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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gos Brunch Jul 06. 2019

인지 부조화 현상과 유대교

요한계시록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인간은 자신의 마음속에서 양립 불가능한 생각들이 심리적 대립을 일으킬 때, 적절한 조건에서 자신의 믿음에 맞추어 행동을 바꾸기보다는 행동에 따라 믿음을 조정하는 동인을 형성한다.” - 레온 페스팅거(Slater, 148)


미니애폴리스 주의 레이크 시티에 살던 평범한 주부 매리언 키치는 어느 날 사난다라는 사람에게 한 통의 편지를 받았다. 

“대서양 바닥이 융기하여 해안선이 모두 물에 잠길 것이다. 프랑스는 가라앉을 것이며… 러시아는 거대한 대양이 될 것이다. 로키 산맥 위로는 엄청난 물살이 밀어닥치리라. … 모든 것은 세상을 정화하고 새로운 질서를 창조하기 위함이다.”

편지는 12월 21일 자정에 대홍수가 난다고 경고하였지만, 사난다라는 이름의 신을 믿는 사람들은 모두 구원받을 수 있다고 하였다. 매리언 키치는 편지를 믿었다. 인근 대학 의대 교수이며 비행접시 동호회에서 매리어 키치를 알게 된 암스트롱 박사도 그 편지를 받았다. 그들은 편지를 근거로 종교를 만들어 종말을 준비하였다. 그때가 11월이었다. 불과 한 달 후 종말이 온다는 소식에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키티라는 여성은 직장을 그만두고 집을 팔고 아직 갓난아이인 딸을 버리고 매리언 키치 집으로 이사 왔다. 허황된 종말론을 설교하다 교수직에서 해고된 암스트롱도 합류했다. 그들은 사회적 명예나 재산을 소중히 생각하지 않았다. 종말이 다가오는데 그런 게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미네소타 대학에서 심리학자로 활동하던 31살의 페스팅거는 사이비 종말 집단에 잠입하기로 결심했다. 여러 복잡한 가입 절차를 마치고 들어가서 그들의 심리 상태를 관찰하였다. 12월 21일 대홍수도 없고, 우주인도 오지 않는다면 그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지, 그들의 믿음은 어떻게 될지 궁금하였다. 


신도들은 매리언 키치 집에 종말을 기다렸다. 11월 21일 밤 11시 50분, 마지막 10분을 남겨놓고 신도들은 긴장에 휩싸였다. 재깍거리는 시계 소리와, 고동치는 심장 소리가 화음을 이루었다. 밖에는 방송국 보도진들이 종말교 신도들의 반응을 지켜보고 있었다. 


정한 시간이 지났지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모인 신도들은 충격을 받은 듯했고, 얼굴을 감싼 두 손 사이로 눈물이 떨어졌다. 다른 사람들은 소파 위에 누워 텅 빈 하늘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어느 순간 그들은 돌변하였다. 커튼을 열고 밖에 있는 카메라 맨들을 초대했고, 신도들은 흥에 들떠 당당하게 차와 쿠키를 내놓았다. 메리언 키치는 고귀한 존재로부터 급한 전갈이 왔다고 선언하였다. 

"밤새도록 앉아 있던 소수의 신자가 너무나 많은 빛을 퍼뜨려 신께서 세상을 구원하기로 하시고 홍수를 내리지 않았다”

그들은 할렐루야를 외치며 기쁨으로 헤어졌다. 그들은 자기들의 믿음을 상황에 맞추어서 재해석하였다. 믿음과 상황이 조화를 이루지 못할 때 그들의 말도 안 되는 궤변으로 신앙을 지키려는 모습을 본 페스팅거는 좀 더 깊은 연구를 하여 1957년 ‘인지 부조화론’을 발표하였다. (Slater, 149-154)

유대교라는 종교에 열성적으로 헌신하면 하나님의 은혜와 축복을 받을 거라는 생각을 유대인들은 하였다. 그들은 전투적으로 종교생활을 하였다. 그러나 셀루쿠스(Seleucus) 왕조의 안티오쿠스 4세(Antiochus IV, B.C. 215-163)의 잔혹한 핍박에 유대 종교인들은 충격을 받았다. 이집트 원정에 실패한 안티오쿠스는 분풀이로 이스라엘에 들려 단 4일 만에 8만 명을 살육하였다. 그는 유대교를 말살할 목적으로 예루살렘 성전에 제우스 신상을 세우고, 그 앞에 제물을 바치고, 돼지 피를 성전에 뿌렸다. 할례 금지, 희생 제사 금지, 안식일 금지, 율법 금지라는 법령을 발표하면서 유대교를 핍박하였다. 


구약 사상에서 이스라엘은 하나님 나라를 만들고 모든 민족과 나라에 여호와 신앙을 전파하는 선교적 국가가 되어야 했다. 그러나 유대교가 출발하면서 여호와 신앙은 유대 종교로 변하였고, 선교적 비전 대신 배타적 자기 민족 중심주의가 되었다. 그게 진정으로 순수한 이스라엘 종교라고 생각했고, 그 신앙만이 이스라엘의 회복과 축복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안티오쿠스 4세의 극심한 핍박이 이어지자 ‘인지 부조화 현상’이 발생하였다. 자기들이 믿는 신앙과 정반대 현상이 벌어지자 신앙을 멋대로 재해석하였다. 페르시아 조로아스터교의 이원론을 받아들여 세상을 선과 악의 대결로 해석하였다. 세상은 선이 강하게 역사하는 시대가 있는가 하면 악이 강하게 역사하는 시대가 있다고 생각하였다. 그들은 유대교에 열심이었는데도 핍박을 받는 것은 신앙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악이 강한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였다. 이원론적 사고방식은 그들의 신앙 체계 전체를 바꾸어 놓았다. 묵시 문학과 묵시 신앙은 어떻게 변하였을까? 


Slater Lauren,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Opening Skinner’s Box), 조증열 옮김, 서울 : 에코의 서재,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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