는 분명히 지키고 보전해야 할 진리가 있다는 측면에서 보수주의라고 할 수 있다.


1. 보수주의자 모세

일찍이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에게 지키고 따라야 할 율법을 주셨다. 성경 역사는 하나님의 법을 어떻게 수호하고 지키느냐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애굽에서 나와 시내 산에 도착했을 때 하나님께서는 새로운 나라를 이루기 위한 법을 주셨다. 그때 기록한 말씀이 출애굽기 20장부터 레위기와 민수기다. 그로부터 40년이 흐른 뒤 광야생활을 마치고 가나안 땅에 들어서기 직전, 모세는 이스라엘 백성에게 다시 한번 하나님의 율법을 가르쳐야 할 필요를 느꼈다. 정확히 한 세대가 지났을 뿐인데 하나님의 율법은 벌써 왜곡되어 무거운 짐으로 바뀌었다. 그들은 율법주의에 빠져버렸다. 모세는 죽음을 앞두고 마지막 고별설교를 하였다. 그것이 바로 신명기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에게 주신 율법의 원뜻은 그들이 행복하고 윤택하게 살기 위하여 주신 것임을 강조하였다. 율법은 억지로 지켜야 할 차가운 법이나,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행복하게 살도록 하기 위한 하나님의 배려다.  모세는 자신의 생명을 다해 하나님의 율법을 온전히 보전하고 싶어 했다. 그런면에서 모세는 보수주의자다. 동시에 왜곡된 현실을 바로 잡으려는 개혁주의자다. 


2. 보수주의자 선지자들

그러나 타락한 인간은 하나님의 진리, 하나님의 율법을 오용하고, 변경하면서 자신들 유리한 대로 해석하였다. 결국, 사법 제도는 무너지고, 경제 정의는 사라지고 오직 기득권층을 보호하는 법으로 전락하였다. 구약의 선지자들은 죽음을 각오하고 하나님의 율법이 가지고 있는 원래 의미를 보수하고자 노력하였다. 선지서는 곧 신명기를 해석하는 책이다. 선지자들은 하나님의 율법을 왜곡하지 말라고 외쳤다. 권력을 쥐고 있는 권세자들은 선지자들을 미워하고 핍박하며 죽였다. 그런 의미에서 선지자는 완고한 보수주의자다. 동시에 불의한 이스라엘을 바로 세우려는 개혁주의자다. 


3. 보수주의자 예수님

예수님도 선지자들과 연장선상에서 같은 가르침을 주셨다.(눅20:1-19) 예수님은 처음부터 하나님 나라를 선포하셨다. 예수님은 “너희가 ~을 들었으나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라는 형식으로 율법의 의미를 다시 설명하여 회복시켰다. 그런 면에서 예수님은 하나님의 진리를 보수하는 보수주의자다. 동시에 온 몸으로 죄악된 현실을 깨뜨리려는 개혁주의자다. 


4. 보수주의자 초대교인들

초대교회 성도들 역시 하나님 나라를 세우는데 큰 관심을 가졌다. 그들은 로마 제국에 대해서는 별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그들은 하나님의 진리(법)를 따라 살고자 힘을 다하였다. 흔히들 로마서 13장 1절의 말씀 “각 사람은 위에 있는 권세들에게 복종하라.”는 말씀을 세상 권세에 복종하라고 가르치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로마서 앞뒤 문맥을 잘 살펴보면, 그 말의 의미가 전적인 복종이 아니라 매우 제한적인 복종임을 알 수 있다. 사도바울이 말하는 로마서 13장 1절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로마서 12장을 살펴보아야 한다. 바울은 로마서 12장 14절에서 이렇게 권고한다. “여러분을 박해하는 사람들을 축복하십시오. 저주하지 말고 복을 빌어주십시오.” 바울은 그리스도인을 핍박하는 로마 제국주의 문제를 거론하였다. 그리고 로마서 13장 1절 바로 앞에 “악에게 지지 말고 선으로 악을 이기라.”(롬12:21)고 말하면서 권세에 복종하는 법을 설명하였다. 3) 사도 바울은 세상 권세를 악으로 보았다. ‘악한 세상 권세에 절대 지지 말라. 선으로 악을 이기는 것이 바로 세상 권세에 복종하는 것과 같다.’ 뜻 없이 세상 권세에 복종하는 것은 그리스도인의 모습이 아니다. 그러므로 앞뒤 문맥을 따지지 않고 무조건 세상 권세에 복종하라고 가르치는 자는 버크와 같이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체제를 안정시키고 자기들의 기득권을 보호하려는 이데올로기 보수주의자들뿐이다.


그리스도인이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세상 권세가 아니라 하나님의 권세다. 그들은 세상 권세와 하나님의 권세가 부딪힐 때 두 번 생각할 것도 없이 하나님의 명령에 순종하였다.

하나님 앞에서 너희의 말을 듣는 것이 하나님의 말씀을 듣는 것보다 옳은가 판단하라.” (행4:19)

초대 교회 성도들이 세상 권세에 절대적으로 순종했다면, 박해받을 이유는 하나도 없다. 초대 교회 성도들은 세상 권세를 결코 좋은 시각으로 보지 않았다.

