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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gos Brunch Jan 31. 2017

내 땅이다!!!

신명기

가나안 땅을 흔히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라 부른다. 과연 가나안 땅은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일까? 이스라엘을 여행하면서 혹시 어디 젖과 꿀이 흐르지 않을까 하여 땅만 보고 다녔다. 그러나 젖과 꿀은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다. 가나안 땅은 1년 중 절반은 고온 건조한 기후로 사람이 살기 좋은 땅은 아니다. 사막이 가까이 있어서 남쪽에서 불어오는 모래바람은 견디기 쉽지 않다.(눅12:55) 예루살렘을 비롯한 이스라엘 역사의 중심 무대가 되는 산간지방은 석회질 바위로 덮여 있어서 개간하여 쓰기에 매우 불편하다. 그래도 광야와 사막에서 볼 때 가나안 땅은 상대적으로 좋은 땅이라 말할 수 있다.

H. Gross에 따르면,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란 말은 고대 근동의 문학적 표현이다. 고라 자손이 광야에서 모세에게 불평할 때 애굽을 젖과 꿀이 흐르는 땅으로 묘사하였다.

“네가 우리를 젖과 꿀이 흐르는 땅에서 이끌어 내어 광야에서 죽이려 함이 어찌 작은 일이기에 오히려 스스로 우리 위에 왕이 되려 하느냐?”(민16:13)

성경에서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란 토질에 달린 것이 아니라 여호와 하나님과 관계에 달려 있다.


하나님은 아담과 하와를 창조하면서 그들을 위하여 에덴을 예비해 놓으셨다. 하나님은 에덴동산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 살아가는 하나님 나라를 만들려고 하였다. 불행하게도 아담과 하와는 하나님의 뜻을 어기고 에덴에서 쫓겨났다. 구원을 창조질서의 회복이라고 본다면, 하나님의 구원 계획 속에는 인간의 구원만이 아니라, 인간이 잃어버린 에덴(땅)의 회복도 포함되어 있다. 에덴은 단순한 동산이나 땅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사람을 통하여 이루시려고 하는 하나님 나라다.


하나님께서 인류 구원의 시작으로 아브라함을 부르시면서 그를 가나안 땅으로 초청하신다.

“내가 네게 보여줄 땅으로 가라.”(창12:1)

가나안 땅은 에덴동산의 대안적 땅으로 의미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그곳은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라 불렸다. 땅의 토질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나님과 함께 사람들이 어우러져 평화롭게 살아가는 하나님의 나라가 약속의 땅이다. 폰 라드(Gerhard von Rad,1901~1971)는 육경(창세기에서 여호수아)을 통틀어 '여호와께서 주신 땅'과 '약속의 땅'이라는 용어 속에 표현된 것보다 더 중요한 사상은 없다고 하였다. 구약 성경 이야기는 땅의 이야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족장 이야기는 땅의 약속에 관한 것이고, 출애굽 사건과 광야 생활은 약속의 땅으로 들어가기 위한 과정이며, 사사 시대로부터 왕정 시대는 그들이 어떻게 그 땅을 잃어버리게 되었나를 기록하고 있다.


아브라함은 갈 바를 알지 못하였지만, 여호와의 인도 하심을 따라 가나안 땅으로 갔다. 그러나 그 땅은 이미 가나안 족속이 차지하고 있어서 하나님의 약속은 실현 불가능한 것처럼 보였다. 부인 사라가 죽었을 때 매장할 땅이 없어 헷 족속에게 사정하여 겨우 막벨라 굴 하나를 살 수 있었다. 이리저리 밀려다니며 원주민에게 설움을 받았지만, 아브라함을 비롯한 족장들은 하나님의 약속을 신실하게 믿었다. 그들의 믿음 덕분에 후일 이스라엘 족속이 그 땅을 차지할 수 있었다고 성경은 기록하고 있다. 하나님이 약속하신 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실한 믿음이다. 그 땅에서 안전하게 거하기 위해선 여호와 하나님을 믿으며 그 뜻을 준행해야 한다.


하나님은 아브라함에게 가나안 땅을 당장 주지 않은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네 자손은 사대 만에 이 땅으로 돌아오리니 이는 아모리 족속의 죄악이 아직 가득 차지 아니함이니라.”(창15:16)

후일 이스라엘 민족이 가나안 땅을 차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이러하다.  

“이 민족들이 악함으로 말미암아 여호와께서 그들을 네 앞에서 쫓아내심이니라.”(신9:4)

마찬가지로 이스라엘의 죄악이 관영하면, 그들도 그 땅에서 쫓겨날 것이다.

