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대 사회심리학자 레온 페스팅거(Leon Festinger)는 인지 부조화론을 발표하였다. 그는 거짓말을 하는 대가로 어떤 사람에게는 20달러를, 어떤 사람에게는 1달러를 주었다.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1달러에 거짓말을 한 사람이 20달러에 거짓말을 한 사람보다 거짓말을 진실이라고 주장하는 경향이 훨씬 강하였다. 왜 그럴까?
1달러를 받고 거짓말을 한다는 게 사실 어이없는 짓이다. 자기가 생각해도 말이 안 되는 행동이다. 결국, 그는 자신을 정당화시키는 쪽을 선택하는데, 이를테면 자신은 돈 때문에 거짓말하는 사람이 아니고 그것을 진실이라고 믿는 것이다. 반면에 20달러를 받은 사람은 자신이 거짓말한 대가로 돈을 받았다고 순순히 인정한다. 따라서 거짓말을 진실인 것처럼 믿는 사람은 큰 대가를 받은 사람이 아니다.
비슷한 예가 한국 전쟁 발발 당시 중국인들에게 포로로 잡혔던 미군들에게 일어났다. 중국은 아주 효과적인 방법을 사용하여 미군 포로들을 공산주의자로 변절시켰다. 중국인들은 포로들에게 반미적인 글을 쓰도록 강요했는데 가혹한 고문이나 큰 뇌물을 사용하지 않았다. 그들이 준 것은 쌀 조금과 사탕 몇 개가 전부였다. 겨우 사탕 몇 개에 공산주의로 전향하다니 말이 안 되는 상황이다. 거기서 미군들은 자신의 행동에 정당화를 시도하였다. 자신들은 정말 공산주의가 좋아서 그런 것이지 사탕 때문이 아니라고 생각하였다. 그건 무의식적인 자기 정당화였다. 그들은 포로에서 풀려나서도 자신은 공산주의자라고 주장하였다.
이것이 소위 인지 부조화(cognitive dissonance)다. 인간은 자신이 믿는 것과 실제 일어난 일이 다를 때 부조화의 좌절을 겪는다. 그 고통을 줄이고 극복하려면, 믿음과 현실 둘 중 하나를 바꾸어야 하는데 현실은 이미 벌어진 상황이기에 바꿀 수 없다. 따라서 자신의 믿음을 현실에 맞게 합리적으로 바꾸어 버린다.
세상은 우리를 미혹하고 유혹한다. 수많은 사람이 세상의 거짓말에 속아 넘어간다.
‘신은 죽었다.’
‘이제부터 네 인생은 너의 것이다.'
‘네가 인생의 의미를 창조하는 창조자가 되어라.'
‘얼마 남지 않은 삶을 멋지고 즐겁게 유쾌하게 살아라.'
세상은 이 땅의 삶이 전부이고, 그것으로 모든 게 끝이라고 가르친다. 거짓말이다. 아무것도 주지 않으면서 세상은 우리에게 거짓을 말한다. 받은 것이 없는 그들은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시키기 위하여 그 길의 끝에 분명 인생의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그 삶의 끝은 허무일 뿐이다.
니체는 그 허무주의를 극복하고자 무진 애를 썼다. 그러나 그도 역시 의미를 제대로 찾지 못하고 찾으려고 애쓰는 모습으로만 머물렀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