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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gos Brunch Sep 14. 2018

권력은 나누어라!

까마득한 옛날에는 왕이나 대통령이 없었다. 오직 하나님께서 유일한 왕이요 대통령이었다. 사람들은 하나님을 대신할 권력자를 뽑았다. 사람을 최고 권력자로 세운 후 백성은 편안하고 행복하였을까? 인류 역사는 전쟁과 폭력과 갈등과 싸움의 역사다. 권력자들이 서로 힘 자랑하고 땅따먹기 싸움을 하는 동안, 백성은 등골이 휘어지는 고통을 겪었다. 권력자에게 저항하다 갖은 수모와 고통과 죽음을 겪은 후, 마침내 근세에 이르러 민주주의 제도가 정착하였다.


미국은 영국 이민자들이 세운 나라다. 그들은 영국의 정치제도가 변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당시 영국은 입헌군주국이었다. 왕의 폭정과 억압에 견디다 못해 명예혁명을 일으켰고, 왕 대신 의회가 국정 주도권을 장악하였다. 국왕은 대외관계에서 상징적 권한을 행사하였다. 마침 미국 식민지를 개발하면서 의회는 국왕에게 식민지 통치권을 허락하였다. 영국 왕은 식민지 총독을 세우고 법률을 제정하였다. 영국에서는 허수아비였지만, 미국에서 실세가 된 영국 왕은 제 버릇을 버리지 못하고 폭정을 일삼았다.


종교의 자유, 정치의 자유를 찾아 미국으로 건너온 이민자들은 영국왕 조지 3세를 거부하고 독립전쟁을 하였다. 마침내 독립을 이룬 미국은 최초로 국왕이 없는 국가, 국민이 주인인 국가가 되었다. 입법의회는 총독 대신 주지사를 선출하였다. 입법부의 권한은 점점 커졌으며, 사법부의 판결까지 뒤집는 권한을 행사하였다. 의회가 모든 것을 장악하면서 미국은 의회중심제로 갈 것 같았다. 1787년 제헌의회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에드먼드 랜돌프(Edmund Randolph)  역시 입법부가 행정수반을 선출하는 헌법안을 제출하였다.


결정적 순간 미국 제헌의회는 입법부가 아니라 각 주가 임명하는 선거인단이 대통령을 뽑는 방식을 선택하였다. 그건 기적이었다. 미 헌법을 제정하는 의원들은 입법부의 권력이 지나치게 비대해지면, 결국 독재로 갈 것을 염려하였다. 입법, 행정, 사법이 서로 견제하고 감시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서 독재를 막아보자는 데 뜻을 같이하였다.


삼권 중에 가장 큰 힘을 가진 것은 행정이다. 어떤 형태로 뽑혔던 행정을 장악한 대통령은 막강한 권력을 행사할 수 있다. 경찰, 검찰, 군대를 통솔하며, 법을 집행하는 행정 수반은 옛날 왕과 같은 존재였다. 미 헌법 제정자들은 의회도, 대통령도 신뢰할 수 없었다. 미 헌법은 이러한 불신 구조에서 만들어졌다. 그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헌법 정신, 곧 국민의 권리와 자유였다. 어떤 권한(입법,행정, 사법 권한)도 국민의 권리와 자유를 침해서는 안 된다. 민주주의는 아직도 완성되지 않았다. 권력을 손에 잡은 자는 언제나 부패하기 마련이다. 언제나 감시하고 견제하고 의심하여야 한다. 세상의 정치제도, 세상의 권력자를 믿었다간 큰코다친다. 역사는 그렇게 교훈한다.

수천 년의 교훈을 받은 후 만들어진 21세기 정치제도는 아직도 완전하지 않다. 헌법은 개정을 반복해도 고칠 것이 계속 나온다. 지금으로부터 대략 4,000년 전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나라를 만들면서 일종의 헌법과 같은 율법을 주셨다. 세상 권력자인 왕을 규정하는 율법이 신명기 17장에 나온다. 율법은 왕의 권리나 역할보다는 어떻게 왕권을 제한할 것인지 가르친다.


율법은 사권 분립을 요구한다. 재판장, 왕, 제사장, 선지자. 어느 누구도 네 직책을 모두 가질 수 없다. 그 어떤 권위자도 나머지 셋 위에 서는 최고 권위를 가지지 못한다. 이스라엘은 독재와 폭정을 막는 중요한 수단으로 권력 분립을 처음부터 요구받았다.  최고 권위는 여호와 하나님뿐이시다. 신명기는 재판장, 제사장, 선지자의 규례에서 그들의 책임과 권리를 언급하고, 백성에게는 순종을 요구하였다. 그러나 왕에 대한 규례에서는 왕의 권리를 언급하지 않았고, 백성에게 순종을 요구하지도 않았다. 심지어 왕의 역할을 정의하지도 않았다. 그만큼 왕의 권력 독점을 경계하였다. 무려 4.000년 전 전제 왕정이 범람하던 시대를 생각하면, 당시 인간이 생각할 수 없는 제도임에 틀림없다.


독재하기 쉬운 왕을 규정하는 것은 매우 까다로왔다. 가능하면 왕을 세우지 말고 지파 연합 체제를 유지하되, 굳이 왕을 세우고자 한다면, 다음 7가지 조건을 고려하라.


