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말 뉴질랜드 여행 계획을 세우고 뉴질랜드에 사는 친구들에게 여행 정보를 얻기 위해 연락을 했다. 한결같이 하는 말은 뉴질랜드는 지금 겨울이고 몹시 추우니까 겨울 파카와 내복을 준비하라고 하였다. 남극과 가까운 뉴질랜드 남섬 여행 계획까지 세웠기 때문에 그들의 충고대로 겨울 준비를 단단히 하고 갔다. 그러나 막상 뉴질랜드에 도착했을 때 조금 실망하였다. 춥지 않았다. 그냥 선선할 뿐이었다. 준비하여 간 옷은 겨울옷뿐인데 상황이 난감하였다. 결국, 뉴질랜드에 있는 기간 내내 겨울 파카를 입고 다닐 수밖에 없었다.
뉴질랜드에 사는 한인들은 한결같이 이번 겨울 추위가 대단하다고 하였다. 그들이 사는 집에는 온돌이 없었고, 별다른 난방 시설도 없었다. 2중 창문이 있는 현대식 집 외에는 모두 창문이 하나뿐이어서 제대로 단열이 안 되었다. 한마디로 겨울바람이 창문을 타고 매섭게 들어와서 겨울철에는 바깥보다 안이 더 춥단다. 그런데 막상 집에 들어가서 지내보니 그 또한 엄살이 심한 것 같았다. 교민들은 1년만 살아보면, 한번 감기에 걸려보면, 말이 달라질 것이라고 하였지만 난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아마도 각박한 이민 생활 속에 마음마저 차가워졌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반면에 키위라고 하는 뉴질랜드인들은 이 겨울에 반소매 반바지 차림으로 돌아다녔다. 학교 다니는 학생들의 교복은 겨울이든 여름이든 항상 반바지 차림이다. 겨울 파카 정도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보온에 신경 써야 할 터인데 키위들은 전혀 추위에 신경 쓰지 않았다. 심지어 겨울 바다로 뛰어드는 용감한 청년들을 볼 때 기가 막힐 뿐이었다.
타우랑가(Tauranga)에 들렸을 때 상황은 압권이었다. 뉴질랜드 북섬 북동부 해안도시인 타우랑가에는 겨울바람이 매섭게 불고 있었다. 한낮인데도 춥다는 생각이 들어서 겨울 파카를 가져가기를 정말 잘했다고 생각한 유일한 곳이다. 긴 해안선을 산책한 끝에 도시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마웅가누이 산(Mt. Maunganui)에 올랐다. 해발 232m의 야트막한 산이지만, 정상까지는 꼬불꼬불한 길을 올라야 하므로 가볍게 오를 산은 아니었다. 놀라운 사실은 키위들은 반소매 반바지 차림으로 그 산을 뛰어오르고 있었다. 마라톤 대회가 있는지 사람들이 끊이지 않고 달린다. 산으로 올라갈수록 찬바람이 심하게 불어오지만, 키위들은 조금도 개의치 않았다.
산 정상에 올라 도시를 내려다보며 사진 찍는 포인트에 갔을 때 두 다리는 후들거리기 시작하였다. 벼랑 끝에 서야 도시 전경을 찍을 수 있는데 힘이 빠진 다리로는 도저히 설 자신이 없어서 한동안 쉬어야 했다. 나의 저질 체력에 반해서, 그 산을 뛰어오르는 키위들의 건강함에 감탄하였다. '한국에 돌아가면 꼭 운동해야지'
3. 타우랑가 마웅가누이 산
1. 데카포 호수에서 사랑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