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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gos Brunch Jun 25. 2019

구약의 종말론

요한계시록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2019년 제72회 칸영화제에서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이란 영화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그는 영화를 제작하기에 앞서 만화로 장면 장면을 그려 놓는다. 배우들의 표정, 동작, 심지어 미술 소품까지 그는 모두 구상한다. 감독이라면 첫 장면부터 마지막 장면까지 다 생각하겠지만, 봉준호 감독만큼 디테일에 신경 쓰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래서 그의 별명은 봉테일이다. 


하나님은 얼마나 디테일하실까? 인간들이 사건 사고를 저지를 때마다 당황하셔서 뒤처리를 하느라 허둥지둥하실까? ‘구약의 종말론’을 쓴 게할더스 보스(Geerhardus J. Vos, 1862-1949)는 하나님께서 얼마나 디테일하신지를 창조와 종말론을 연결하여 설명한다. 하나님은 완성을 목적으로 세상을 창조하였다. "죄가 존재하기 전에 그리고 죄와 상관없이, 우주에게 주어진 어떤 절대 종말이 있다"(Vos, 122). 하나님께서는 어떤 문제(죄)가 발생하기 전부터 완성(종말)을 생각하셨다. 그러므로 종말론은 구원론보다 더 오래되었다. 


창조에서 보여준 종말론은 안식일과 생명나무로 드러난다. "안식일의 원형은 하나님의 생명이요 하나님이 하신 일이다. 따라서 안식일은 가득 참을 뜻한다. 멈춤이나 지쳐 있음이 아니라, 완성이다"(Vos, 125). 안식일은 완성의 쉼을 인간의 삶 속에 들여오는 것이다. 안식일은 하나님께서 창조할 때부터 계획하신 완성에 도달할 것을 보여주는 장치이다. 


생명나무는 하나님 나라의 회복을 암시한다. Vos는 말한다. “생명나무라는 상징을 통해 더 차원 높은(즉 궁극의) 생명을 얻으리라는 기대를 제공해 주었는데 바로 이것이 모든 종말론 계시의 종착점을 이룬다”(Vos, 68). 타락 이전에 하나님은 완성을 그리셨다. 그 완성은 곧 종말이다. 그러므로 종말은 하나님께서 지으신 모든 우주 만물의 회복이다. 그날은 하늘에 있는 것이나 땅에 있는 것이 모두 그리스도 안에서 통일되는 날이다(엡1:10). 


창조에서 보여준 종말론이 완성을 목표로 한다면, 타락한 이후 인간을 구원하는 구속 종말론에서는 회복과 완성을 목표로 한다. 창조 종말론과 구속 종말론의 차이점은 바로 이것이다.  "이 종말론(구속 종말론)은 분명 치료하고 튼튼하게 만들어주는 종말론이다. 모든 구원 행위는 틀림없이 치료 행위요 초자연화 행위다"(Vos, 124).


그러므로 기독교의 구원 개념은 종말과 밀접한 연관성을 가진다. 창세기로부터 요한계시록까지 하나님의 구원은 회복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그 회복을 발판 삼아 완성을 이룬다. 하나님의 구원은 누구를 정죄하고, 심판하고, 파괴하며, 편 가르기를 통해서 이루는 구원이 아니다.  하나님께서는 에스겔의 입을 통하여 이점을 분명히 표현하였다. “나는 악인이 죽는 것을 기뻐하지 아니하고 악인이 그의 길에서 돌이켜 떠나 사는 것을 기뻐하노라”(겔 33:11).  하나님은 회복을 원하시고 마침내 회복을 이루신다. 


구약의 선지자들은 언제나 회개(회복)를 촉구하였다. 그들이 생각하는 종말은 메시아가 오셔서 하나님 나라를 회복하는 것이었다. 지독한 민족 이기주의에 사로잡힌 이스라엘의 회복이 아니다. 하나님 나라는 모든 열방과 민족과 언어와 인종이 함께 모여 하나님을 찬양한다. 하나님 나라는 무력으로 만들지 않는다. 구약의 선지자들이 예언한 메시아는 어린양, 연한 순, 인자, 여호와의 종과 같은 모습으로 나타난다. 한결같이 여리고 약한 모습이다. 요한계시록의 중심 주제 중 하나가 "보좌에 앉으신 어린양"이다. 결국, 어린양이 승리하셨다. 정복과 파괴가 아니라 희생과 섬김과 사랑이 승리하셨다. 강한 것이 아니라 한없이 약한 어린양의 승리다. 


하나님께서 생각하신 구원은 십자가의 희생, 십자가의 낮아짐, 십자가의 섬김, 십자가의 사랑이다. 메시아는 샬롬(평화)의 왕이다. 메시아는 만물을 회복하신다. 회복이란 뜻이 무엇인가? 죄와 사망으로 죽을 옛사람을 새사람으로 회복하신다는 뜻이다. 그것은 사람만이 아니라 천지 만물도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새 하늘과 새 땅은 하나님께서 원래 계획하신 나라의 회복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구약의 종말론을 잘 이해하면 신약의 종말론을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다. 창조론 속에 종말론이 숨어 있고, 종말론을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따라 구원론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나는 평화의 왕, 창조의 주, 모든 만물을 새롭게 하시는 회복의 메시아를 소망한다. 

왜냐하면 내가 너무나 부족하고 죄 많고 연약하기 때문이다. 


1. Vos Geerhardus J., 구약의 종말론(The Eschatology of the Old Testament), 박규태 옮김, 서울 : 좋은씨앗, 201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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