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유난히 예민해집니다. 혼자일 때는 괜찮습니다. 그러나 1평 남짓한 공간에 응축된 낯선 입김은 언제나 불편합니다. 그 공기는 단 몇 초 만에 나를 신경질적인 인간으로 만듭니다. 물론, 겉으로 드러낸 적은 없지만요.
이를테면 이런 경우입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는 통화가 잘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여보세요? 나 엘리베이터 안이야! 엘리베이터 안이라고!!
라며 목청을 높이는 아주머니. 그리고 들고 있던 스마트폰 모서리로 층 수를 ‘쾅!’ 하고 누른 뒤, ‘닫힘’ 버튼을 ‘쿵, 쿵’ 두드리며 재촉하는 아저씨. 그 좁은 철제 상자 안에서 울려 퍼지는 날 선 메아리는 지금까지도 내 기억 어딘가에서 핏대를 세운 채 남아 있습니다.
그런 경험이 누적되어서일까요. 나는 웬만하면 엘리베이터를 피합니다. 시간이 조금 더 걸리더라도 에스컬레이터를 타거나, 3~4층 정도는 계단을 이용합니다. 그러나 내가 사는 오피스텔에서는 그럴 수가 없습니다. 층간 간격이 유난히 높아, 8층까지 계단으로 오르려면 체력이 꽤 필요합니다. 대신 층간 소음이 덜하다는 장점도 있지요.
물론 엘리베이터가 네 대나 있어서 기다림의 불편이 크지 않고, 버튼을 누르면 가까운 층의 엘리베이터가 도착하는 ‘랜덤 시스템’입니다. 문제는 이 시스템이 가끔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세 대는 꼼짝도 하지 않고, 한 대만이 미친 듯이 위아래를 반복할 때가 있습니다.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내가 지하 1층에서 8층을 눌렀을 때, 함께 탄 한 아저씨는 6층을 눌렀습니다. 곧 1층에서 세 사람이 타서 각각 3, 5, 7층을 눌렀고, 2층에서는 한 여자가 타서 4층을 눌렀습니다. 결국 전 층에 정차한 엘리베이터 덕분에, 주차장에서 집에 오르는 데만 10분 가까이 걸렸습니다. 이럴 거면, 굳이 랜덤일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요.
이 정도까지는 우연이라고 치겠습니다. 그러나 이번 경험은 분명, 오래도록 짜증으로 남을 것입니다.
엄마의 생신 날, 우리 가족은 파주의 한 파스타집에 갔습니다. 연휴가 겹쳐 평일인데도 거리는 붐볐고, 겨우 주차에 성공한 뒤 엘리베이터를 탔지요. 그런데 3층 버튼을 누르려는 순간, 멀리서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잠시만요!
나 혼자였다면 분명 못된 심술이 발동해 ‘닫힘’을 눌러 감칠맛 나게 남자를 따돌렸겠지요. 그러나 부모님이 지켜보고 계셨습니다. 나는 예의를 선택했고, 곧 그 대가를 치렀습니다. 남자는 올라타며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더니, 곧장 나를 자연스럽게 뒤로 밀치며 ‘열림’ 버튼을 눌렀습니다.
또각, 또각.
잠시 후, 외투를 어깨에 걸친 ‘검은 힐’의 여자가 팔짱을 낀 채 올라탔습니다. 얼굴에는 미안한 기색이 전혀 없었습니다. 문이 닫히고 함께 3층으로 오르는 몇 초 동안, 나는 묘한 불길함을 느꼈습니다.
띵!
문이 열리자, 남자는 종종걸음으로, 여자는 ‘또각 또각’ 그 뒤를 따라 나갔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곧바로 파스타집의 문을 열었습니다. 우리 가족도 뒤따라 들어갔습니다. 점원은 우리 가족에게 청천벽력 같은 말을 했습니다.
-죄송하지만, 방금 자리가 다 찼습니다. 웨이팅 명단에 성함을 적어주세요.
나는 초점 없는 눈으로 북적거리는 가게 안을 둘러보다가, 그 커플을 발견했습니다. 4인용 테이블 한 의자에 여자의 외투가 가지런히 걸쳐져 있었습니다. 그 순간, 나는 생각에 빠졌습니다.
'조금 서둘러서 올 걸'
이라는 후회가 아닌,
‘조금 전에 닫힘을 눌렀다면?’
‘왜 엘리베이터 안에서는 늘 먼저 탄 사람이 안쪽으로 밀려 들어가 늦게 내리고, 나중에 탄 사람이 문 앞을 차지한 채 먼저 내리는 걸까?’
‘왜 이 작은 공간의 질서조차 이렇게 불합리할까?’
우리 가족은 40분 동안을 작은 대기 의자에 쪼그려 앉아 기다려야만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