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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gos Brunch Jan 30. 2017

하나님이 주신 숙제

신명기

우리 민족은 흔히 백의민족이라고 한다. 하얀 옷을 즐겨 입어서 그렇게 부르기도 하지만, 그 말 속에는 우리 민족이 비교적 순수한 혈통을 보존하고 있다는 뜻도 포함되어 있다. 그렇다면 이스라엘 민족은 어떠할까? 그들은 선택받은 민족이라고 늘 주장한다. 그들의 혈통은 순수할까? 구약을 잘 읽어보면 혈통의 순수함을 찾기 쉽지 않다. 아브라함을 비롯한 족장들은 혈통의 순수함을 유지하려고 노력하였다. 고향에 돌아가서 며느리를 얻는 노력을 보였다. 


그러나 요셉이 애굽으로 내려가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요셉은 애굽 제사장의 딸과 결혼하였다. 야곱의 가족이 애굽에 내려가서 누구와 결혼했을까? 가족혼을 하지 않은 이상 이방 족속과 결혼하였음은 상식적인 추론이다. 그들에게 혈통의 순수성은 큰 의미가 없다. 애굽에서 나올 때도 수많은 잡족이 따라 나왔다. (출12:38) 하나님께서도 저간의 사정을 다 살피시고 시내 산에서 율법을 주었다. 

"너는 이방 나그네를 압제하지 말며 그들을 학대하지 말라. 너희도 애굽 땅에서 나그네였음이라."(출22:21) 

아브라함도 늘 고백하기를 나그네라고 하였다. (창23:4)


하나님이 선택하신 민족은 이 세상에 제대로 발붙이지 못하고 사는 나그네 같은 사람을 선택하셨다. 혈통의 순수함도 없는 천하디천한 애굽의 노예들을 선택하셨다. 왜 하나님은 이런 사람들을 선택하셨을까? 그건 이스라엘 민족이 생각하는 것처럼 도덕적으로 훌륭해서도 아니고, 신앙심이 있어서도 아니다. 가능성이 전혀 없는 밑바닥 인생을 일으켜 하나님의 큰 나라를 만드시기 위한 하나님의 원대한 계획 때문이었다. 하나님은 그렇게 능히 하실 수 있는 분이시다. 


모세는 가나안 땅에 들어가기 전에 이스라엘 백성에게 고별 설교를 하였다. 

“너희는 지켜 행하라 이것이 여러 민족 앞에서 너희의 지혜요 너희의 지식이라 그들이 이 모든 규례를 듣고 이르기를 이 큰 나라 사람은 과연 지혜와 지식이 있는 백성이로다 하리라. 우리 하나님 여호와께서 우리가 그에게 기도할 때마다 우리에게 가까이하심과 같이 그 신이 가까이함을 얻은 큰 나라가 어디 있느냐? 오늘 내가 너희에게 선포하는 이 율법과 같이 그 규례와 법도가 공의로운 큰 나라가 어디 있느냐”(신4:6-8)

본문에 큰 나라란 단어가 세 번 반복된다. 흔히들 큰 나라라 하면 땅이 크거나, 사람이 많거나, 무기가 강력하거나, 돈이 많은 경우를 말한다. 그러나 하나님이 보실 때 큰 나라는 전혀 다르다. 하나님이 생각하시는 큰 나라에서는 법이 공평하고 공의롭게 집행된다. 권력 있다고 제멋대로 행하지 않는다. 억울하게 눈물 흘리는 사람이 없고, 가난하다고 무시당하는 사람 없고, 이방 나그네라고 학대받는 일이 없는 나라가 큰 나라다. 하나님은 공정한 법 집행을 강조하였다. 


하나님 나라는 하나님의 법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그러므로 애굽에서 구원하여 시내 산에 인도한 후 제일 먼저 한 것은 언약식이다. 하나님과 이스라엘 백성이 하나 되는 언약식, 결혼식을 하였다. 구약 선지자는 그 언약식을 계속 반복 강조한다. 

