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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플마 Sep 03. 2023

가짜 라이킷에 대한 소고

이 글을 마무리하는 금일 아침에도 누군가 글도 읽지 않고 라이킷만 누르고 지나갔다.
조회수가 '0'이기 때문에 금방 알 수 있다.
아마도 방금 전 내가 라이킷을 눌러준 것에 대한 답례를 한 모양이다.
이 분은 벌써 여러 차례 이런 식이다.
불쾌했다.
아마도 내 글을 읽을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가보다.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되는가보다.
조용히 그분에 대한 구독을 취소했다.
구독을 취소한 이유는 이 글을 쓰면서 브런치 활동에 대한 내 원칙이 정립됐기 때문이다.
'맞구독, 맞라인킷에 너무 집착하지 말자'
라는 원칙이다.


브런치는 '글'을 매개로 하여 사람들이 만나는 공간이다.

따라서 잘 모르는 상대방의 글에 대해서 어떤 호감을 표현하고자 하면 반드시 '글 읽음'의 행위를 먼저 해야 함이 묵시적인 룰이자 예의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런데 근래 들어 어떤 목적성을 갖고 이러한 기본 룰을 무시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글을 읽지도 않고 라이킷을 누르거나 구독을 무작위로 눌러댄다. 생판 모르는 사람인데도 말이다. 일부는 이들을 '라이킷 빌런'이라 부른다. 빌런이란 단어에 거부감을 갖는 사람도 있으므로 난 이들을 '라이킷 남발자'라 부르겠다. 이러한 남발자들이 많아지다 보니 이에 대한 불만의 글들이 브런치의 이슈로 올라오기도 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어느 사회 조직이든지 '보편적인 정의 또는 룰'이라는 것을 깨뜨리는 사람(빌런?)들은 반드시 있다. 이들은 이러한 행위를 통해서 약간의 이득이라도 더 보려고 하는 사람들이다. 브런치에도 예외 없이 이런 사람들이 있다. 다만 브런치의 이 사람들은 나름대로의 방어논리를 갖고 있다. 브런치에서는 그 특성상 직접적인 재화의 이득이나 손실이 없으므로, 자신들의 행위로 인해서 자신들이 이득을 보는 것도 없고 상대방이 손해를 보는 것도 없다는 것이다. 자신들의 행위는 아무에게도 피해를 안주는 단순하고도 정당한 '잔머리'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이들이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다.

상대방이 느끼는 불쾌감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읽지 않은 것이 분명한데 '라이킷'이라니? '구독'이라니?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런 경우 난 불쾌하다.

이러한 불쾌감은 내가 어떤 손실을 입어서 생기는 것이 아니다. 브런치의 묵시적인 기본 룰이 파괴되고 있다는 불편함에 대한 불쾌감이다. 이는 마치 정체된 도로에서의 얌체 끼어들기를 목격했을 때 생기는 불쾌감과 비슷하다. 난 이러한 끼어들기는 반칙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불쾌한 것이다. 모두가 지키고 있는 질서를 역이용하여 저 혼자만의 이득을 취하는 정당하지 못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여하튼 난 그렇게 생각한다.


내가 불쾌한 것은 이들이 상대방 입장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점에도 기인한다.

이들이 조금만 신경을 쓰면 '라이킷 남발자'임을 표시 안 나게 할 수도 있는데, 이들은 이러한 작은 노력조차도 안 한다. 단 몇 초의 시간만 더 쓰면, 본인들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것이고 상대방은 그 라이킷 또는 구독으로 인해 기분이 조금은 더 좋아질 것이다. 이런 1석2조의 효과가 있는데도 안 한다는 것은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굳이 이런 것까지 신경 쓸 필요가 있느냐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난 신경 써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하튼 난 그렇게 생각한다.


글을 읽은 듯이 위장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누구나 다 알 것이다. 단 몇 초면 된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 아이러니하다고 생각하는 바는,

이들은 절대로 이 글을 읽지 않을 것이므로 내 의견을 전혀 인지하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여전히 이들은 자신들의 방법대로 '잔머리 행위'를 반복할 것이고, 난 여전히 불쾌해할 가능성이 크다. 어쩌면 이들은 자신들을 비난하는 이 글에 조차도 의미 없는 라이킷을 하나 누를지 모르겠다.




