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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gos Brunch Feb 28. 2019

브리스길라 이야기 3

항해는 순조로웠다. 바람은 감미로웠고, 바다는 잔잔하였다. 배는 겐그리아로 향하였다. 겐그리아는 고린도 동쪽으로 15km 떨어진 항구도시다. 겐그리아에는 그리운 뵈뵈가 있는 곳이다. 뵈뵈가 고린도에 들릴 때면, 그녀는 언제나 우리 집에서 하는 기도 모임에 참여하였다. 나는 뵈뵈를 보고 싶은 마음에 한걸음에 달려갔다. 뵈뵈는 나의 친 여동생 같다. 

“뵈뵈 보고 싶었어요.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어요?”

나는 사도 바울과 남편 아굴라보다 먼저 뛰어들어 뵈뵈의 손을 잡았다. 

“브리스길라 집사님! 저도 보고 싶었어요. 항해는 어렵지 않았나요?”

“응. 다행히 바람이 순조로워 금방 도착했어요. 내가 뵈뵈 집사님을 보고 싶어 하는 마음을 바람과 파도도 알고 있었나 봐요.”

“반가워요. 피곤하실 텐데 들어오셔요. 바울 선생님, 아굴라 선생님도 들어오셔요.”

우리는 뵈뵈의 집에 들어가서 의자에 앉았다. 집은 아담하지만, 실내는 정갈하고 깨끗하게 정리 정돈이 되어 있었다. 지중해 뜨거운 태양 볕에 잘 익은 수박과 멜론을 내놓았다. 뵈뵈는 갑자기 들이닥친 우리를 대접하기 위하여 양고기에 올리브 기름을 발라 굽기 시작하였다. 뵈뵈가 만든 수블라키(Souvlaki)는 그리스 최고의 음식이었다.1) 뵈뵈는 매우 신중하고 예의 바르며 독립심이 강한 여자다. 그녀는 여행자들을 환대하고 돌봐준다는 소문은 익히 들어 잘 알고 있었다. 우리는 그녀의 따뜻한 보살핌 덕분에 편히 쉴 수 있었다. 


그날 밤 사도 바울이 왔다는 소식을 들은 겐그리아 성도들이 서너 명 뵈뵈의 집을 찾아왔다. 바울 사도는 기쁜 마음으로 그들에게 복음을 전하였다. 말씀을 나누고 함께 찬양하고 함께 기도하는 시간은 언제나 행복 그 자체였다. 다음날 아침 사도 바울은 전에 서원한 대로 머리를 깎기로 하고 나갔다. 


뵈뵈는 사도 바울이 머리 깎는다는 이야기에 의아해했다. 그녀는 조용히 내게 다가와 물었다. 

“브리스길라 집사님! 한 가지 궁금한 것이 있어요. 성경에 하나님 앞에 헌신하는 나실인은 머리를 자르지 않는다고 했는데 바울 사도는 왜 머리를 자르시려고 하지요?”2)

“응. 사실 나도 그게 궁금해서 바울 선생님에게 물어보았지만, 그저 빙그레 웃으실 뿐 대답해주지 않으셨어. 이건 내 짐작인데 바울 선생님께서 머리를 깎는 것은 자신의 지위나 명성을 완전히 포기하고 온전히 하나님께 헌신한다는 뜻인 것 같아. 출애굽기를 보면 하나님께서 모세에게 ‘신을 벗으라’고 하잖아. 그건 이제부터 하나님 앞에 종으로 살라는 뜻이거든. 사실 머리 깎는 것은 종이나 하는 일이잖아. 바울 선생님은 자신을 낮추어 하나님의 종으로 살겠다는 뜻을 마음으로 뿐만 아니라 몸으로 보여주시는 것 같아. 나도 바울 선생님처럼 온전히 하나님 앞에서 헌신하기로 다짐하였어. 그래서 천막 사업보다 하나님 사업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여 남편과 함께 바울 선생님을 따라 선교 여행에 동참한거야.”

“집사님! 대단하셔요. 예수님께서 우리를 위하여 십자가에서 피를 흘려주셔서 우리를 구원하여 주었으니 우리 또한 생명 바쳐 충성해야겠지요. ”

“저도 기회가 되면 로마로 가서 전도에 온전히 헌신하기를 소망해요.”3)

“그래 하나님 나라와 그 일을 위하여 기도하고 준비하면, 언젠가 하나님께서 우리를 써 주실 거야.”

한동안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시원하게 머리를 깎은 바울 선생님이 오셨다. 우리는 며칠 더 뵈뵈의 집에 머물고 싶었지만, 바울 선생님은 속히 안디옥 교회로 돌아가 선교 보고를 하고 싶어 하셨다. 아쉽지만 나는 뵈뵈와 헤어져야 했다. 

“안녕 뵈뵈.”

“안녕히 가세요. 브리스길라 집사님.”

“그래 우리 하나님의 인도 하심이 있으면 다시 만날 거야. 그동안 주 안에서 승리합시다.”

겐그리아를 떠나 에베소로 향하는 여정은 멀고 험한 바닷길이었다. 우리는 안드로스(Andros) 섬을 돌아 에게 바다(Aegean Sea)로 나아갔다. 풍랑이 불기는 했지만, 다행히 그리 위험하지 않았다. 지중해 여름 바다는 언제 보아도 아름답다. 우리 일행은 배 안에서 바울 사도의 가르침을 받으며 기도하면서 시간을 보내었다. 하룻낮 하룻밤이 지나자 멀리 사모스(Samos) 섬이 보였다. 사모스 섬을 지나 쿠사다시(Kusadasi) 항구에 도착하였다. 항구 입구에는 등대섬이 있는데 섬 꼭대기에는 아프로디테 여신상이 크게 세워져 있었다. 나는 기도하였다. “하나님 저곳에도 그리스도의 십자가가 높이 세워지게 하소서.” 

