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토니오 살리에리 중심으로: 욕망에 대한 고찰
우리가 자신 안에 지니고 있는 결핍을 채운다는 것은, 그러니까 욕망하는 주체의 정수이자 틀림없이 생물학적 발생론의 정수일 것이다. 왜냐하면 인간은 제일 먼저 수많은 연구자들이 밝혀낸 바 핵심적인 불완전성으로 인해 고통받기 때문이다.
모든 인간은 태어나면서 결핍을 경험하게 된다. 빈부의 격차나 성별, 인종에 상관없이 인간이 가지는 숙명이다. 그렇기에 인간은 완전해지려는 욕망을 가지게 된다. 욕망에 대해 말한다는 것, 그것은 타자에 대해 말한다는 것이다. 타자를 통해 자기를 말한다는 것은 사회화 가정과 문화적 관계의 수립, 그리고 서로 공유하도록 운명 지어진 재현화 과정의 시작을 예고할 수밖에 없다.
소크라테스는 “모든 욕망하는 사람들처럼 이 사나이 또한 지금 현재의 것이 아닌 것, 우리에게 결핍된 것, 그것이 바로 욕망과 사랑의 대상인 것이다”라고 그의 담론에서 적고 있다. 필자는 인간과 욕망은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으며, 희곡 속 인물도 환영적 리얼리즘을 구현하는 측면에서 인간에 대한 서사이기에 욕망을 가진 인물이 서사에 영향을 준다고 본다.
필자는 결핍으로 생성된 욕망이 인물 형성에 영향을 준다는 판단에 영국의 극작가 피터 셰퍼의 『아마데우스』의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안토니오 살리에리’(이후 살리에리로 줄임)를 통해 결핍이 인물에게 만들어준 욕망과 그 욕망이 어떻게 인물을 창조하며 서사를 끌고 가는지를 살펴보려 한다.
욕망이 타자에 의해 말해진다는 측면에서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이후 모차르트로 줄임)를 만나기 전과 후의 살리에리의 결핍과 욕망의 지점들이 변화하는 것들을 연구하였으며, 프로타고니스트(Protagonist)와 안타고니스트(Antagonist)의 역할이 극의 서사 진행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설명할 것이다. 『아마데우스』에서 안타고니스트의 역할을 하는 살리에리를 매력적으로 만들어줌으로 갈등을 키워주고, 서사에 힘을 실어주기에 강력한 안타고니스트를 창조하는 힘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필자는 본 연구에서 욕망에 대한 고찰을 통해 인간에게 욕망이란 어떤 것이며, 욕망이 인물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알아본 후 『아마데우스』의 저자 피터 셰퍼의 세계관과 『아마데우스』에 담긴 주제를 살펴볼 것이다. 또한 인물의 결핍으로 인해 창조된 욕망이 주제를 향하여 어떻게 나아가는지 살펴보려 한다.
그리고 욕망을 통한 역할 창조-안토니오 살리에리를 중심으로-에 대해 희곡 속 인물의 대사를 분석하고, 인물이 가진 욕망이 어떤 역할을 창조해 내는지 연구하려 한다. 작품에 중심이 될 아마데우스의 단행본은 범우에서 신정옥 역의 1993년 출판된 『아마데우스』를 대상으로 한다.
# 욕망에 대한 고찰
욕망이란 “부족함을 느껴 무엇을 가지거나 누리고자 탐함, 또는 그런 마음”(국립 국어원)이라는 사전적 의미가 있다. 인간은 누구나 욕망을 갖게 되고 결핍하는 무언가를 채우기 위해 노력한다. 욕망은 삶의 원동력으로 인간을 이해하는 근원이 된다. 우리와 다르게 동물은 욕구만 갖고 있을 뿐 욕망은 없다. 만약 이성적인 행동이 어려운 동물들이 욕구를 넘어서 욕망을 갖게 된다면 생태계는 금방 파괴되고 말 것이다. 이렇듯 동물들과는 다른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 바로 욕망이다.