1. 왕은 하나님이 택한다.(15절)  재판관과 지도자 선출 권한은 백성에게 주었다.(16:18) 반면에 왕은 하나님께서 지명하신다. 왕은 백성의 인기나 군사적 능력에 근거하여 선출하지 않는다. 다수결의 선택이 반드시 옳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2. 왕은 이스라엘 사람이어야 한다.(15절) 이 규정은 외국인을 깎아 내리고 그들의 권리를 제한하라는 뜻이 아니다. 임금은 귀족 출신이 아니라 평범한 백성 중에서 뽑아야 한다는 뜻이다. 하나님의 백성은 평등하다. 세속의 왕은 스스로 ‘신의 아들’이라고 주장하며 절대 권력을 휘둘렀지만, 이스라엘 왕은 하늘에서 내려온 자가 아니라 백성의 애환과 고통에 익숙한 형제 중 하나여야 한다.  


3. 왕은 막강한 군사력을 두어서도 안 된다.(16절) 막강한 군사력은 독재와 폭정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크리스토퍼 라이트는 그의 신명기 주석에서 애굽의 말을 고대 군대의 탱크로 이해하며 독특한 주장을 한다. “그 백성을 애굽으로 돌아가게 하지 말 것이니”는 말을 사려고 백성을 애굽으로 보내지 말라는 뜻도 있지만, 실은 사람과 말을 맞바꾸는 거래를 가리킬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솔로몬은 이스라엘 성읍들을 내주고 목재를 받았으며 (왕상9:11-14), 그가 말을 얻으려고 이런 식으로 거래했다는 암시가 있다.(왕상10:26-29). 어떤 형태든 애굽으로 돌아가는 것에 대한 반감은 애굽 그리고 또는 말과 병거에 대한 의존을 질책하는 선지자들에게 자주 나타난다. (참조, 사2:7, 30:1-3, 렘2:18, 36, 호14:3, 미5:10) 히스기야는 군마를 얻기 위하여 애굽에 금은보화를 바리바리 싸 보냈다가 이사야에게 크게 야단맞았다.(사30:6-8)


4. 많은 아내를 두어서는 안 된다.(17절) 이는 일부일처를 강조하기 위함이 아니다. 왕은 하나님보다 외국과 동맹, 지방 호족세력과 결탁하려고 정략결혼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대표적인 예가 솔로몬이다. 솔로몬의 정략결혼으로 이스라엘은 온갖 이방 종교와 사상이 범람하였다.


5. 왕은 많은 재산을 축적해서는 안 된다.(17절) 왕이 재산을 축적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세금징수다. 왕이 재물에 욕심을 내면 백성의 삶이 고달파진다.(삼상8:14-16)


6. 왕은 평생 율법을 가까이해야 한다.(18-19) 율법은 하나님과 백성 사이에 맺은 언약 규정이다. 왕이 율법을 가까이하고 배우므로, 위로는 하나님의 뜻을 바르게 실천하고, 아래로는 백성을 잘 섬기고 다스릴 수 있다. 율법은 이스라엘 백성이 지켜야 할 삶의 교과서이다. 왕은 누구보다도 모범적인 이스라엘 사람이어야 한다.


7. 왕은 겸손해야 한다.(20) 왕이 율법책을 가까이한다는 것은 그를 짓누르기 위함이 아니라 겸손한 자세로 백성을 통치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안타깝게도 이스라엘 왕정 역사상 이러한 왕의 제한 규정을 지킨 왕은 한 명도 없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가? 세상의 권력자 중에 하나님의 뜻을 온전히 수행하고, 백성을 사랑하고 아끼며 섬기는 지도자는 없다는 뜻이다.  우리는 이 세상을 지나가는 나그네와 행인 같은 존재다. 우리는 이 세상의 권력자를 어떤 자세로 대해야 할까?


위에 있는 권세에 복종하라는 두 구절보다 세상과 우리는 길이 다르다는 구절이 성경에 훨씬 많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세상과 다른 나라를 제시한다. 우리가 비록 이 땅(바벨론)에 살지만, 우리 소속은 하나님 나라이고, 우리가 이루어야 할 나라도 하나님 나라다. 만일 그리스도인이 세상의 정파적 입장에 휘둘리어 세상 권력자의 대변인 노릇을 한다면, 하나님께서 어떤 마음이실까? 나는 세상의 정치와 권력에 대해서 할 말도 많지만, 난 그들의 대변자가 되고 싶지 않다. 나는 하나님 나라의 시민으로서 영원한 야당이며, 어떤 권력에 대해서도 감시와 견제를 게을리하지 않기를 힘쓸 뿐이다.


참고 도서

1. 송병현, '엑스포지멘터리 신명기' (국제제자훈련원 : 서울) 2014년

2. 크리스토퍼 라이트, '신명기', 전의우 옮김 (성서유니온 : 서울) 2017년

3. 김회권, '신명기' (한국장로교출판사 : 서울) 2017년

4. 주원준, '신명기' (바오로딸 : 서울) 2016년

5. 패트릭 밀러, '신명기' 김회권 옮김 (한국장로교출판사 : 서울) 2000년

6. 장일선 '성서주석 신명기' (대한기독교서회 : 서울) 2011년

7. 조지형, '헌법에 비친 역사' (푸른역사 : 서울) 201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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