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증의 원흉이 늘 타인이었을까요.
요즘은 다행히도, 그럴 리 없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사실, 대부분의 순간에는 누군가를 미워할 만큼의 용기조차 없었습니다.
어디선가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어요. 누군가를 죽도록 사랑할 수 있는 사람만이 누군가를 죽이고 싶을 만큼 미워할 수 있다고.
아마도, 맞는 말일 겁니다. 나는 그만큼 누군가를 사랑해 본 적도, 그만큼 미워해본 적도 없었습니다. 대신 상황을 이해하려 애썼고, 상대의 사정을 먼저 떠올렸고, 내가 조금만 참으면 될 일이라고 스스로를 설득해 왔을 뿐입니다.
거짓말입니다.
내가 그런 메타인지까지 갖춘 사람일 리가요. 실은 불이익을 피하고 싶어서 규칙을 지켰고, 상대가 무서워 말을 아꼈으며, 보복이 두려워 선을 넘지 않으려 애썼습니다. 뭐 어찌 되었든, 적어도 크게 미움받지 않을 만큼은 행동해 왔다고 믿고 싶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짜증은 늘 한 박자 늦게 도착했습니다. 그때는 괜찮다고 넘겼던 일들이 며칠이 지나고, 밤이 깊어지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순간에야 불쑥 고개를 들었죠. 억울했고 짜증 났던 순간들은 뒤늦게 활활 타올랐습니다. 이미 지나간 장면들을 다시 붙잡아 괜히 멱살을 잡고 털어내는 일이 그다지 생산적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만, 하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정리되지 못한 감정들이 불현듯 찾아와 또다시 머리를 썩힐 게 뻔했습니다.
말하자면, 이 글들은 해결을 위한 기록이 아닙니다. 누군가에게 손을 내밀기 위한 글도, 나 자신을 변호하려는 시도도 아닙니다. 그저 참았다는 이유로 없던 일이 되어버린 감정들을 다시 한번 불러 적어두는 일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이 글은 깔끔하지도, 품위 있지도 않습니다.
그래도 굳이 봐주십사, 하고 던지는 말이 있다면, 이 글은 조금은 품위 있는 배설물에 가깝습니다.
짜증이 생긴 이유보다, 짜증을 무력하게 방관해 온 나의 태도를 한 번쯤은 정면으로 마주해보고 싶어서입니다.
그럼, 정신 건강한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