너희도 더럽히면, 그 땅이 너희가 있기 전 주민을 토함 같이, 너희를 토할까 하노라.”(레18:28)


그 땅은 이스라엘의 땅이 아니라 여호와 하나님의 땅이다. 그 땅의 주인으로서 여호와는 그 땅에 살도록 허락한 백성은 이방 족속에서 이스라엘로 바뀌었을 뿐이다. 그러므로 이스라엘이 그 땅에 살면서 자기 땅이라고 주장할 수 없다. 그 땅은 하나님께서 특별한 계획을 가지고 선택하신 땅이고 언제나 굽어보시는 땅이다.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돌보아 주시는 땅이라. 연초부터 연말까지 네 하나님 여호와의 눈이 항상 그 위에 있느니라(신11:12)


가나안 땅은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에게 선물로 주신 땅이다. 선물로 받은 그 땅은 근본적으로 여호와와 그의 율법에 순종하는 것과 관련되어 있다. 땅은 이스라엘 백성의 종교적, 도덕적, 사회적 행동을 반영하는 일종의 거울이다. 그들이 얼마나 하나님의 규례와 법도를 잘 지키며 사는가 보여주는 거울이다.

“내가 나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명령하신 대로 규례와 법도를 너희에게 가르쳤나니 이는 너희가 들어가서 기업으로 차지할 땅에서 그대로 행하게 하려 함인즉(신4:5, 14, 5:31, 12:1)

약속의 땅에서는 율법과 규례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 그렇게 그 땅이 하나님의 땅임을 만천하에 선포하여야 한다. 만일 그 땅에서 여호와의 율법과 규례를 지키지 않는다면, 그들은 쫓겨날 것이다. 하나님이 계획한 데로 나라를 세우지 않는다면, 그들은 멸망할 것이다. 땅은 이스라엘 백성을 지켜볼 것이다. 그리고 그 땅이 여호와 하나님께 고발할 것이다. 성경은 이 사실을 여러 차례 경고한다.


“네가 만일 이 책에 기록한 이 율법의 모든 말씀을 지켜 행하지 아니하고 네 하나님 여호와라 하는 영화롭고 두려운 이름을 경외하지 아니하면…여호와께서 너희에게 선을 행하시고 너희를 번성하게 하시기를 기뻐하시던 것 같이 이제는 여호와께서 너희를 망하게 하시며 멸하시기를 기뻐하시리니. 너희가 들어가 차지할 땅에서 뽑힐 것이요. 여호와께서 너를 땅 이 끝에서 저 끝까지 만민 중에 흩으시리니. 네가 그곳에서 너와 네 조상들이 알지 못하던 목석 우상을 섬길 것이라. (신28:58,63-64, 11:16-17, 신4:26, 6:15, 11:17, 29:27, 수23:13,15,16, 왕상9:7, 13:34, 14:15)

우상을 섬기려면 딴 나라, 다른 땅에 가서 섬겨라. 하나님이 선택하신 이 땅에서는 우상을 섬길 수 없다. 이곳에서는 하나님의 율법과 규례가 법이다. 이곳은 하나님께서 세우고자 계획한 하나님의 나라가 있다. 그 나라를 세우는 데 방해하고, 세상 방법을 도입하는 것은 용납하지 않겠다.


바인펠트(M. Weinfeld, 1925~2009)는 여호와께서 이스라엘 백성을 쫓아내는 경우를 다섯 가지로 제시하였다.

1. 희년과 안식년을 지키지 않는 경우

희년이 되면, 원래 땅 주인에게 돌려주어야 하는데 이스라엘 권세자들은 그리 하지 않았다.

“이에 토지가 황폐하여 땅이 안식년을 누림 같이 안식하여 칠십 년을 지냈으니 여호와께서 예레미야의 입으로 하신 말씀이 이루어졌더라.”(대하36:21)

하나님께서 그들이 지키지 않았던 안식년을 모두 계산하여 강제로 그 땅을 안식하게 하셨다.

2. 우상숭배

우상숭배에 대한 경고는 성경에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경고하셨다.

3. 이방 여인과의 결혼

이방 여인과의 결혼을 금한 것은 이방(세상)의 풍습과 사고방식을 받아들이지 말라는 뜻이다.

4. 사회적 공평과 정의가 없는 경우

선지자들은 사회적 공평과 정의를 위해 목숨을 걸고 호소하였다. 가난하고 궁핍한 자를 도와주지 않으면 소돔과 고모라를 멸하듯 할 것이다.(겔16:49) 이방인과 고아와 과부를 압제하지 말고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라.

5. 안식일을 지키지 않는 경우

안식일을 지키지 않는 것은 신앙을 버렸다는 뜻이다.

예수님께서는 이 모든 것을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으로 압축하여 설명하였다.


가나안 땅은 단순한 땅 이상의 의미가 있다. 그곳은 하나님께서 하나님 나라를 세우려고 계획하신 땅이다. 브루그만(Walter Brueggemann, 1933~)은 땅을 공간(space)과 장소(place)로 구분하였다. 공간은 말 그대로 땅 그 자체이다. 장소는 역사적 의미가 있는 곳으로 역사적 사건이 일어났고, 그 사건이 기억되어 후대까지 전해지는 특별한 의미의 공간을 말한다. 이스라엘 역사를 통해 가장 비극적인 사건은 아시리아와 바빌론에 의해 이스라엘이 멸망한 사건이다. 그러나 성경 저자가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단순한 이스라엘의 멸망이 아니다. 멸망과 동시에 이스라엘 백성이 포로로 끌려간 사건이다. 포로로 끌려갔다는 것은 그들이 약속으로 받았던 땅을 잃어버렸다는 뜻이고, 하나님과의 관계가 단절되었다는 뜻이다.


