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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뱅이 Sep 02. 2021

삶과 맞닿아 있는 죽음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죽음 오디오북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죽음을 어제 완독 했다. 혼자 달리기를 하며 지루함을 덜기 위해 오디오 북으로 듣기 시작했는데 챕터를 더해갈수록 몰입이 되어서 운전 중에도 듣고, 집안일하면서도 듣고 심지어 샤워를 하면서도 켜놓고 들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해서 멈출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재미없다는 후기를 보면서 반전인 듯 뻔하게 예상되는 전개가 지루한 것도 같았는데 역시 베르나르는 나를 배신하지 않았다. 마지막 결론에 이르러서도 에이.. 이게 뭐야.. 하는 실망의 마음이 스며들라 치면 이내 다시 이어지는 대사에 아! 하고 무릎을 치게 되었다.


그리고 놀라운 것은 결말 부분에서 갑자기 시야가 확 트이고 넓어지는 처음 느껴보는 기분이 들었다는 것이다. 정말 소설 속 세상을 코를 박고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다가 갑자기 저 뒤로 물러나 넓은 우주를 바라보는 기분이었다.


책의 내용이 흥미진진하게 이어지는 동안은 그저 스토리에 몰입되어 죽음이라는 큰 주제에 대해서는 와닿는 부분이 없었다. 그런데 완독하고 나니 아! 하고 오래도록 곱씹게 되었다.


이 책의 첫 문장은 “누가 날 죽였지?” 하는 역설적인 의문으로 시작되지만 이 질문 곧 ‘’ 나는 왜 죽었지?”로 바뀐다. 그리고 죽음은 결국 삶과 맞닿아 있고, 왜 죽었는가 하는 질문은 왜 태어났는가 하는 질문과도 맞닿아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죽음이란 우리에게 어떤 것인지 우리는 왜 그토록 죽음을 두려워하는지 작가의 무한한 상상력을 통해 곱씹게 된다.


스토리 초입부를 지나면 주인공의 할아버지인 이냐스 웰즈가 등장하는데 이 할아버지는 연명의료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밝힌다. 병마에게 장악된 몸에 온갖 튜브를 연결해 약물을 투여하고 자유로운 영혼을 가두어 억지로 숨을 붙여 놓는 것이 끔찍한 일이라고 말이다.


나는 여기서 오래전에 읽은 책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서’와 ‘나이 듦에 관하여’가 떠올랐다. 죽음이 우리에게 가까이 오는 순간 우리가 결정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 미리 스스로 고민하고 대비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고, 아직 먼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연명의료 의향서를 이제는 준비해두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너무 오랜만에 읽은 소설이라 하고 싶은 말이 많은데 소설을 읽고 써보는 서평은 처음이라 내용을 어디까지 공개해도 되는지 감이 오지 않는다. 그래서 너무 많이 썼다 지웠다를 반복했다. 그래도 몇 가지 기억하고 싶은 것은 남겨야겠다.


책 속의 인물 중 참으로 매력적이고 아름다운 뤼시 필리피니. 그녀의 아침 기도문이 너무 좋았고, 솔직하고 당당하면서도 겸손하게 삶을 대하는 태도가 부러웠다. 몸은 영혼을 담는 그릇이니 몸을 항상 건강하게 유지해야 한다는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나도 그와 같은 삶의 태도를 가질 수 있도록 마음뿐 아니라 행동도 그와 같이 가지도록 노력해야겠다.


#한달독서 #한달어스 #베르나르베르베르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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