 일부 사람들은 '라이킷 남발자'의 라이킷도 응원이라며 이들에 대한 옹호 발언을 하고 있다. 이들은 "남발자의 라이킷은 '글 쓰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라는 의미다"라고 말한다.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난 이들의 이런 응원은 싫다.

글을 쓰는 내 행위에 대한 응원은 필요 없다.

나는 이런 가짜 라이킷을 보면

 '당신 글은 읽을 가치가 없어요. 시간 낭비일뿐입니다.'

로 느껴진다.

내겐 내 글에 대한 응원이 필요하다.
내 글은 누군가에게 읽히기 위해서 쓰인 것이다.
내 글의 질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




그런데 이 글을 쓰면서 내가 '라이킷 남발자'라는 사람들에 대해서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까지는 묵묵하게 라이킷 남발자들을 너그럽게 받아들여왔었는데 말이다.

왜 갑자기 민감하게 반응할까?

거기엔 이유가 있었다.

내겐 묵은 숙제 하나가 있었고, 그 숙제를 하기 위한 논리의 정당성을 만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묵은 숙제란 '관심작가'를 선별 정리하는 일이었다.

구독 중인 작가를 취소하면 그 작가분이 실망할까 봐 난 이제까지 구독 취소를 못했었다.

그동안 난 재미있고 좋은 글을 올려주시는 분 외에도 라이킷을 열심히 눌러주는 분, 나를 구독해 주는 분들도 다 구독신청을 해왔다. 즉, 라이킷 남발자들도 다 구독을 하다 보니 관심작가 수가 너무 많아졌다. 그에 따라 브런치 알람은 수시로 울렸고 한정적인 시간 내에 구독하고 있는 모든 글들을 다 읽기 힘들어졌다. 아무튼 아직까지는 모든 관심작가님들의 모든 글들을 다 읽어왔는데 이제는 한계에 다다른 듯하다. 따라서 꼭 읽고 싶은 글들을 올려주시는 작가님 위주로 선별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침 라이킷 남발자에 대한 이슈가 있었고, 내겐 그 일을 할 수 있는 좋은 정당성이 부여되었다.




관심작가를 선별 정리할 필요성은 무엇일까? 그것은 라이킷 남발자들이 내 글의 질에 대한 평가를 왜곡시키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작가가 그렇겠지만 나 역시도 글을 올린 후에는 독자들의 반응이 궁금하다. 그렇기에 라이킷이 달리면 무척 좋아했었다. '글을 재미있게 잘 썼나?'라는 착각을 하면서. 그런데 그 라이킷의 대부분이 가짜라는 것을 알고 나니, 내 글의 질과 라이킷은 전혀 상관이 없다는 것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이 섹션에서는 그런 가짜 라이킷 중에서도 '질이 나쁜 가짜 라이킷'의 유형들을 정리해 봤다.


 글에 대해서 라이킷이나 구독을 눌러준 사람이 있다는 알람이 왔기에 반가운 마음에 브런치를 열어본다.

그런데 종종 이해 못 할 상황에 맞닥뜨린다.

내 글의 조회수가 "0"이다. 또는 조회수 변동이 없다.

그렇다면 내 글을 읽지 않았다는 얘기이다.

그러면 생각해 본다.

   '나를 아주 잘 아는 사람인가?'

   '조회수 카운팅 없이 내 글을 볼 수 있는 방법이 있나?'

참으로 미스테리다.

내가 추측한 두 가지 모두 아니라고 한다면 결론은 하나이다.

어떤 목적 때문에 내 글을 읽지 않고 라이킷이나 구독을 눌렀다는 얘기이다.

그러면 질문이 달라진다.

왜 그랬을까?



