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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gos Brunch Aug 07. 2018

갈릴레오의 성경해석

14세기 후반 이탈리아에서 시작한 르네상스는 유럽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인문학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은 모여서 여러 분야의 흥밋거리를 가지고 토론하였다. 이탈리아 피사를 다스렸던 코시모 2세와 그의 부인 막델레나 그리고 어머니 크리스티나도 식사 때마다 학자들을 불러서 함께 식사하며 토론하기를 즐겼다. 크리스티나 대공비는 남편 페르디난도가 죽은 후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끼쳤다. 그녀는 당대 최신 학문인 천문학에도 조예가 깊었고, 갈릴레오의 학설에도 관심을 가졌다. 그녀는 여호수아가 태양을 멈추게 한 사건을 두고 갈릴레오의 학설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였다. 크리스티나 부인이 갈릴레오를 못마땅하게 생각한다는 소식이 전해오자 갈릴레오는 편지를 썼다.  


갈릴레오는 먼저 성경의 권위를 인정하였다. 성경의 참된 의미를 바로 이해하기만 하면, 결코 비진리일 수 없다. 성경과 자연 현상은 동일하게 하나님의 말씀으로부터 나온다. 하나님의 활동은 자연에 의해 알려지고, 그의 계시된 말씀은 교리에 의해 알려진다. 성경과 자연은 둘 다 거룩한 언어의 산물이며, 전자가 성령에 의해 쓰인 반면, 후자는 신명의 엄격한 집행관이 쓴 책이다. 1)  


두 번째로 갈릴레오는 성경과 자연이 서로 다른 목적으로 쓰였다고 하였다. 성경은 영혼의 구원과 하나님을 섬김이라는 목적을 위하여 기록하였지, 과학을 가르치기 위하여 기록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성경의 저자들은 물리적 혹은 천문학적 현상에 관하여 아주 조금밖에 말하지 않았다고 해서 놀라지 말아야 한다. 성경에는 하늘의 행성들 이름도 거의 기록하지 않았다. 만일 천문학을 가르칠 목적으로 기록하였다면 이런 것들을 철저하게 간과하지 않았을 것이다. 성령께서 성경을 통하여 '하늘이 어떻게 움직이는가’를 가르치고자 함이 아니라 ‘사람이 어떻게 하늘(나라)에 가는지’를 가르치고자 함이다. 그러므로 물리적 문제들을 논의할 때 우리는 성경 구절의 권위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감각의 경험과 필연적인 논증으로부터 출발하여야 한다. 비록 성경책과 자연의 책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접근되어야 하지만, 그들은 같은 저자의 책이므로 서로 모순될 수 없다.  


세 번째로 그는 성경 해석의 문제를 다루었다. 성경은 대중의 이해를 돕기 위해 성경에 문학적 장치를 삽입하였다. 이를테면 하나님의 손과 발, 하나님의 눈과 같은 신인동형적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문자적으로만 해석해서는 안 되고 때로 문학적 해석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지적하였다. 여기까지 갈릴레오의 이론 전개는 매우 적절하다. 그가 만일 기브온에서 태양이 멈춘 사건을 문학적으로 해석하였더라면, 그는 거의 만점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는 여호수아가 태양을 멈춘 사건을 과학적으로 풀어보려는 잘못을 범하였다. 그는 기브온 사건을 천동설로 설명하기보다 지동설로 설명하기가 훨씬 쉽다고 하였다. 즉 하늘의 태양을 멈추려고 하면 태양만이 아니라 달도 멈추어야 하고 하늘의 모든 별도 다 멈추어야 한다. 반면에 지동설로 풀어보면, 하나님께서 단지 지구 하나만 멈추면 된다. 하늘의 모든 별을 멈추게 해야 하는 천동설보다 지구 하나만 멈추게 하면 되는 지동설이 훨씬 더 경제적이라는 논리를 들어 지동설을 주장하였다.


그런데 한가지 간과한 것이 지구의 자전 속도다. 지구는 24시간마다 한 바퀴씩 돈다. 지구 둘레가 40,000km에  달하므로 이를 24시간으로 나누면, 지구는 시속 약 1,700km의 속도로 도는 셈이다. 1,700km로 달리던 지구가 갑자기 멈춘다면, 어떻게 될까? 지구 위의 모든 사람과 물체는 하늘로 튕겨 나갈 것이다.  

그의 처음 주장처럼 문학적으로 풀어보면 어떨까? 여호수아 10장 12~13절은 노래이다.  

태양아 너는 기브온 위에 머무르라

달아 너도 아얄론 골짜기에서 그리할지어다.  

태양이 머물고  

달이 멈추기를

백성이 그 대적에게 원수를 갚기까지 하였느니라.

이 노래는 야살의 책에 기록된 것을 인용하고 있다.  


저자가 이 사건을 회고하면서 야살의 책을 인용한다는 사실을 보아 저자가 전쟁에 직접 참여하지 않았음을 암시한다. 본인이 직접 목격하지 않았기에 야살의 책을 인용할 필요를 느꼈다.  

“야살의 책에 ‘태양이 중천에 머물러서 거의 종일토록 속히 내려가지 아니하였다’고 기록되지 아니하였느냐”(수10:13)  

이 글의 뉘앙스로 보면, 야살의 책에 나온 이 노래를 이스라엘 백성이 즐겨 불렀던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물론 여호수아가 여호수아서의 많은 부분을 기록하였음도 사실이다.  

