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안개가 걷히고,
다시 이곳에 왔습니다. 4년 만에.
4년 전의,
기억의 거리만큼 열화된ᅠ필름사진을 보자마자,
나는 다시 여행길에 올랐습니다.
목적지 없이,
그저 터벅터벅 걸어 다니며
이곳저곳 셔터를 누르는 행위는
내 오래된ᅠ여행 습관입니다.
평범하지 않은,
딱히 특별하지 않은 여행을 기록함으로써,
특별하게 보이고 싶은 욕망이 있나 봅니다.
나에게 있어, 혼자만의 여행은
'참 잘했어요' 도장 같은 것이 아닌
무언가, 가벼운 범죄를 저지르는 듯한
묘한 쾌감을 주었습니다.
그 누구도 나를 의식하지 않는 이곳 도쿄에서,
조금은 방탕할 준비가 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막상 방탕하려고 하니,
하루키ᅠ 소설 속ᅠ 어느 거리를 거닐어 보거나
다자이 오사무의 단골집에 찾아가야지 하는 등
사소한 결심이 전부였습니다.
어렸을 때,
동물원에 입장하기 전,
개미들이 떼를 지어 작은 이파리를 옮겨가는 모습을 보았는데,
그날 내ᅠ머릿속은 사자, 원숭이, 호랑이 등이 아닌
오로지ᅠ개미 떼로ᅠ가득했습니다.
나는 이런 우연한 사색에 빠질 때,
마음의 자유를 느낍니다.
도쿄의 쏟아지는 인파 속을ᅠ확대해 보면
화려하고 장엄한 도시에 짓눌려있는
익숙한 모습이 보입니다.
나는 또다시 사색의 늪에 빠졌습니다.
어쩌면,
누군가의 지극한 일상을 관조한다는 것이
나 스스로도 고약하게 느껴지지만
이토록 질서정연한 모습이 그려내는 도시,
아름다움 너머에는 어떤 욕망이 있을까?
같은ᅠ상상 속에서 쉽게 빠져나올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 상상은
신주쿠의 화려한 불빛 위에 얹어져,
아주 관능적인 춤을 추었습니다.
이것이 나의 여행하는 방식이자
내가 떠나온 이유였습니다.
어쩌면,
누군가는 망상이라며 교살시키는
무의미한 상상일지라도,
온전히 내ᅠ머릿속에ᅠ머무르게 하는 것.
생각의 함정에 걸려든 나를
마음껏 방치하는 것.
아름다움을 관조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