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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gos Brunch Jun 07. 2021

아비가일의 결혼생활

아비가일은 지혜롭고 인자하며 믿음이 좋은 여자였다.

그러나 남편 나발의 입장에서, 보면 아비가일은 결코 현숙한 여인이 아니었다.

Bar-Ilan University의 히브리 구약학자 M. Garsiel(1936~)교수는 아비가일의 설득력은 남자의 본성을 잘 아는 여자의 특성을 보인다고 하였다.


미국의 Rhodes 대학의 구약학 교수인 Steven L. McKenzie(1953~)는 아비가일이 다윗의 품으로 들어가기 위해 기회를 엿보았던 여자로 평가하였다.

그녀는 남편 나발의 정치적 성향과 성격을 못마땅하게 여겼으며, 그보다 훨씬 훌륭하다고 생각한 다윗을 사모하였다.


조지아 대학의 구약학 교수인 B. Halpern은 나발의 죽음에 주요 용의자로 아비가일을 지목하였다.

아비가일은 다윗에게 나발의 죽음을 암시하는 말을 하였다.

“내 주의 원수들과 내 주를 해하려 하는 자들은 나발과 같이 되기를 원하나이다”(삼상 25:26).

이는 명백히 나발의 죽음을 암시한다.

실제로 아비가일이 남편의 죽음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 성경은 기록하지 않았지만, B. Halpern은 의심의 눈을 거두지 않았다.

“Law and Narrative in the Bible” 저자인 C.M.Carmichael(1938~)은 아비가일이 남자를 조정하는 정도가 아니라 악녀라고 하였다.

그녀는 다른 남자 다윗을 사모하였고, 남편이 죽자마자 애도 기간도 가지지 않고 바로 다른 남자의 품에 안겼다.

아마 현시대라면, 아비가일은 나발의 죽음에 대한 주요 용의자로 수사대상이 되었을 것이다.


물론 구약 학자 중에 아비가일에 대해 좋게 평가하는 학자도 있다.

성경을 주인공 중심으로 풀려는 학자들이다.

주인공 편에 서면, 그가 어떤 행동을 했더라도 긍정적으로 해석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아무리 믿음의 영웅이라 할지라도 인간적인 약점과 잘못이 없을 순 없다.

인간은 모두 죄인이다.

따라서 성경의 주인공이라고 무조건 미화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아무튼 아비가일이 나발의 죽음에 구체적으로 어떤 행동을 했는지는 하나님 외에 아무도 알 수 없다.


그러면 아비가일의 결혼생활은 행복했을까?

일단 나발과의 결혼생활과 다윗과의 결혼생활을 비교해 보자.

남편 나발과 함께 살 때, 그녀는 가정의 주도권을 가졌다.

하인들을 다스렸고, 지혜로운 말을 거침없이 하였다.

그녀는 남편의 재산을 자기 임의로 처분할 수 있었다.

아비가일이 남편 몰래 다윗에게 가져다준 음식의 양은 엄청났다.

“아비가일이 급히 떡 이백 덩이와 포도주 두 가죽 부대와 잡아서 요리한 양 다섯 마리와 볶은 곡식 다섯 세아와 건포도 백 송이와 무화과 뭉치 이백 개를 가져다가 나귀들에게 싣고 소년들에게 이르되 나를 앞서 가라 나는 너희 뒤에 가리라 하고 그의 남편 나발에게는 말하지 아니하니라”(삼상25:18-19).

아비가일이 이런 식으로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었던 것은 남편 나발이 허용했거나, 최소한 묵인했다고 보아야 한다.

비록 아비가일은 나발을 못마땅하게 여겼지만, 나발은 아비가일에게 최대한 권한을 주어 자유롭게 활동하도록 하였다.


그렇다면 다윗과 결혼생활은 어떠했을까?

다윗은 나발처럼 아비가일에게 재량권을 주었을까?

안타깝게도 아비가일은 다윗과 결혼한 이후 성경에 더 이상 등장하지 않는다.

그녀의 예언적 지혜와 가정을 운영하는 능력을 생각할 때 이건 좀 이상하다.

다윗이 아비가일을 곁에 두고 그녀의 지혜와 능력을 사용할 수도 있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남편을 배신한 여자는 또 배신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건 아닐까?

아비가일이 지혜롭긴 하지만, 곁에 두고 모든 것을 의논할 정도로 신뢰하진 않았던 것 같다.


사실 다윗은 정략결혼을 선호하였다.

그는 정치적 힘을 늘리기 위한 수단으로 결혼을 선택하였다.

그가 미갈과 결혼할 때도 사울 왕의 힘을 의지할 생각이 있었던 듯하다.

성경은 미갈이 다윗을 사랑했단 말은 있지만, 다윗이 미갈을 사랑했단 말은 없다.

다윗이 아비가일과 결혼한 것도 갈렙 족속의 지지를 얻고 싶은 것이라고 월터 브루그만은 추측한다.

다윗이 아히노암과 결혼한 것도 이스르엘 지방과 결합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사랑 때문이 아니라 이득을 얻기 위해 결혼하였다.


그러므로 아비가일과 다윗의 결혼 생활은 행복했다고 볼 수 없다.

다윗에겐 많은 부인이 있었고, 수많은 아들은 왕권 경쟁에서 서로 죽이고 죽는 참혹한 일들을 저질렀다.

성경은 아비가일이 아들 길르압을 낳았다고 기록할 뿐 길르압이 왕권 경쟁에 참여했는지, 누구의 편에 섰는지 일절 기록하지 않았다.

정확한 것은 아비가일이 다윗과 결혼한 이후, 그녀는 완전히 사라졌다.


믿음도 좋고 현명하였지만, 현숙하지 못하여 남편을 배신했던 아비가일의 결혼생활은 

행복하지 않은 것 같다. 

그녀는 소원대로 다윗과 결혼했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나발과 다윗 중 누구와의 결혼생활이 아비가일에 좋았을까?

그녀에게 재량권과 자유를 주었던 나발과, 사랑하지만 신뢰하지 않고 침묵을 강요했던 다윗과의 결혼 생활 중 어느 쪽이 행복하였을까?


유연희, ‘아비가일의 남자들 : 삼상 25장 다시 읽기’, 구약논단 제16권 1호 (통권 35집) 98-118, 2010년

Brueggemann Walter, ’ 사무엘 상하’, 한미 공동 주석 편집 번역위원회 편, 서울 : 한국장로교출판사, 2000년

유성희, ‘다윗 주변의 여성들을 통해 본 신명기 역사가의 여성관’,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기독교 학과 석사 논문, 2003년


https://youtu.be/8jBftWCBVj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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