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백성으로 담배를 피우도록 하라!'
1796년 11월 18일 골초였던 정조가 내린 책문의 일부다.
자신이 담배를 피워본 결과 심리적 안정도 뛰어나고, 의학적 효능도 뛰어나다고 생각했다.
이 좋은 담배를 백해무익하다고 싫어하는 의견들이 있는데 각자 의견을 써내라고 명령하였다.
당시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담배 피우기를 좋아했으니 대신들이 써낸 답이 어떨지는 뻔하다.
더욱이 왕의 의도가 분명하니 담배의 유익함에 대한 글들을 써냈다.
담배의 해로움에 대한 글은 한편도 남아 있지 않다. (정조 치세어록, 안대회 글, 푸르메, 262~264쪽 참조)
정조는 담배의 해로움에 대해서는 아직 몰랐다.
의학적 상식이 부족한 시대에 내린 왕의 어이없는 생각이다.
정조는 신하 서용보와 문답하는 중에 아는 것과 실천하는 것 중에 어느 것이 더 어려운가를 논한 적이 있다.
서용보는 ‘아는 것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실천하기가 어렵다.’고 한 서경(書經)의 글을 인용하여 대답하였다.
그러나 정조는 생각을 달리했다.
알면 행할 수 있는데 모르기 때문에 행하지 못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사람이 고기가 맛있는 줄 알면 먹지 않을 사람이 없고, 독초를 먹으면 죽는다는 것을 알면 먹을 사람이 없는 것처럼 지식이 없어서 실천도 없는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정조 치세어록, 45쪽)
정조는 명확한 지식을 강조한 군주였다.
그가 담배의 해악성을 명확히 알았다면, 어찌 온 백성으로 담배를 피우게 하고 싶다는 뜻을 피력하였을까?
정조가 말한 대로 알면 행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길까?
담배의 해악성을 잘 알면서도 여전히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 있는 것을 보면, 아는 것이 먼저이고 실천이 그다음이라 주장했던 정조의 주장도 설 근거가 별로 없다.
김훈 작가가 담배를 끊지 못하고 고민할 때 노승의 한 마디 "그냥 안 피우면 되는 거지!" 일갈에 그날로 담배를 끊었다고 하잖은가.
아는 것과 실천하는 것이 함께 가면 가장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우리 삶에 얼마나 많은가.
그래서 인생은 모순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