"내가 너희 조상들에게 준 땅에서 너희가 거주하면서 내 백성이 되고 나는 너희 하나님이 되리라."(겔36:28)

"내 율례를 따르며 내 규례를 지켜 행하게 하리니 그들은 내 백성이 되고 나는 그들의 하나님이 되리라."(겔11:20)


이제 이스라엘은 하나님의 백성이다. 하나님의 백성으로, 하나님의 자녀로, 하나님의 부인으로 살아갈 때 가장 중요한 것이 하나님의 법(율법)이다. 율법의 핵심은 “우상숭배 하지 말라!”다. 

"나 외에는 다른 신들을 네게 두지 말지니라."(신5:7)

너는 나와 결혼했으니 절대 딴 남자에게 마음을 두지 말라는 뜻이다. 세상 나라가 어떻게 살아가든 그들의 삶의 방식, 그들의 규칙을 따르지 말라는 뜻이다. 


하나님이 이스라엘에 요구하는 것은 하나다. 너도 나처럼 되어라!

“나는 너희의 하나님이 되려고 너희를 애굽 땅에서 인도하여 낸 여호와라. 내가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하라.”(레11:45) 

내가 거룩하니 너도 거룩하라. 내가 사랑이니 너도 사랑이어라. 내가 은혜니 너도 은혜이거라. 거룩이란 말 자체가 구별이다. 그들이 특별해서, 훌륭해서 구별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그들을 자녀 삼았으니 이제부터 구별된 삶을 살라는 것이다. 세상과는 다른 길, 다른 삶, 다른 태도를 가져야 한다. 너희는 하나님의 자녀다!


애굽의 바로는 자신이 곧 하나님의 자녀라고 주장하였다. 다른 사람은 그냥 사람이고 자신은 신의 아들이니 모두 무릎 꿇고 경배하라고 요구하였다. 고대 제국이 다 그런 요구를 한다. 현대에도 돈 좀 있고, 권세 있으면, 특별하다고 생각한다. 자기 멋대로 해도 모든 것이 용납되는 줄 생각한다. 그런데 애굽에서 제일 낮은 계급, 천하디천한 천민들에게 말씀하셨다. "아니다! 하나님의 자녀는 바로가 아니라 바로 너희다.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밑에 사람 없다. 모든 사람이 다 하나님의 자녀다!" 당시로써는 정말 혁명적인 사고방식이다. 인권에 대해 말하는 사람은 출애굽기를 보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하나님께서 주신 율법을 잘 살펴보면, 의미는 분명하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 - 행복 추구권을 보장한다. 너희가 모두 세상에서 헐벗고 천대받고 외면받는 나그네요, 노예요, 천민이었으니 너희들끼리는 제발 차별하는 짓거리 하지 말아라! 그것이 하나님께서 꿈꾸신 큰 나라다. 그러므로 세상에서 제일 낮고 천한 그들을 부르셔서 하나님의 법에 절대 순종하도록 가르치고 훈련시켰다. 세상 사고 방식으로는 절대 만들 수 없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세상 사고 방식에 물들면, 하나님의 나라는 만들 수 없으므로 하나님은 하나님의 법에 순종을 요구하였다. 


시내 산에서 언약식을 하고 이스라엘 백성을 이끌고 불과 열 하루 만에 가나안 땅 제일 남단 가데스바네아에 도착하였다.  그리고 하나님은 말씀하셨다. 

너희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이 땅을 너희 앞에 두셨은즉 너희 조상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너희에게 이르신 대로 올라가서 차지하라 두려워하지 말라 주저하지 말라.(신1:21)

하나님께서는 지금까지 이스라엘 백성에게 온갖 기적과 이적을 다 보여주셨다. 세계 초강대국 애굽에서 10가지 재앙으로 그들을 꼼짝 못 하게 무릎 꿇리는 것을 보았다. 홍해를 가르고 애굽의 최정예 군인을 모두 수장시키는 것도 보았다. 반석에서 물을 내고, 하늘에서 만나와 메추라기를 보내시는 것도 보았다. 낮에는 구름 기둥 밤에는 불 기둥으로 인도하는 것도 보았다. 변변한 무기도, 군사훈련도 받지 않았던 이스라엘이 아말렉과 전쟁에서 모세의 기도로 승리하는 것도 보았다. 이스라엘은 그 짧은 시간에 하나님의 능력이 얼마나 크고 위대한지를 다 보고 경험하였다. 하나님께서 그것을 다 보이신 후에 가나안 땅을 주겠으니 들어가 차지하라고 말씀하셨다. 뒤에는 내가 있으니, 전쟁의 승패가 다 나에게 있으니 들어가라고 명령하였다. 