쿠사다시 항구에서 에베소까지는 걸어서 4시간 정도 걸렸다. 바울 선생은 전부터 에베소에 가고 싶어 하셨다. 사도 바울의 선교전략은 먼저 대도시부터 공략하고 그곳을 거점 삼아 사방으로 복음을 전파하는 것이다. 그래서 사도 바울의 선교지는 언제나 큰 도시다. 빌립보, 데살로니가, 아덴, 고린도, 에베소는 로마 식민지 중 큰 도시에 속한다. 에베소 인들은 아데미 신을 섬겼으며 도시 한가운데 셀수스 도서관이 크게 자리하고 있다. 셀수스 도서관은 유명하여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 도서관과 쌍벽을 이룬다. 에베소가 얼마나 큰 도시인지 그곳에는 두 개의 아고라(시장)가 있으며 원형극장도 다른 도시보다 훨씬 규모가 크다. 

그러나 우리는 도시가 얼마나 크고 화려하고 웅장 한 지에 별 관심이 없었다. 우리의 가장 큰 소망은 향락과 쾌락으로 가득 찬 도시, 세상의 지식과 허영으로 가득한 에베소에 그리스도의 복음이 자리하기를 원할 뿐이었다. 바울 선생은 도착하자마자 회당으로 달려갔다. 우리는 머물 곳을 알아보느라 바울 선생과 함께하지는 못하였다.4) 

고린도에서 그러했던 것처럼 에베소에서도 천막 사업을 하면서 이곳에도 교회를 세우는 게 우리의 목표다. 고린도보다 큰 에베소는 앞으로 지중해 연안의 도시들과 내륙 깊숙이 선교하는 데 중요한 거점이 될 것이다. 바울 선생은 회당 전도를 하고 돌아오면서 기쁜 소식을 전하여 주었다. 

“브리스길라, 아굴라 집사님 들어봐요! 제가 에베소 회당에서 말씀을 증거 하는 데 이 사람들 눈이 반짝였어요! 하나님의 말씀을 사모하는 마음이 그들의 얼굴에서 보이더군요! 내가 이번 선교 여정 중에 가장 힘 있게 설교했어요.”

"정말이에요! 선생님. 고린도에서도 하나님께서 크게 역사하셨는데, 에베소에서는 더욱 크게 역사하실 것 같네요. 이제 하나님께서 선교의 문을 활짝 열어주실 것 같아요. 선생님 에베소에 머물면서 교회를 개척하고 복음을 가르쳐주세요."

“안 그래도 회당에 있는 유대인들이 말씀을 더 듣고 싶어 나에게 남아달라고 간청하더군요. 그런데 집사님도 알다시피 나는 안디옥으로 돌아가 선교보고를 해야 해요. 그러니 이곳은 브리스길라 아굴라 집사님이 책임지고  말씀을 좀 가르쳐 주었으면 좋겠어요.”5) 

"바울 선생님 제가 그런 중요한 일을 감당할 수 있을까요?"

"물론이지요. 브리스길라는 고린도에서 1년 반동안 내게 배웠잖아요. 지금까지 많은 사람을 만났지만, 브리스길라처럼 총명하고, 하나님의 말씀을 잘 깨우치는 사람은 본 적이 없어요. 내가 빠른 시간에 에베소로 다시 올 테니 그때까지만 수고해 주었으면 좋겠어요.”6) 

“선생님 에베소에 조금 더 머무시면서, 이곳에 교회를 세우는 것을 보시고 가시면 안 되겠어요?"

“미안해요. 지금 제 마음이 불붙는 것 같아서 안 되겠어요. 안디옥 교회 성도들에게 선교 여정에서 경험하였던 하나님의 크신 은혜와 역사를 전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서 안 되겠어요.”

우리는 아쉬운 마음이 가득하지만, 사도 바울과 다시 만날 약속을 하면서 보내드릴 수밖에 없었다. 이제 에베소에서 교회를 개척하고 복음을 전파해야 할 사명이 오롯이 나에게 남겨졌다. 인간적으로 생각하면 감당할 수 없지만, 하나님의 인도 하심과 공급해주시는 힘으로 능히 감당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1) 수블라키(Souvlaki)는 무사카(Mousaka)와 함께 그리스 대표음식이다. 꼬챙이에 올리브 기름과 오레가노를 버무려서 재워놓은 고기를 겹겹이 포개 놓고 세로로 세워 천천히 돌리며 불에 구우며, 익은 부위를 칼로 잘라 밀전병과 양파와 함께 접시에 담아 먹는 음식이다. 기름기가 밑으로 흘러내리기 때문에 부담없고 꼬챙이에 꿸 때 양파와 피망, 토마토를 색깔에 맞추어 넣으면, 더욱 담백한 맛을 낸다.(Naver 지식 백과에서) 

2) 바울은 더 여러 날 머물다가 형제들과 작별하고 배 타고 수리아로 떠나갈새 브리스길라와 아굴라도 함께 하더라 바울이 일찍이 서원이 있었으므로 겐그레아에서 머리를 깎았더라.(행18:18)

3) 뵈뵈는 사도 바울이 쓴 로마서를 로마로 전달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았다. 그녀의 침착하고 신중한 성격은 진리의 서신을 전달하는 데 적절하였다.(롬 16:1,2)

4) 에베소에 와서 그들을 거기 머물게 하고 자기는 회당에 들어가서 유대인들과 변론하니(행18:19)

5) 여러 사람이 더 오래 있기를 청하되 허락하지 아니하고(행18:20)

6) 작별하여 이르되 만일 하나님의 뜻이면 너희에게 돌아오리라 하고 배를 타고 에베소를 떠나(행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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