아브라함 헤셸(Abraham Joshua Heschel, 1907~1972)은 예언서에서 하나님을 이해하는 데 하나님의 페이소스(Pathos)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하나님은 무감각한 신이 아니다. 그의 백성이 언약을 파기할 때 하나님은 고통과 비애감을 경험하신다. 예언자들은 하나님과의 관계를 통해서 하나님의 마음을 경험하며 메시지를 전한다. 예언자들은 미래에 대한 통찰이 아니라 하나님의 페이소스를 간파한다. 하나님께서 선택하신 땅, 하나님께서 선택하신 백성, 하나님께서 세우시려는 나라. 그 모든 것이 선택한 백성으로 말미암아 무너져 갈 때 하나님의 가슴은 갈기갈기 찢어진다. 선지자 역시 하나님의 마음을 그대로 느끼며 눈물로 호소한다. 그러나 멸망의 길로 달려가는 이스라엘은 아무도 듣지 않았다.


결국, 하나님은 백성의 반역을 스스로 끌어안으심으로 죄를 범한 인간과 같은 고통을 감당하신다. 이 고통은 인간을 향한 하나님의 연민의 정에서 일어나는 갈등이며, 언약을 파기한 인간을 향한 고통 당하시는 하나님의 사랑의 결정체이다. 범법자에 대한 연민으로 고통스럽고, 그들을 어떻게 해서든 품어 안고 속죄하시려는 사랑으로 고통스럽다. 결국, 예언자들은 회복을 선언한다. 하나님은 결코 이대로 포기하실 분이 아니시다. 반드시 하나님의 땅에서, 하나님의 택한 백성으로 하나님의 나라를 세우실 것이다. 에스겔 선지자는 예루살렘 성전을 떠났던 여호와의 영광이 다시 돌아오는 환상을 본다.(겔43:1-5, 44:4) 하나님은 기어코 예루살렘을 하나님의 처소로 회복하며, 가나안은 새로운 질서로 회복되고, 동시에 땅도 회복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과연 공간(space)으로서 가나안 땅의 회복을 말하는 것일까?


이스라엘 백성은 가나안 땅 자체에 특별한 집착을 보였다. 그들은 하나님께서 약속하여 주신 땅을 어떻게 해서든 회복하려고 하였다. 2천 년이 지나도록 땅에 대한 소망을 잃어버리지 않고 마침내 이스라엘을 회복하였다. 그러나 과연 그것이 하나님께서 생각하신 회복일까?


에스겔이 본 환상은 결코 토지로서 '가나안 땅을 누가 차지하느냐? ' 하는 것은 아니었다. 누가 차지하든 그 땅은 여호와의 땅이다. 하나님이 계획하신 대로 그 땅을 경영하지 않는다면, 누가 차지하느냐는 큰 의미가 없다. 예루살렘이 돌 위에 돌 하나 남지 않도록 무너진 후, 가나안 땅이 가지는 의미는 사라졌다. 하나님 나라는 여기 있다 저기 있다 할 것이 없다. 하나님을 주인 삼는 나라. 하나님의 규례와 법도를 따라 세워지는 나라! 사회적 공평과 정의가 세워지는 나라. 그곳이 바로 하나님의 나라요 하나님의 땅이다.


참고도서

1. 월터 브루그만, 성경이 말하는 땅, 정진원 옮김 (서울 : CLC, 2013)

2. 로이 메이, 여호수아와 약속의 땅, 서광선 옮김 (서울 : 대한기독교서회, 1998)

3. 아브라함 요수아 헤셸, 예언자들 2, 이현주 옮김 (서울 : 종로서적, 1988)

4. 김하연, "젖과 꿀이 흐르는 땅."⌜교회와 신앙⌟ 제14호 (1995)

5. 김지은, "구약성서에 나타난 기업으로서의 땅 개념 연구." ⌜구약논단⌟ 제9집(2000)

6. 박경희, "호세아서의 인간과 땅." ⌜구약논단⌟ 제29집(2008)

7. 이미숙, "신명기의 '젖과 꿀이 흐르는 땅'" ⌜구약논단⌟ 제55집(2015)

8. 이미숙, "신10장12절-11장 32절에 나타난 땅 표현 양식과 땅 사상." ⌜구약논단⌟ 제34집(2009)

9. 장석정, "땅의 개념과 포로사건." ⌜구약논단⌟ 제9집(2000)

10. 권혁승,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의 신앙적 의미." ⌜기독교와 교육⌟ 2권 (1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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