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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gos Brunch Mar 10. 2019

아볼로가 변했어요!

브리스길라 이야기 4

사도바울이 안디옥으로 떠난 후 나는 마음이 왠지 허전하였다. 그러나 이내 마음을 굳게 하였다. 비록 사도 바울은 없지만, 성령 하나님께서 나와 남편을 인도하여 주실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우리는 바울 사도의 말씀을 더 듣기를 사모하는 몇몇 사람과 함께 가정 교회를 시작하였다. 그들에게 예수는 그리스도이심을 선포하면서 말씀을 가르쳤다. 비록 소그룹이었지만, 하나님의 말씀을 나누면서 함께 은혜를 나누었다.


안식일이면 유대인의 규례를 따라 우리는 회당에도 출석하였다. 어느 날 알렉산드리아 출신 아볼로라 하는 유대인이 회당에서 말씀을 증거 하였다. 그가 전하는 언어는 탁월하여 마치 은쟁반에 금사과와 같았다. 그는 세례 요한이 설교하였던 대로 임박한 심판과 메시아에 대하여 강력하고도 열정적으로 설교하였다. 그는 성경에 능통하여 구약에 있는 메시아 본문을 하나하나 인용하여 설교하는 데 감히 반박하는 자가 없었다. 그는 구약에 예언한 메시아가 예수 그리스도이심을 강력하게 증거 하였다. 세례 요한은 예수님의 신발 끈도 감히 풀 수 없다고 말하였으며, 예수 그리스도야말로 세상 죄를 지고 가는 하나님의 어린양이라고 선언한 사실을 그는 힘 있게 선포하였다. 그의 열정, 그의 학식, 그의 언변, 그의 논리력은 흠잡을 데가 하나도 없었다. 말이 서툴렀던 바울 사도와 달리 그는 화려한 언변의 설교자였다. 그런데 설교를 들으면서 한 가지 아쉽다는 생각을 멈출 수가 없었다.


집에 돌아온 후 남편 아굴라와 함께 아볼로의 설교에 관하여 이야기하였다.

브리스길라 : “여보 오늘 아볼로 선생의 설교를 어떻게 들었어요?”

아굴라 : “응. 소문대로 정말 뛰어난 설교자였어요. 성경에 능통하여 막힘없이 술술 풀어 설명하는 데 감동을 받았어요.”

브리스길라 :“맞아요. 아볼로 선생은 설교만 잘할 뿐 아니라 열정도 대단하였지. 나는 마치 세례 요한이 다시 오신 것 아닌가 생각할 정도였어요.”

아굴라 :“오늘 설교를 듣는 유대인 중 가슴이 뜨끔한 사람들이 많았을 거야. 특별히 난 아볼로 선생이 예수 그리스도가 메시아이심을 설교할 때 가슴이 뜨거워졌어.”

브리스길라 :“그런데 여보 오늘 설교를 들으면서 뭔가 아쉬운 점이 있지 않았어요?”

아굴라 : “그러게 나도 뭔가 아쉽다는 생각을 하였는데 그게 뭘까?”

브리스길라 :“제 생각에는 아볼로 선생이 예수 그리스도가 메시아이심을 선포하는 것도 좋고, 성경을 잘 풀어 설명하는 것도 좋은데 성령 하나님을 알지 못하시는 것 같아. 논리와 지식의 열정도 좋고, 세례 요한이 강조한 회개의 세례도 좋지만, 성령으로 거듭나지 않고는 참된 그리스도인으로 설 수 없잖아요. 아볼로 선생은 성령의 세례를 알지 못하시는 것 같았어요.”

아굴라 : “당신이 그렇게 말하니 그렇군. 어떻게 기회를 만들어 아볼로 선생을 초청하여 예수님과 성령님에 대하여 당신이 가르쳐주면 안 될까?”

브리스길라 :“여보 그건 쉬운 일이 아니에요. 첫째, 여자가 남자를 가르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고요. 둘째, 아볼로 선생은 바울 선생과 쌍벽을 이룰 만큼 뛰어난 성경학자인데 평신도인 내가 가르친다면 듣기나 하겠어요.”

아굴라 : “남자인 내가 가르치는 게 조금이라도 낫겠지만, 나는 당신처럼 지혜롭지도 못하고 논리적이지도 못하잖아. 어떻게 하면 좋지. 우리 하나님께 지혜를 달라고 같이 기도합시다.”


나는 남편과 함께 간절히 기도하였다. 아볼로 선생이 성령을 받고, 예수 그리스도를 정확히 이해한다면 하나님의 교회에 크게 일하실 것은 확실하다. 문제는 넘어야 할 장벽이 너무나 크고 높다. 어떻게 하면 아볼로 선생의 마음을 상하게 하지 않고 가르칠 수 있을까?