그런데 이스라엘 백성은 이렇게 말하였다. 

“너희가  내 앞으로 나아와 말하기를 우리가 사람을 우리보다 먼저 보내어 우리를 위하여 그 땅을 정탐하고 어느 길로 올라가야 할 것과 어느 성읍으로 들어가야 할 것을 우리에게 알리게 하자."(신1:22) 

그들은 모두 다 한결같이 모세에게 요구하였다. 싸우기 전에 정탐꾼을 보내 적의 수, 무기, 성, 지형지물을 살피자고 요청하였다.  일반적으로 이것은 정당한 요구다. 싸우기 전에 적을 알아야 하는 것은 합당하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지금까지 무엇을 보았는가? 인간의 그 어떤 말로도 설명이 안 되는 하나님의 능력과 위대하심과 함께하심을 보았다. 애굽의 군대, 아말렉의 군대를 무너뜨리는 것을 보았다. 그렇다면 적이 어떠하든, 적진과 무기와 지형지물이 어떠하든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나님이 함께하신다면, 게임은 끝난 것이다. 그런데 이스라엘은 인간적인 계산과 생각을 하기 시작하였다. 하나님의 명령, 하나님의 말씀, 하나님의 법 보다 인간적인 판단을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였다. 결국, 그들은 가나안 땅을 들어가기를 거부하였다. 


결과는 비극이었다. 

“가데스 바네아에서 떠나 세렛 시내를 건너기까지 삼십팔 년 동안이라 이때에는 그 시대의 모든 군인이 여호와께서 그들에게 맹세하신 대로 진영 중에서 다 멸망하였나니."(신2:14)

작은 개울, 세렛 시내를 건너는 데 38년이 걸렸다. 하나님은 그 시대의 모든 군인을 다 멸하였다. 싸우기를 싫어하는 군인, 하나님의 말씀과 법도에 불순종하는 군인은 단 한 명도 필요 없다는 강력한 의지였다. 큰 나라를 세우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하나님의 법도를 바로 실천하는 것이다. 그런데 들어가기 전부터 하나님의 법도를 따르지 않는다면, 애초부터 희망은 없다. 광야 38년 동안 뺑뺑이를 돌면서 다시 배워야 하는 것은 한 가지였다. 하나님의 말씀과 법도에 절대 순종하는 것이다. 

이제 이스라엘이 가나안 땅에 들어가서 세워야 할 나라에서는 하나님의 법도와 규례를 공평하게 지켜야 한다. 만일 그들이 신명기의 법, 곧 하나님의 법을 어기고 세상 나라처럼 권력과 돈으로 가난한 자를 억압하고 국정을 농단한다면, 그런 이스라엘은 필요 없다. 망하고 말 것이다. 돌 위에 돌 하나 남김없이 다 쓸어버릴 것이다. 다시 바빌론에 포로 생활하면서 낮고 천한 자리에 떨어질 것이다. 이스라엘 역사는 하나님이 세우시려는 큰 나라를 이루어 가느냐 못 가느냐의 싸움이다. 곧 정의와 공평을 제대로 실천하느냐에 달려 있다. 가나안 땅으로 들어가기 전에 하나님의 율법을 다시 설교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구약학자 월터 브루거만(Walter Brueggemann, 1933~)은 말하기를 “신명기는 신학의 중심이 되는 책”이라고 하였다. 신명기의 법, 하나님의 법을 지키며 큰 나라를 이루느냐 하는 것은 하나님이 이스라엘에게 준 숙제다. 그건 오늘 현대를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의 숙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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