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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gos Brunch Aug 04. 2019

옷을 지키는 복

요한계시록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16강

"보라 내가 도둑같이 오리니 누구든지 깨어 자기 옷을 지켜 벌거벗고 다니지 아니하며 자기의 부끄러움을 보이지 아니하는 자는 복이 있도다"(16:15).


요한계시록의 세 번째 복은 ‘옷을 지키는 복’입니다. 20년 전 필리핀에서 잠깐 선교 사역을 한 적이 있습니다. 가난한 시골 마을에 사는 필리핀 사람들은 외출복이 하나뿐이었습니다. 일 년 내내 여름철이기에 외출복은 유명 메이커 상표를 달고 있는 T-셔츠입니다. 그들은 외출하고 돌아오면 제일 먼저 T-셔츠를 빨아서 다림질하여 벽에 걸어둡니다. 집에서는 다 떨어진 러닝셔츠를 입었습니다. 만일 외출복을 잃어버리면 그들은 매우 난감한 상황에 빠집니다. 그들은 밖에 외출할 수도 없고, 사람을 만날 수도 없습니다. 그들에게 T-셔츠는 그들의 얼굴입니다. 


초대 교회 당시 사람들의 외출복도 비슷하였습니다. 요즘처럼 옷장에 여러 벌의 옷을 걸어놓고서 어떤 옷을 입을까 고민하던 사람들이 아니었습니다. 신명기 법전은 ‘가난한 자의 옷을 전당물로 잡지 말라’고 하였습니다(신 24:13). 그들에게 겉옷은 얼굴이요, 체면이었기 때문입니다. 


초대 교회 당시 도둑들은 옷을 훔쳐가는 일이 종종 있었나 봅니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옷이 없어진 것을 알았을 때 얼마나 당황했을까요? 다른 겉옷을 준비할 형편이 없는 사람은 수치를 당할 것입니다. 아주 고약한 도둑이지요. 


예수님은 여러 차례 공언하기를 도적같이 오신다고 하였습니다.

“너희도 아는 바니 만일 집주인이 도둑이 어느 시각에 올 줄을 알았더라면 깨어 있어 그 집을 뚫지 못하게 하였으리라. 이러므로 너희도 준비하고 있으라 생각하지 않은 때에 인자가 오리라”(마 24:43-44, 눅12:39-40)

“주의 날이 밤에 도둑 같이 이를 줄을 너희 자신이 자세히 알기 때문이라”(살전 5:2)

"그러나 주의 날이 도둑 같이 오리니”(벧후 3:10)


도적같이 온다는 말은 막을 자가 없다는 뜻이며, 또 알 사람도 없다는 뜻입니다. 

묵시 종말론자들이나, 세대주의 종말론자들은 예수님이 재림하실 날을 예언하는 잘못을 종종 범하였습니다. 지금까지 맞춘 사람은 아무도 없었으며 앞으로도 없을 것입니다. 도적같이 오시는 주님은 그 누구에게도 미리 알려주는 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도적같이 온다는 뜻은 경고하지 않고 갑자기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온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우리의 부끄러움과 수치를 드러낸다는 뜻도 됩니다. 그리스도인에게 옷은 무엇일까요? 크라프트는 옷을 선행으로 해석하였습니다(Kraft, 323). 그리스도인은 말로 사는 사람이 아니라 삶으로 사는 사람입니다. 초대 교인이 복음을 전할 땐 말로 할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삶으로 그리스도인의 기쁨, 사랑, 환대, 감사를 세상에 보여주어야 했습니다. 그것이 그리스도인의 얼굴입니다. 


그리스도인은 언제나 불신자들에게 평가받는 사람입니다. 초대 교회는 스스로 자신을 규정(이미지 메이킹)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환대 공동체요, 사랑의 공동체라고 선전하지 않았습니다. 우리 교회는 교육 시설, 식당, 주차장, 예배 분위기를 잘 꾸며 놓았다고 선전하지 않았습니다. 세상의 닳고 닳은 사람들은 남이 하는 선전을 쉽게 믿지 않습니다. 자신이 직접 경험해보고 직접 판단하였습니다. 

신약 성경에 나오는 그리스도인의 이미지(그리스도의 신부, 그리스도의 편지, 그리스도의 몸, 그리스도의 제자 등)는 모두 세상 사람이 판단하고 결정해준 이미지입니다. 그리스도인이 만들어 낸 이미지가 아니었습니다. 계시록이 말하는 ‘옷을 도둑맞지 않았다’는 뜻은 그리스도인과 그리스도인 공동체의 이미지를 세상에 선하고 복되고 바르게 보여주었다는 뜻입니다. 


세상은 언제나 그리스도인의 이미지를 훼손하려고 합니다. 물질주의로 교회를 더럽히려 하고, 세속의 권력과 힘의 논리로 그리스도인 공동체를 깨뜨리려고 합니다. 경쟁의식, 비교의식, 성공주의, 기복주의, 물질주의, 세속주의 등은 지금도 호시탐탐 교회 안으로 들어오려고 기회를 엿봅니다. 이미 교회 안에 자리했는지도 모릅니다. 예수님은 우리에게 경계합니다. '깨어 있으라. 정신을 차리라. 자기 옷(얼굴, 이미지)을 잃어버리지 않는 자는 복이 있다'고 말슴하십니다. 


불신자들이 바라보는 현재 한국 교회의 이미지는 어떤 모습일까요?


Kraft Heinrich, 국제성서주석, 요한묵시록(Die Offenbarung des Johannes), 서울 : 한국신학연구소, 199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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