여호수아가 이 모든 말씀을 하나님의 율법 책에 기록하고”(수24:26)  

그러나 여호수아 저자는 어찌 되었던 다른 책 이를테면 야살의 책을 참고하여 쓰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많은 학자가 지적하는 바처럼 여호수아서는 여호수아의 글과 다른 글들을 참고하여 후대에 편집하였다고 한다.


이제 야살의 노래를 해석할 차례이다. 야살의 노래는 분명 시문학(詩文學)이다. 시를 과학으로 혹은 문자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 흔히 시는 과장을 많이 섞기 마련이다. 이를테면 다윗이 골리앗을 죽이고 돌아올 때 백성이 노래를 불렀다.  

사울이 죽이는 자는 천천이요

다윗은 만만이로다.”(삼상18:7)  

사울은 그동안 수많은 전투에서 승리를 거두었다. 다윗은 이제 골리앗 한 명만 죽였는데, 어찌 다윗이 만만을 죽였다고 하는가? 이건 사실을 말하고자 함이 아니라 그들이 엄청난 국가적 위기를 극복한 감정을 과장하여 노래부른 것이다.  


기브온 전투에서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크게 승리를 거둔 후 이스라엘 백성이 승리를 기뻐하며 노래를 불렀을 것이다. 그 노래는 구체적 사실을 표현하기보다 자신들이 느꼈던 감정을 표현하였다. 사실은 이렇다.  

“그들이 이스라엘 앞에서 도망하여 벧호론의 비탈에서 내려갈 때에 여호와께서 하늘에서 큰 우박 덩이를 아세가에 이르기까지 내리시매 그들이 죽었으니 이스라엘 자손의 칼에 죽은 자보다 우박에 죽은 자가 더 많았더라.... 이는 여호와께서 이스라엘을 위하여 싸우셨음이니라”(수10:11,14)  


아모리 사람이 기브온을 치기 위하여 쳐들어 왔을 때 여호수아는 하나님께 기도하였다. 하나님께서는 여호수아의 기도에 응답하시면서 승리를 약속하여주었다.(수10:8) 과연 전투 중에 기적이 일어났다. 하늘에서 우박이 쏟아져 내려오는데 우박에 맞아 죽은 적군이 이스라엘의 칼에 맞아 죽은 사람보다 많았다. 놀라운 일이 아닌가?  


요즘 우리는 열대야 때문에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낮에 무리하게 움직이다가 일사병에 걸리는 경우가 있다. 이스라엘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더운 나라이다. 그런 나라에 하늘에서 우박이 떨어지다니 이건 엄청난 자연현상이다. 더군다나 떨어지는 우박이 이스라엘 군대는 요리조리 피하고, 아모리 군대만 맞추어 죽였다. 우박이 얼마나 크고 얼마나 단단했을까? 하늘에서 떨어지는 우박은 아모리 군을 정조준하여 떨어졌다. 기적 아닌가? 이건 누가 뭐라 해도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을 도와주신 증거이다.  


이스라엘은 뜨거운 기온 때문에 한낮에는 전투를 할 수 없다. 아무리 이스라엘이 막강한 군사력을 갖추었다 할지라도 낮에 무리하게 전투를 했다간, 모두 일사병에 쓰러질 판이다. 따라서 중근동에서 전투할 때는, 주로 선선한 아침과 저녁이나, 기드온처럼 한밤중에 횃불을 들고 가서 전투하였다. 그러나 이날 전투는 초자연적인 현상으로 하늘에서 우박이 쏟아지니, 기후가 급속히 떨어지고 선선하여 한낮에도 전투를 할 수 있었다. 마치 선선한 아침이 계속되는 것 같았다. 그들은 한낮에도 덥지 않고 서늘하여 온종일 적들을 쳐 죽일 수 있었다.  


그들이 전쟁이 끝난 후 하나님의 도우심과 간섭하여 주심을 기뻐하며 노래를 불렀다. 더위는 고사하고 온종일 시원한 기후에서 전투하고 난 그들은 하늘의 태양과 달이 멈추어 하루 종일 아침처럼 된 것을 노래하지 않았을까?  그들의 노래를 문학적으로 보지 않고 과학적으로 해석해서 하늘의 기울기 축이 이때 기울었다느니, 혹은 정말 태양과 달이 멈추었다니 하면, 문학을 문학으로 보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범하는 것이 아닐까?  


갈릴레오가 대중의 이해를 돕기 위해 성경에 문학적 장치가 숨겨져 있다고 하고서, 과학적으로 다시 풀려고 했던 잘못을 우리가 또 범해서는 안 될듯싶다.  


1) 하나님의 명령에 따라 엄격하게 집행하는 자연의 규칙에 의해 쓰인 책이다.

참고도서

1. 데이바 소벨, '갈릴레오의 딸', 홍현숙 옮김 (생각의 나무 ; 서울), 2001년

2. 찰스 험멜, '갈릴레오 사건', 황영철 옮김 (IVP; 서울) 1991년

3. 송병현, '엑스포지멘타리 여호수아', (국제제자훈련원 ;서울) 2011년

4. 손석태, '성서주석 여호수아'(기독교서회;서울) 200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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