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을 필사하며 마음과 생각에 물 주는 습관
미술학원에 처음 간 날이 기억난다. 미대를 가고 싶어서 고1 여름에 학원에 갔고, 선 긋기를 시작해서 모사를 시작했다. 눈에 보이는 삼각형, 원기둥, 원 등 모형석고를 지나 다양한 물건들을 그리기 시작했다. 똑같이 그리기가 목표이며, 그 안에서 사물의 모양과 본질을 관찰하는 능력이 키웠다. 사과를 그릴 때도 어떻게 그리고, 채색을 하면 예쁜 사과가 될 수 있을지 고민하고 그림을 그렸고, 나중에는 보지 않아도 사과를 그릴 수 있게 되었다.
글을 쓸 때는 필사도 다른 사람의 좋은 문장과 글을 분석하면서 글을 쓴 사람의 의도를 파악하게 된다. 글이 잘 안 써질 때면 필사를 했던 것 같다. 눈으로 읽는 글보다 손으로 읽는 글이 더 기억에 남는다. 아마도 쓰는 과정이 쉽지도 않고 하나하나 힘을 주어 마음속에 머릿속에 넣기 때문인 것 같다.
디지털의 발달로 아이패드에 노트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아이펜슬로 아이패드에 노트도 하고, 공부도 하고 아주 잘 사용한다. 그러나 나 같은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중간 세대를 살았던 사람들은 손 글씨가 좋은 경우가 많을 것이다. 손 맛이라고 할까? 손으로 쓰는 글에서 느껴지는 글의 흐름이나 느낌이 있다.
물론 컴퓨터와 한글이라는 프로그램이 없었다면 절대 글쓰기를 하려고 하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보다 더 전 세대 작가들은 원고지에 한 땀 한 땀 정말 장인 정신으로 글을 쓰던 시절이 있었다. 그 시절에 작가를 꿈꾸었다면 게으르고, 귀차니즘이 강한 나 같은 사람은 견디지 못하고 다른 꿈을 꾸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가끔은 원고지에 글쓰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여전히 하지는 않으면서.
작년에 한참 동안 필사 책을 사서 필사노트를 적었다. 글쓰기가 힘들어서 시작했던 필사인데 이것도 쉽지가 않았다. 그래도 필사를 하고 나면 세상에 글 잘 쓰는 사람은 정말 많다는 생각을 하며 부러워졌다. 그리고 자신만의 생각과 시각을 가진 사람들을 보면은 닮고 싶어진다.
모든 예술은 완전히 새로운 것은 없다. 이미 있는 것들을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서 새로운 것이 탄생하는 것이다. 세상에 새로운 이야기는 없다는 말에 동의한다. 그렇지만 새로운 조합을 어떻게 찾아내느냐는 작가의 몫이다. 거기에 작가 자신의 생각 한 스푼을 추가한다면 절대 세상에서 똑같은 이야기는 나올 수 없고 생각한다.
또한 필사는 지친 마음을 위로해 주고, 하지 않았던 생각을 하게 하는 느린 독서이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 느린 독서라니. 숏츠와 짧은 글만 읽는 시대에 필사는 생각의 틈을 주는 행위로 새로운 새로운 생각을 해 볼 수 있는 틈을 주는 습관이다. 그동안 잊고 있던 필사를 다시 시작하며 느린 독서를 시작해 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