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은 교회를 세울 의도가 있었을까요?
너무나 뻔한 질문 같아 보이고, 너무나 확실한 대답이 있는 것 같은데 왜 이런 질문을 하는걸까요?
복음서에 교회라는 말이 마태복음에 나옵니다.
“또 내가 네게 이르노니 너는 베드로라 내가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우리니 음부의 권세가 이기지 못하리라”(마16:18)
“만일 그들의 말도 듣지 않거든 교회에 말하고 교회의 말도 듣지 않거든 이방인과 세리와 같이 여기라”(마18:17)
먼저 본문을 보면서 우리는 한 가지 궁금증이 떠오릅니다.
예수님 당시 교회가 없었는데, 정말 예수님이 이 말씀을 하셨다면, 이 말씀은 장차 세워질 교회를 염두에 두고 하신 말씀일까요?
예수님은 설교로나 활동으로 어떤 특수 집단을 특별 대우한 일이 없습니다. (한스 큉, 교회란 무엇인가, 54)
예수님 당시에 특별한 집단이 있었습니다.
바리새파, 사두개파, 에센파, 쿰란 공동체, 제사장 그룹 등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그들 조직체에 대하여 비판은 했을망정 긍정적 태도를 보인 적은 거의 없습니다.
물론 예수님은 12명의 제자를 뽑으셨고, 70인 전도대를 형성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그들을 잘 관리하여 하나의 조직으로 만들고자 시도한 적은 없었습니다.
예수님이 뽑은 제자 12명은 이스라엘 12지파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며, 그들을 통하여 이스라엘 뿐만 아니라 온 세계에 나아가 복음을 전파하도록 하였습니다.
그러니까 예수님은 교회조직을 염두에 두었다기보다는 복음을 전파하는 선교에 더 마음을 두셨음은 분명합니다. (행1:8)
사실 ‘교회(에클레시아)’라는 말을 제일 처음 쓴 사람이 누구인지 알 수 없습니다.
예수님은 헬라어를 사용하지 않으시고 아람어를 쓰셨기 때문에 ‘에클레시아’라는 말을 직접 사용하지 않은 것은 분명합니다.
물론 칠십인경 번역자들은 ‘에클레시아’란 말을 사용하였지만, 그것이 교회라는 의미로 사용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들이 구약 성경을 헬라어로 번역할 때 모임, 회중이란 말을 에클레시아라고 하였습니다.
교회라는 의미로 에클레시아를 제일 글로 쓴 사람은 바울입니다.
신약성경 중 제일 첫번째로 쓴 성경은 마태복음이 아니라 데살로니가전서입니다.
데살로니가전서는 주후 50년 경에 쓰여졌는데 마태복음으로 그로부터 대략 15년에서 30년 후에 쓰여진 것으로 추정합니다.
바울은 선교하면서 세워진 공동체의 이름을 ‘에클레시아’로 명명하였습니다.
물론 그 이름을 붙인 최초의 사람이 바울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글로 쓴 사람은 바울입니다.
그 이후 그리스도인 공동체의 이름은 에클레시아 즉 교회가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마태는 이미 그리스도인 공동체의 이름이 교회라는 것을 전제하고 마태복음을 사용하였습니다.
사도들은 예수님께서 그리스도인 공동체(교회)를 세울 뜻이 있었다고 해석하였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러면 여기서 또 질문이 나옵니다.
초기 사도들이 생각한 교회와 오늘날 현재 우리의 교회와 같을까요?
‘신약성서의 교회’를 쓰신 다니엘 헤링턴 교수는 말합니다.
현재와 같은 교회 조직과 기구를 염두에 두고 말씀하셨다기보다는 예수 운동, 곧 복음 운동을 염두에 두고 말씀하셨을 것이라고 주장합니다.(다니엘 해링턴, 신약성서의 교회, 44쪽)
저는 해링턴 교수의 말이 예수님의 의도를 정확히 반영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존 드레인은 종교적 교권 제도나 오늘날처럼 우리에게 익숙한 제도화된 교회는 사도들이 모두 죽은 후 2세기 경에 들어서야 나타난다고 하였습니다. (존 드레인, 예수와 4복음서, 112-3)
마태는 그리스도인 공동체인 에클레시아가 나타난 이후 복음서를 기록하였습니다.
분명한 것은 예수님은 어떤 조직보다는 복음에 대해 훨씬 큰 관심을 가졌고, 그것이 땅끝까지 전파되어지기를 간절히 소망하였습니다.
물론 예수님은 복음을 믿고 순종하면서 복음을 지속적으로 선교하는 선교적 공동체를 염두에 두셨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오늘날 우리가 생각하는 교회의 모습인지는 분명하지 않습니다.
여기서 교회론의 핵심이 나 옵니다.
교회는 예수님께서 주신 선교적 사명을 감당하지 않는다면 더 이상 교회일 수 없다는 것입니다.
복음을 믿고 순종하며서, 복음을 전파하지 않는 교회는 종교 조직은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예수님께서 의도하신 선교 공동체는 아닙니다.
교회가 어려워지면 제일 먼저 선교비를 줄이고, 복음전파보다는 자기생존에 급급한 모습을 보입니다.
이는 교회의 본질을 버리고 교회라는 조직의 껍데기만 붙들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핵심과 내용은 다 버리고 종교조직만 남을 때 그것은 반드시 무너져야 할 위선적 종교조직일 뿐입니다.
하나님께서 그렇게 역겨워하시던 예루살렘 성전 종교처럼 돌 위에 돌 하나 남지 않고 다 무너져야 합니다.
교회가 어려울 수록, 교회가 위기에 빠질수록 교회는 본질로 돌아가야 합니다.
조직과 시스템과 돈과 형태와 종교지도자는 사라져도 복음은 결코 사라져서는 안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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