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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gos Brunch Apr 19. 2017

잊지마라!

신명기 8장

2017년 5월 9일 제19대 대통령을 선출한다. 대통령 선거 때마다 지역감정이 나라를 사분오열하였는데 이번에는 그런 병폐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번 선거에는 지역감정 대신에 세대 간의 갈등이 문제다. 선거를 계기로 세대 간의 갈등이 분명하게 드러났을 뿐이지, 사실 늘 있었던 문제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데 부모와 자식 사이는 20년 이상의 간격이 있다. 부모 세대의 가치관과 자식 세대의 가치관에 차이가 발생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짧은 100년 동안 대한민국은 엄청난 변화를 경험했다. 굶주림에 시달리다 산에 올라가 나무뿌리 풀뿌리를 캐던 시절이 있었다. 인권과 민주화를 위해 피를 흘리는 아픔과 고통도 있었다. 그 모든 어려움을 이기고 이제 세계열강 안에 들어섰고 풍요와 여유를 누리는 시대가 되었다. 그러므로 세대 간 갈등은 당연하다. 한집안에 살고 있지만, 할아버지, 아버지, 아들의 생각이 모두 다르다. 할아버지나 부모가 과거 이야기를 하면 자녀들은 고리 답답한 이야기는 이제 그만하라고, 세상이 변했다고 말한다. 현대는 개인의 개성과 인격과 생각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개체주의가 판을 치고 있다. 보편적 가치관은 무너지고 공동체의 정체성은 상실되어가고 있다. 

그런데 하나님은 이스라엘(나라, 민족)을 하나의 인격으로 보신다. 천 년이 넘는 역사를 지내오면서 살다 죽어간 할아버지, 아버지, 손자들이 얼마나 많았을까? 하나님은 그들을 하나의 개체로 보기도 하시지만, 그들 모두를 하나의 공동체로, 하나의 인격으로 보고 말씀하시는 경우가 많다. 하나님은 이스라엘에게 계속하여 “잊지 마라, 기억하라.” 강조한다. 그들이 애굽에서 종 되었던 시절, 광야에서 먹을 것 마실 것이 없어 힘들어할 때 하나님께서 그들을 먹이시고 보호하시고 인도하셨던 것을 기억하라. 그들을 가나안 땅으로 인도하여 주신 것을 기억하라! 하나님께서는 몇백 년 전 과거 일을 마치 현재 일인 것처럼 기억하라고 강조하신다. 


만일 그들이 하나님께서 어떻게 그들을 돌보시고 인도하셨는지를 잊어버린다면 망하게 될 것이다. 다시금 애굽의 종 되었던 시절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네가 만일 네 하나님 여호와를 잊어버리고 다른 신들을 따라 그들을 섬기며 그들에게 절하면 내가 너희에게 증거하노니 너희가 반드시 멸망할 것이라.”(신8:19)

결국 이스라엘은 하나님을 잊지 말고 기억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것은 곧 이스라엘의 정체성이고 이스라엘이 살길이다. 그들이 자녀 교육, 후손 교육에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이유이다. 


하나님은 이스라엘을 한 인격체인 것처럼 보시고 그들을 나의 신부, 나의 자녀로 표현하신다. 그들을 광야에서 업어 키우고 기르셨다고 말씀하신다. 이스라엘에게 역사는 고리타분하고  답답한 이야기가 아니다. 역사는 곧 정체성이고, 역사를 잊어버리면 곧 망하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여호와를 기억하는 신앙으로 세대 간의 갈등을 뛰어넘어야 했다. 그것이 그들에게 주어진 가장 큰 숙제였다. 


성경은 누구의 아들, 누구의 후손이란 말을 자주 사용한다. 그것은 단순히 어느 집안사람이란 것을 뜻하지 않고 그 집안의 정체성을 공유하고 있음을 뜻한다. 그러므로 그는 한 개체로서 개인이 아닌 공동체의 일원으로 그 집안을 대표하는 사람이 된다. 

“아브라함과 다윗의 자손 예수 그리스도의 계보라.” (마1:1)

마태복음 1장 1절의 말씀은 이스라엘의 정체성, 공동체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말씀이다. 


문제는 “기억하라” 이다. 무엇을 기억하는 것일까? 단순히 과거 역사의 흐름을 정보로, 지식으로 기억하는 것을 말할까? 아니면 이스라엘이 늘 해왔던 데로 형식적인 종교생활을 하는 것을 말할까? 신명기는 기억하는 문제를 좀 더 실제적으로 풀어간다. 

“내가 오늘 네게 명하는 여호와의 명령과 법도와 규례를 지키지 아니하고 네 하나님 여호와를 잊어버리지 않도록 삼갈지어다.” (신8:11)

신명기 저자는 여호와의 명령과 법도와 규례를 지키지 않는 것과 여호와를 잊어버리는 것을 동일 선상에 놓고 있다. 여호와를 잊어버리지 않고 기억하는 일은 여호와의 말씀을 듣고 실천하는 것이다. 말씀을 듣기만 하여 귀만 커지는 것은 여호와를 기억하는 일이 아니다. 


부모가 자녀에게 여호와 하나님을 잊지 않도록 신앙을 전수하는 길은 말로 만이 아니라 행함으로 하는 것이다. 교훈, 잔소리, 설교 등도 필요하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부모가 말씀대로 살아가야 한다. 오늘 대한민국 그리스도인은 신명기 저자의 눈으로 볼 때 과연 여호와 하나님을 기억하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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