우리는 며칠 동안 기도하면서 고민하고 지혜를 모았다. 나와 남편은 몇 가지 전략을 세웠다. 첫째, 아볼로 선생을 식사에 초대한다. 그는 예수 그리스도를 전하고 싶은 마음으로 알렉산드리아에서 여기까지 와서 말씀을 증거 하였다. 그의 뜨거운 열정과 헌신에 상당하는 대접은 반드시 필요하다. 둘째, 우리는 아볼로 선생을 존경해야 한다. 그의 학문, 그의 언어, 그의 열정은 누구보다도 뛰어나다. 1) 가르친다는 것은 말에 있지 않고 태도에 있다. 우리가 어떤 태도를 보이느냐에 따라 아볼로 선생이 기쁘게 받을 수도 있고, 기분 나빠할 수도 있다. 우리가 아볼로 선생보다 먼저 예수를 믿고 성령을 받았다고 해서 아볼로 선생보다 실력이 뛰어난 것은 절대 아니다. 철저하게 겸손한 태도를 가져야 한다. 셋째, 가르치려 하지 말고 아볼로 선생이 스스로 깨닫도록 해야 한다. 아볼로 선생은 지혜로운 사람이므로 힌트를 조금만 주어도 복음의 진리로 다가올 것이다. 넷째, 무엇보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변화시키는 성령 하나님의 도우심을 사모해야 한다. 내가 아볼로 선생에게 성령 하나님과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설명할 때 남편은 옆에서 마음으로 간절히 기도하기로 하였다.


우리는 아볼로 선생을 초청하여 식사 대접하기로 하였다. 우리는 기도로 시작하여 기도로 마쳤다. 우리는 아볼로 선생이 앉을자리에 향유를 뿌리고, 예쁜 꽃으로도 장식하였다. 집안에 들어오면서부터 환영하는 분위기, 편안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하였다. 나는 로마에서 배운 음식을 준비하여다. 지중해식 샐러드인 '아피치오(Apicio)’를 전채요리로 내놓고 ‘포카치아(focaccia)’빵을 준비하였다. 2) 나는 레브렉(Levrek, 농어)은 굽고, 조그만 이스타브릿(Istavrit, 참다랑어)은 살짝 튀겼다. 마지막으로 꿀에 절인 과일을 후식으로 준비하였다.


마침내 아볼로 선생이 집에 도착하였다. 남편은 대문 밖에서 정중하게 모셨다. 방안에 들어온 아볼로 선생은 우리의 환대에 크게 기뻐하였다. 식사를 마치고 함께 차를 나누면서 대화를 시작하였다.

브리스길라 : “아볼로 선생님의 설교를 참으로 감명 깊게 들었어요. 성경에 능통하셔서 세례 요한이 증거 했던 회개의 메시지에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아볼로 : “제 설교에 은혜를 받으셨다니 감사합니다.”

아굴라 : “선생님 세례 요한과 예수님에 대하여 설명하셨는데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볼로 : “저는 세례 요한을 참으로 존경합니다. 그는 이 죄 많은 시대에 꼭 필요한 스승이십니다. 유대 종교 지도자는 타락하여 돈만 밝히고, 권력만 추구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성공을 위해서라면 로마 권력자들 앞에 기꺼이 무릎을 꿇는 자들입니다. 그들은 무지한 백성을 미혹하여 헌금을 강요하고, 그것도 모자라 가혹한 세금까지 징수하는 자들입니다. 겉으로는 거룩한 척하고, 위엄 있는 척하지만, 회칠한 무덤과 같이 속이 썩어 냄새나는 자들입니다. 세례 요한이 도끼가 이미 나무뿌리에 놓였다는 선언이 틀린 말은 아닐 것입니다. 세례 요한이 사모하던 메시아가 오셔야 하나님 나라가 바로 설 것입니다. 세례 요한이 증거 한 메시아가 곧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브리스길라 : “그런데 선생님 세례 요한이 하셨던 말 중에 ‘나는 너희에게 물로 세례를 베풀거니와 그는 너희에게 성령으로 세례를 베푸시리라’ 하셨는데 그 말씀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나는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최대한 겸손하게 그에게 질문하였다.


아볼로 : “참으로 어려운 질문을 하셨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저도 그 부분은 잘 모르겠습니다. 성령으로 세례를 받는다는 뜻이 무엇을 뜻하는지 정확히 설명하기가 참 어렵군요.”

브리스길라 : “선생님 구약에도 성령 하나님을 언급하고 있지 않나요?”

아볼로 : “맞습니다. 구약에도 성령 하나님이 나옵니다. 정확히 성령(rûach)이라는 말은 시 51:11, 사 63:10,11 세 번 나옵니다만 ‘하나님의 영’이란 단어는 여러 차례 나옵니다. 그리고 그 쓰임새도 매우 다양하고 폭이 넓지요.”

