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 사진을 비하하는 이들에게

by 서향록



그래요. 당신 말이 맞습니다. 디지털 카메라로 아무 사진이나 찍은 뒤, 포토샵으로 정성껏 보정하면 필름 같은 색이 나온다는 말. 저 역시 부정할 수 없습니다. 같은 피사체의 필름 사진과 ‘보정당한’ 사진을 나란히 두고 보았을 때, 솔직히 저도 잘 구분하지 못하겠거든요.

그런데 말입니다. 당신은 내가 하는 행위가 의미 없다는 말만은 하지 말았어야 합니다.


필름을 사서 넣고, 쭈욱 잡아당겨 홈에 맞춘 후 카메라를 닫는다.

파인더에 눈을 들이밀고 초점을 맞춘다.

셔터를 살짝 눌러 노출계를 확인한 뒤 셔터 다이얼을 돌린다.

엄지손가락이 와인딩 레버에 걸리는 감각을 느끼며 당긴 다음,파인더를 다시 들여다본다. 그리고 아름다움은 포착한 후,


‘찰칵!’


이 일련의 움직임, 이 육체의 기억이 정말 의미 없는 행위입니까?


붉은 불빛의 암실에서 몇 번이고 액체에 담갔다 빼며 이미지가 서서히 떠오르는 걸 기다리는 시간, 다찌와 버닝을 하며 눈과 손으로 노출을 조절하던 그 재미를 ‘마우스 몇 번 딸깍하면 끝나는 일인데 시대에 왜 그런 고생을 하느냐‘고 말한 부분 부디 취소하시기 바랍니다.

그래요. 화학 약품 때문에 환경 오염이 걱정되어서 한 말이라면 그나마 참고하죠. 당장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담은 플라스틱 컵에 빨대를 물고 있는 당신이 그 정도의 환경 의식을 말한다면 말입니다.


손 글씨를 쓰는 사람도 어서 얕보시길 바랍니다. 연필을 손수 칼로 깎고, 종이의 질감을 느끼며 위에서부터 차근차근 써 내려간 연애 편지를 말입니다.

쓴 사람의 것인지, 읽은 사람의 것인지 모를 편지 속 눈물 자국까지 포토샵으로 찍어낼 수 있다고 어서 말해 보세요.

내 뺨에 닿는 은색의 질감, 레버를 당길 때 ‘쓰윽’ 하고 넘어가는 필름 소리, 기종마다 다른 ‘찰칵’ 셔터 소리.

그 모든 감각을 끝내 즐기지 못하는, 그저 시간 낭비라고만 생각하는 불쌍한 당신과 내가 무슨 말을 더 나눌 수 있겠습니까.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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