내 글을 읽지 않고 라이킷이나 구독을 누르는 경우들을 분류한 후 '왜 그랬을까'를 살펴보자.

case 1: 모르는 사람이 읽지도 않고 라이킷을 눌렀을 경우

case 2: 모르는 사람이 읽지도 않고 구독을 눌렀을 경우

case 3: 내가 구독 중인 작가가 읽지도 않고 라이킷을 눌렀을 경우


case 1: 모르는 사람이 읽지도 않고 라이킷을 눌렀을 경우

내가 글을 올리자마자 라이킷을 누르는 사람이 있었다.

'다 읽으려면 적어도 5분 이상은 걸리는 글인데 벌써 다 읽었단 말인가?' 

너무도 의아했기에 그 작가명이 내 기억 속에 남았다. 그런데 며칠 후 다시 같은 일이 재현되었다. 이번에는 실수로 글을 두 개 올렸는데 숨도 쉬지 않고 거의 동시에 두 글 모두에 라이킷이 달렸다. 이번에도 글 길이가 만만치 않은 것이었는데도 말이다. 아무튼 그래도 라이킷은 라이킷이니까 나도 그분의 글들을 열심히 읽어주었다. 그러다가 나중에 알았다. 그분은 두 가지 목적이 있었다. 하나는 자신을 구독하는 독자들의 숫자를 늘리기 위함이었다. 실제로 그분을 구독하는 숫자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졌고, 그러자 얼마 후부터는 라이킷 남발을 더 이상 하지 않았다. 다른 하나는 브런치 외에 또 다른 사이트에 유료 글을 게시하고 있던바 그에 대한 홍보 목적도 있었다. 그분의 안내대로 따라 들어갔더니 결국은 돈을 내야만 볼 수 있는 글이었다. 그분은 홍보 목적이 아니었다고 하겠지만 내 느낌은 홍보 목적으로 보였다.


이외에도 여러 라이킷 남발자 분들을 접했다. 이들은 대부분 구독자수 늘리기를 목적으로 하고 있었다. 이들이 구독자수에 집착했던 이유는 브런치 홈에 노출되는 가능성을 높이기 위함인 것으로 추정된다. 구독자수가 늘어나면, '구독자 급증작가' 페이지에 한번 게시된다. 그리고 스마트폰 브런치의 '발견'탭을 눌렀을 때의 페이지에도 노출되는 확률이 커진다.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이 페이지에서 발견한 그들의 글들 중에는 유의미한 내용이 전혀 없는 글들도 종종 있기 때문이다. 도대체 이런 글이 왜 메인 페이지에 올라왔을까가 궁금할 정도이다.


그런데 이 분들의 이런 행위를 마냥 비난만 할 수 없다는 사실 하나를 최근에 알았다. 어느 분의 글에서 읽은 내용인데, 브런치 북 공모전의 심사 항목에 '브런치 활동성'이라는 것이 들어있다고 한다. 이러한 활동성 지표 때문에라도 이분들은 라이킷 남발 활동이 필요했을 것으로 보인다. 브런치의 정책이 그런 행위들을 유도 또는 권장하는 꼴인 것이다. 따라서 '라이킷 남발을 하지 맙시다'라는 내 주장이 꼭 옳다고만 할 수도 없다. 그렇기에 이런 상황에서는 각자 알아서 자기의 원칙대로 브런치 활동을 하면 될 듯하다. 내가 남의 활동 방식까지 간섭할 이유가 없다. 난 내 원칙에 맞춰 내 활동만 하면 된다. 원칙은 '난 라이킷 남발을 하지 않을 것이며 내가 라이킷 남발의 대상자가 되는 것도 싫다'이다.


case 2: 모르는 사람이 읽지도 않고 구독을 눌렀을 경우

어떤 분이 구독을 했는데, 조회수 변동도 없고 당연히 라이킷도 없다. 그렇다면 글의 내용도 모르면서 구독을 했다는 얘기이다. 그럼 생각해 본다.

'누군가에게 추천을 받았나?' 

'아니면 예전에 내 글을 읽었는데 깜빡했다가 이제야 구독신청을 하는가?' 