17세기의 저명한 철학자인 스피노자는 인간의 본질은 욕망이라 말했다. 이는 곧 욕망을 가짐으로써 인간일 수 있으며 욕망이 제거되면 인간 또한 제거된다는 것이다. “욕망 없이는 인간이 존재할 수도 파악될 수도 없으며 그 반대로 인간이 아니고서는 욕망을 가질 수 없음을 뜻한다” 욕망은 성취하는 순간 또다시 멀어지며 완벽히 충족시키지 못한 채 다시 성취하려 노력해야 하며 점차 상승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욕망의 본성이며 욕망의 완벽한 충족은 미래에서만 존재한다는 것을 알려준다. 그래서 정신분석의 창시자인 프로이트(Sigmund Freud, 1856-1939)는 그의 저서 『쾌락원리 너머(Jenseits des Lustprinzips)』에서 욕망을 충족시킬 수 있는 유일한 대상은 바로 ‘죽음(Death)’이라고 했다. 죽음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반복되는 것이 욕망의 성질이기 때문에 죽음이 오기 전까지 인간은 욕망을 쫓으면서 또 다른 욕망을 쫒으며 살아가는 것이다.
하지만 넘치면 죽음에 이를 수 있는 것이 ‘욕망’의 또 다른 성질이기도 하다. 이렇듯 죽음에 이르기 전까지 욕망을 놓지 못하는 것을 본다면 욕망은 삶에 대한 본능이며 우리의 삶 자체가 욕망이라고 볼 수도 있다. 욕망은 근본적으로 하나의 기표에서 그다음 기표로의 변증법적 운동에 붙잡혀있으며, 고착과는 정반대 되는 것이다. 그것은 만족을 찾지 않으며, 오히려 그것 자체의 지속이거나 진전이다.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다. “한편으로는 욕망은 결코 완벽하게 충족되지 못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로 인한 결핍으로 인간은 괴로워하고 또 다른 욕망을 만들어 내며 순간의 만족과 권태, 그리고 새로운 욕망생성의 반복된 굴레 속에서 절망적인 인생을 살아가야 한다는 부정적인 것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희곡에서도 인물이 갖는 욕망은 중요하게 작용된다. 인물의 욕망은 행동의 이유가 되고 나아가 희곡 안에서 존재의 이유가 된다. 인물이 갖는 욕망은 극 안에서 갈등을 유발하게 되고 이는 사건이 전개됨에 있어 큰 힘이 되며 관객의 흥미를 고조시키는 역할을 한다.
희곡 안의 인물들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욕망을 갖고 살아가며 움직인다. 희곡에서의 인물들이 갖는 욕망은 인물들의 행동이나 대사, 지시문 같은 정보에 의해 드러나고 이는 인물이 장면과 극에 등장하는 이유가 된다. 작가들이 인물의 욕망을 행동이나 대사에 담는 것은 정신분석학에서는 환자가 무의식 중에 내뱉게 되는 말을 분석하여 숨은 욕망을 알아내는 것과 같은 개념이다.
무의식적인 욕망은 평소에 의도적으로 드러내지 않아도 특정한 꿈을 반복적으로 꾼다든지 자신도 모르게 엉뚱한 소리를 한다거나 생각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무심코 내뱉을 때 나타난다. 이는 잠재되어 있는 욕망이 무의식 중으로 나오게 된 행동들로 이러한 행동들이 솔직한 생각과 모습일 경우가 많다. 이렇듯 우리는 살아가며 무의식적인 욕망과 의식적인 욕망이 공존한 채 살아가고 있으며 이는 우리의 삶을 반영한 희곡 속의 인물들도 마찬가지다.
[단어 설명]
-환영적 리얼리즘 : 내러티브를 짜는 방식, 스토리를 가능한 사실적으로 보여주는 방식. 가능한 한 사실이라고 느끼고, 진짜라고 느끼며 볼 수 있는 것들이며, 사회적 리얼리즘과 환영적 리얼리즘은 다른 개념이다.
-프로타고니스트(Protagonist) : 고대 그리스극의 주연배우. 현재는 극적 작품의 중심인물을 의미.
-안타고니스트(Antagonist) : 연극 작품에서 주인공에 대립하는 등장인물. 적대자, 대립자.
[참고도서]
Malec Chebel, 『욕망에 대하여』 서민원 역, 東文選, 2001.
권영희, 「욕망의 긍정성에 관한 고찰: 스피노자의 코나투스 개념을 중심으로」,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2008.
Bruce Fink, 『라캉의 주체』, 이성민 역, 도서출판 b, 2010.
한진정, 「인간 욕망을 주제로 한 문어 이미지의 염색표현 연구 : 작품 제작을 중심으로」, 동아대학교 대학원,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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