우리의 씨름은 혈과 육을 상대하는 것이 아니요. 통치자들과 권세들과 이 어둠의 세상 주관자들과 하늘에 있는 악의 영들을 상대함이라.”(엡6:12)

사도바울은 세상의 통치자들과 권세를 하늘에 있는 악의 영들과 같은 급으로 보았다. 요한계시록 13장에서 사도 요한은 세상 권력을 짐승으로 묘사하고 있다.


그리스도인은 세상 권세가 아닌 하나님 나라 시민으로서 하나님 나라를 이 땅에 이루어 보려고 힘쓰는 자들이다. 그리스도인은 세상의 보수 우파 정치가들이 외치는 체제 안정과 보호를 위한 종이 아니다. 초대 교인들은 로마 제국이 아닌 하나님 나라를 위하여 부르심을 받은 자들이다. 그들은 하나님 나라를 이루어 보고자 이 땅에서 몸부림치며 싸우다 핍박받고 순교하였다.


5. 정치적 보수 우파 기독교

불행하게도 콘스탄틴 황제가 기독교를 공인하면서 상황이 변하였다. 콘스탄틴이 만들고자 한 것은 결코 하나님 나라가 아니었다. 그는 로마 제국의 평화(Pax Romana) 아래 모두 머리 숙이고 들어오라고 하였다. 하나님의 통치가 아닌 로마 황제의 통치다. 세상 권세와 손잡은 기독교는 그때부터 정치적 우파 보수주의로 변신하였다. 기독교 보수 우파는 세상 정치가를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신뢰하며 그들에게 사회 문제를 모두 맡겼다. 단지 가정과 성적인 문제만 관심을 가질 뿐, 다른 것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이번 미국 대통령 선거에 존 맥아더를 비롯한 기독교 보수주의자들이 트럼프를 지지한 이유는 간단하다. 트럼프가 낙태와 동성애를 반대하였기 때문이다. 다른 사회 문제는 상관하지 않았다.


성경에서 하나님 나라를 이루기 위하여 애쓰던 모세와 선지자들과 예수님이 가르치신 내용은 무엇이었던가? 가난한 사람을 착취하는 것, 부패한 권력의 횡포, 사법 정의의 오남용, 약하다고, 인종이 다르다고, 피부가 다르다고 차별하는 것을 없애기 위하여 생명 내걸고 싸우지 않았던가! 언제부터 성적인 투쟁이 하나님 나라를 이루는 일이 되었는가! 정치적 기독교 보수주의는 참으로 저급하고 단순하기 짝이 없다.


6. 보수 우파 기독교의 회개

1974년 7월 16일 전 세계 150여 개국 3천 7백 명의 복음주의자들이 모여 로잔 언약을 작성하고 승인하였다. 지금까지 정치적 우파 보수주의 이데올로기 역할을 청산하고 기독교 본연의 모습을 회복하자는 작은 몸짓이었다. 로잔 언약 내용 중 '그리스도의 사회적 책임'을 서술하였다.

우리는 하나님께서 모든 사람의 창조자이시며 심판자이심을 믿는다. 그러므로 우리는 인간 사회 어디에서나 정의와 화해를 구현하고 인간을 모든 종류의 억압으로부터 해방하려는 하나님의 권면에 참여하여야 한다. 사람은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창조되었기 때문에 모든 사람은 인종, 종교, 피부색, 문화, 계급, 성별 또는 연령의 구별 없이 본연의 존엄성을 지니고 있으며, 따라서 사람은 서로 존경하고 섬김을 받아야 하며 착취를 당해서는 안 된다. …

사람과의 화해가 곧 하나님과의 화해는 아니며, 사회적인 활동이 곧 전도는 아니며, 정치적 해방이 곧 구원은 아닐지라도, 우리는 복음 전도와 사회-정치적인 참여가 그리스도인의 의무의 두 부분이라는 것을 확신한다. …

구원의 내용(message)은 모든 종류의 소외와 억압과 차별에 대한 심판의 내용을 포함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악과 부정이 있는 어느 곳에서나 그것을 고발하는 일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1989년 7월 약 170여 개국에서 3,000여 명이 모여 로잔 마닐라 선언을 한다.

“우리는, 정의와 평화의 하나님 나라를 선포함으로써 개인적인 것이든 구조적인 것이든 모든 불의와 억압을 고발하고 이러한 예언자적 증거에서 물러나지 않을 것을 고백한다.”(제9항)


기독교는 하나님의 나라를 이루는 데 근간이 되는 하나님의 법을 지키고 보전하는 의미에서 보수주의임이 틀림없다. 동시에 하나님의 법이 왜곡되고 변경되는 것을 다시 수정하고, 세상의 죄악 된 권세가 오용하는 불의와 억압적 체제를 고발하고 하나님 나라를 선포하는 면에서는 개혁주의다.


주(註)

1. 보수주의 / 로버트 니스벳 지음 / 강정인 옮김 / 이후 / 2012년 / 17쪽

2. 로버트 니스벳이 쓴 보수주의를 요약하였다.

3. 바울이 로마서를 쓸 때는 장과 절을 구분하지 않고 하나로 이어서 썼다. 장, 절을 구분한 것은 후대 학자들이 읽기 편하도록 임의로 만든 것이다. 따라서 로마서 13장 1절을 12장과 분리하여 읽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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