이런 경우가 많지는 않았고 서너 번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참으로 희한하다 생각했었다. 여하튼 난 이런 분에게도 맞구독을 해줬다. 그런데 이 분들의 특징이 있었다. 내게 구독신청을 했음에도 단 한 번도 내 글에 라이킷을 달지 않았다. 사실은 읽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분들의 목적은 단 하나였다. 맞구독을 통해서 구독자를 늘리려던 것이다. 실제로 이 분들의 관심작가수와 구독자수는 천명 정도를 가볍게 넘기는 경우가 많았다.


이 분들 중의 한 분은 글쓰기 강사인데, 지속적으로 글쓰기와 책 출판 강좌에 대한 홍보를 해댔다. 그렇기에 자연스럽게 다음과 같은 의문들이 생겼다.

이 분은 구독자 모집책 알바를 고용하고 있는가?
그 알바는 왜 나를 선택했을까?
글쓰기 강좌를 들어야 할 정도로 내 글이 형편없나?
내가 책 발간에 목을 맨 사람처럼 보였을까?
내 나이 때문에 그랬을까?
간헐적으로 올리는 내 글의 개수를 보고 그랬을까?


한편 이런 경우도 있었다. 어느 날은 내 글의 구독 신청자가 갑자기 늘었다. 라이킷이 달리기는 했다. 그래서 생각했다. '이번 글은 정말 잘 쓴 글인가 보다'라고. 그런데 희한했던 것은 이들의 구독 신청이 거의 시간대에 집중적으로 일어났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분들 모두 맞구독이 끝난 이후로는 내 글에 라이킷을 달지 않았다. 더 이상 내 글을 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드는 생각은 "아마도 어디에선가 '구독자수를 늘리는 잔머리 수법'에 대한 강좌단체로 수강했나 보다"이다. (어딘가에 내 글이 노출되었을 때의 조회수에 비하면 아주아주 미미한 조회수가 나왔기에 이렇게 추정했던 것입니다.)


case 3: 내가 구독 중인 작가가 읽지도 않고 라이킷을 눌렀을 경우

이 분들의 목적은 단 한 가지이다. 소위 '브런치 어장 관리'이다. 내가 그분들의 글에 라이킷을 누르면 그분들은 예외 없이 내 최신글 하나에 라이킷을 눌러준다. 처음엔 고마왔다. 하지만 라이킷이 눌러졌음에도 조회수가 '0'인 것을 보는 순간 실망감이 대단히 컸다. 글을 통해서 서로 간에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는 줄 알았었는데 그것이 나만의 착각이었다는 실망감이다. 아마도 너무 바빠서 그랬는가 보다고 생각하며 그분들을 이해하고자 했는데, 그것이 몇 번 반복되다 보니 기분이 좀 나빠졌다. 차라리 라이킷을 누르지 말던지, 아니면 시간을 좀 끌다가 라이킷을 누르던지. 내가 어장관리를 당하고 있다는 사실이 기분을 나쁘게 했다.




그동안 난 구독자수나 라이킷 숫자에 대해서 별 관심이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글을 쓰다 보니 그렇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 글을 살짝이라도 스쳐 지나간 사람들을 붙잡아보려 많은 애를 썼었다는 것을 알았다. 그런데 이런 방식으로는, 비록 라이킷 남발을 하지 않았을지라도, 내 글에 대한 평가를 제대로 받을 수 없다.


어떤 브런치 작가님을 보면, 그분의 관심작가 숫자는 아주 소수인데 구독자수는 아주 많은 경우가 있다. 이런 분은 아마도 맞라이킷이나 맞구독 등의 활동을 안 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글의 내용과 질만으로 많은 구독자를 확보했을 것이다. 이런 작가분들이 이 글에서 내가 말하고자 했던 것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듯하다. 

그것은 바로 '오직 글의 내용과 질로서 평가받는 것이 올바른 브런치 활동이다'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다른 작가의 글은 읽지도 않으면서
과도한 호객 행위만 하는 행동은 삼가합시다"

로 이 글을 무리할 수 있겠다.


<끝>


(2023년 9월 3일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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