브리스길라 : “선생님. 하나님께서 에스겔 골짜기에서 마른 뼈들에게 생기를 불어넣어 큰 군대를 만드시는 환상을 보여주시면서 말씀하셨지요. “내가 또 내 영을 너희 속에 두어 너희가 살아나게 하고 내가 또 너희를 너희 고국 땅에 두리니 나 여호와가 이 일을 말하고 이룬 줄을 너희가 알리라 여호와의 말씀이니라.”(겔 37:14) 여기 ‘내 영을 너희 속에 두어’ 살아나게 하신다는 말씀이 성령세례를 말씀하시는 것은 아닐까요?”

나는 조심스럽게 질문하였다.


아볼로 : “아! 그렇군요. 맞습니다. 하나님께서 요엘 선지자에게도 만민에게 영을 부어주겠다고 하셨지요. (욜 2:28-29)  이사야 선지자에게도 하나님께서 언약을 세우시면서 하나님의 영을 주어 영원토록 떠나시지 않겠다고 하셨지요. 그러고 보니 구약 성경에서 성령에 대하여 하신 말씀들이 계속해서 떠오릅니다. 참으로 감사합니다.”

아볼로는 지혜롭고 겸손한 사람이었다. 그는 내가 몇 가지 질문만 하였는데도 스스로 깨닫고 감사하였다.


아볼로 : “혹시 집사님 내외분은 성령 세례를 받으셨나요?”

브리스길라 : “물론이지요. 저희는 예수를 영접하였으며 성령으로 세례를 받고 거듭난 그리스도인으로 예수의 제자들입니다.”

아볼로 : “어쩐지 남다르단 생각을 하였습니다. 여러분의 겸손한 태도와 성경에 대한 해박함에 깜짝 놀랐습니다. 혹시 성령세례를 어떻게 하면 받을 수 있을까요?”

아굴라 : “성령세례는 누가 누구에게 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주님께서 직접 주시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다만 기도할 뿐입니다.”

아볼로 : “그렇다면 집사님 내외분께서 저를 위하여 기도해 주십시오. 저도 성령으로 세례 받고 복음을 지식적으로만 알지 아니하고 심령으로 깨닫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우리는 아볼로 선생을 위하여 뜨겁게 기도하였다. 주님은 우리의 기도를 응답하셨고, 성령으로 세례를 베푸셨다. 성령께서 아볼로 위에 임할 때 그는 온몸을 부르르 떨며 주님께 두 손을 높이 들고 기도하였다. 그날 그는 주님을 심령으로 영접하였고, 성령으로 세례 받아 거듭난 하나님의 종이 되었다. 그의 얼굴은 빛났고, 그의 마음은 그리스도로 가득하였다. 그는 이제 진정으로 거듭난 복음 사역자가 되었다.


그는 몇 주일을 우리 집에 머물면서 함께 성경을 공부하며 복음을 깊이 있게 연구했다. 이제 그의 설교는 단순히 말에 뛰어난 설교, 논리적인 설교, 학식 있는 설교로 머물지 않았다. 그의 설교에 성령이 역사하였다. 십자가의 복음을 설교할 때는 설교자나 듣는 청중이 모두 눈물바다가 되었다. 그의 설교는 살아 움직였다. 우리는 소리쳤다. “아볼로가 변했어요!”


1) 아볼로는 성경에 능통한 사람이다. 성경에 등장하는 인물 중 성경에 능한 사람으로 소개한 경우는 아볼로가 유일하다. 짐작건대 그는 최소 4개 국어 내지 5개 국어를 능통하게 사용했을 것이다. 그가 이집트 알렉산드리아 출신이므로 이집트의 공용어인 콥틱 어를 사용했을 것은 확실하다. 그리고 알렉산드리아에서 구약성경을 배웠으므로 당연히 헬라어에도 능통하였다. 알렉산드리아는 히브리어 구약 성경을 헬라어로 번역한 도시이기도 하다. 셋째 그는 정규 교육을 다 받은 자로서 로마 제국의 공용어인 라틴어에도 능통하였을 것이다. 넷째 당연한 이야기지만 구약학자였던 그는 히브리어에도 능통하였다. 다섯째 그는 당시 이스라엘이 공용어로 사용한 아람어에도 능통하였을 것이다.

2) 아피치오(Apicio)는 삶은 달팽이, 닭의 모래주머니와 사탕무, 파, 샐러리 등의 채소를 함께 삶는다. 여기에 올리브유, 포도주와 식초, 다마스쿠스 산 다진 자두, 후추, 생각과 달걀을 넣어 섞고, 이 위에 전분가루, 건포도, 스위트 와인, 신맛이 나는 소스와 아웃 잎을 뿌려준 샐러드이다.

포카치아(focaccia)는 밀가루에 올리브유와 소금을 뿌려 구운 크고 둥근 빵이다. (한동일, ‘라틴어 수업, 흐름출판, 18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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