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ogos Brunch Aug 12. 2015

당쟁의 불씨는 작은 오해에서

조선 시대 가장 큰 문제라고 한다면 당쟁을 첫 번째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당쟁의 시작은 아주 작은 오해에서 출발하였다. 


선조시대 사림파의 젊은 리더격인 김효원이 있었다. 

그는 젊었을 때 윤원형의 집에서 처가살이하는 친구 이조민과 친하게 지내었다. 

그로 인해 김효원은 윤원형의 집에 자주 드나들었다. 

심지어 이불까지 들고 가서 이조민과 함께 잠을 자며 우정을 나눌 정도로 막역한 관계였다. 

그러나 왕의 외삼촌이었던 윤원형은 탐욕이 많기로 소문나 온갖 부정과 부패를 일삼은 자였다. 

어느 날 심의겸이 당시 영의정이었던 윤원형의 집에 볼일이 있어 갔다가, 방에 침구가 놓여 있는 것을 보고 누구 것이냐고 물었다. 

하인은 아무 생각 없이 김효원의 것이라고 대답하자 심의겸은 속으로 '김효원은 젊은 선비로 명망이 있는 사람인데 어째서 윤원형과 같은 권신에게 빌붙어 사는가?' 생각하였다. 


김효원은 그 후 과거에 급제하여, 고결한 몸가짐으로 관직을 받고 직무도 잘 수행하였다. 

마침 이조정랑의 자리가 비어 추천을 받았다. 

그때 심의겸은 김효원이 젊었을 때 권신에게 아부한 적이 있다는 혐의를 들어 반대하였다. 

우여곡절 끝에 이조정랑의 자리에 오르긴 했지만, 김효원은 이 일로 인하여 심의겸에 앙심을 품었다. 


나중에 김효원의 후임으로 심의겸의 아우 심충겸이 이조정랑의 물망에 오르게 되었다. 

그러자 앙심을 품었던 김효원은 이조정랑에 외척이 앉을 자리가 아니라고 반대하였다. 

이로부터 젊은 세력의 대표인 김효원과 기존 세력의 대표인 심의겸은 반목하게 되고 종국에는 동서양당으로 분당하여 당쟁하게 되었다. 


그러나 사실 심의겸은 외척이라고는 하지만 청렴결백한 선비로서 신진 인사들의 존경을 받으며 중신들로부터 신망이 있었고, 관료의 덕목을 갖춘 사람이었다. 

그러므로 단순히 외척이라는 이유로 배척받을 이유가 없었다. 

김효원 역시도 한때 윤원형의 집을 드나들긴 했지만, 곧 행실을 바꾸고 학문을 닦아 올바른 선비의 길을 걸었다. 

그러므로 한때의 실수를 꼬투리 삼아 그의 앞을 가로막으려고 한 것도 역시 잘못이다. 


둘 다 너무나 훌륭한 선비들이었지만 한때 가졌던 작은 오해로 인하여 앙심을 품게 되고 결국에는 조선 시대 씻을 수 없는 당쟁의 피바람을 불러일으키게 되었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 

작은 오해가 온 나라를 불태우는 불씨가 된 것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