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ogos Brunch Sep 15. 2015

고문을 허용해야 하나?

앨런 더쇼비츠(Alan M. Dershowitz, 1938~)는 28살 나이로 하버드 로스쿨 역사상 최연소 정교수가 되었다. 더쇼비츠 교수는 교수로서 까다로운 사건들을 변호하기를 좋아하는데 15건의 살인 사건을 맡아 13건을 무죄판결로 이끌어냈다. 그중에 유명한 사건이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미국 축구 스타 OJ 심슨의 변호다.그는 형사 소송하는 중에 검사의 미움을 받아 기소된 변호사들을 변호하는 것으로도 유명하여 미국 법조계 최후의 보루라는 평가를 받기도 하였다.

그가 주장한 이론 중에 “시한폭탄 예외”라는 것이 있다.

‘무고한 사람을 수천 명 죽일 수 있는 학교나 병원 같은 곳을 폭파하려는 테러리스트를 체포하였다. 이제 불과 2,3시간 후면 폭파하는데 체포된 사람은 입을 열려고 하지 않는다.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Alan M. Dershowitz

더쇼비츠 교수는 ‘시민들의 생명이 개인의 인격보다 중요하다’고 주장하면서 제한적으로 고문을 가해도 된다고 하였다. 매우 공리주의적인 생각(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실현코자 하는 윤리)이다. 더쇼비츠 교수는 1회에 한하여 고문 영장을 발부받아 소독된 바늘을 피의자의 손톱 밑에 집어넣는 고문을 허용하자고 주장하였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과연 최대 다수의 행복을 위해 소수의 몇 사람 정도는 희생해도 괜찮을까? 타인에게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가해 원하는 정보나 반응을 얻어내는 고문의 방법은 인류 역사만큼이나 오래되었다. 조선 시대 때 “네 죄를 네가 알렸다.” 하며 정강이 뼈가 부러지도록 주리를 틀거나 곤장을 치는 일은 허다했다. 인간이 다른 인간을 얼마나 비인간적으로 괴롭히고 고문하는지 그 방법이 얼마나 치졸하게 발전해왔는지를 알면 모두 깜짝 놀랄 것이다. 전기 충격, 구타, 강간, 모욕, 모의 처형, 불로 지지기, 수면 박탈, 물고문, 장시간 괴로운 자세 유지하게 하기, 펜치, 약물투여 등등. 어느 나라 헌법이나 기본적으로 고문을 금지하고,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대한민국 헌번 12조 2항) 그렇지만 아직도 고문은 비밀리에 자행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더쇼비츠 교수의 주장처럼 최대 다수의 행복을 위해 소수는 희생해도 괜찮은 건가? 공리주의적 측면에서 보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좀 더 주의 깊게 생각해보자.

1. 고문당하는 사람은 고통 때문에 아무렇게나 허위 자백하는 경우는 허다하다. 그렇게 되면 그 자백을 확인하느라 시간만 낭비하게 된다.

2. 한 번 고문을 허용하면 두 번 세 번은 허용하지 않을까?

일본에 강제징용된 한국인들. 중노동에 못견디어 탈출을 기도하자 매질을 당해 온몸에 상처가 보인다.  

1984년 유엔 고문방지협약이 채택된 후 지금까지 155개국이 이를 비준했다. 그렇지만 이 협약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국제앰네스티는 ‘고문 중단 Stop Torture’ 캠페인을 시작하면서 <2014 고문 : 30년간 지켜지지 않은 약속>을 발표했다.

존 매케인

베트남 전쟁에 참여하였다가 포로가 되어 고문을 경험했던 존 매케인(John Sidney McCain III, 1936~)은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나서기도 하였다. 비록 정치노선은 보수주의지만 그는 자신의 경험을 근거로 해서 아주 논리정연하게 고문을 반대하고 있다. '빈 라덴의 죽음과 고문을 둘러싼 논쟁’이라는 사설의 결론 부분에 그는 이렇게 말한다.

궁극적으로 이것은 공리주의적인 논쟁 이상의 것이다. 이것은 도덕적 논쟁이며, 우리의 정체성과 관련한 것이다. 우리는 전쟁을 통해 폭력, 혼란, 비탄을 경험하고 박탈, 잔인함, 상실에 시달리지만, 우리는 여전히 미국이며, 우리를 파괴하려는 자들과는 다르고 더 강하며 더 나은 나라 미국인 것이다."

그는 자유 민주 국가의 국민으로서의 강한 자부심을 가지고 테러를 자행하고, 고문하는 자들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기초를 가지고 있음을 천명하고 있다. 인간은 인간적인 대접을 받아야 한다. 그가 아무리 보잘것없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설령 그가 범죄자라 할지라도 그는 인간적인 대접을 받아 마땅한 권리를 가지고 있다. 매케인의 말대로 이건 공리주의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이건 도덕적인 문제이다.


누구도 고문 또는 잔인하고 비인도적이며 모욕적인 취급 또는 형벌을 받아서는 안 된다. <세계인권선언 5조>


2014 고문 : 30년간 지켜지지 않은 약속 http://amnesty.or.kr/campaign_library/8922/

고문에 반대하는 보수주의자 존 맥케인 http://deulpul.net/3656205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