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었어요?

Chatgpt로 만드는 6컷 만화

by 사월
Chatgpt로 만든 6컷 만화


남편과 난 점심 메이트이다.

난 집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회사에 다니고 남편은 3시쯤 출근하는 사람이어서 우린 신혼 때부터 자연스럽게 점심을 같이하는 사이가 됐다.


사실 점심 메이트가 된 지는 몇 년 안 됐다. 그전까지 난 점심 메이트가 아닌, 남편 점심을 챙겨 주는 사람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우습지만) 그때까지 난, 내가 점심을 차려 주지 않으면 남편이 점심을 굶을 것 같았다.


밥통에 밥이 있고 냉장고에 반찬이 있는데도 남편은 잘 챙겨 먹지 않기도 했지만, 나 또한 밥에 집착하는 사람이었다. 내가 직접 준비한 밥을 먹여야 가족 구성원으로서 뭔가 할 일을 다 했다는 기분이 드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냥 맘을 놓아야 하는데 그게 잘되지 않았다.


그런 집착 때문에, 회사 동료들과 점심 약속이 있을 때면 아침 일찍 남편 점심을 준비해 두고 출근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참 바쁜 아침을 보냈다. ㅜㅜ 그러다 남편이 늦잠을 자서 내가 챙겨 놓은 점심조차 먹지 못할 때면 화가 나기도 했다.


난 왜 화가 나지? 내 수고로움이 물거품이 돼서? 점심을 거르고 일을 하는 남편이 걱정돼서? 이 질문에 답을 찾아가기 시작하면서 난 남편의 점심 메이트가 되었다.(이 질문을 결혼 15년이 지나서야 했다. ㅜㅜ)


질문이 시작되면서 남편에게 점심의 자유를 주기로 했다. 내가 차려주는 밥이 아닌 스스로 챙겨 먹는 자유로움 말이다. 새로운 맛을 찾는 자유로움도 덤으로 제공했다. 남편은 은근히 자유를 즐기는 듯했다.


작년부터 내가 일주일에 2번씩 점심때 필라테스를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남편이 주체적으로 점심을 준비할 기회가 많아졌다. 요즘은 운동이 있거나 점심 약속이 있는 날이면 그냥 출근한다. 그럼 남편은 집에 있는 반찬에 밥을 차려 먹거나 새로운 음식을 시도해 보거나 밖에 나가 새로운 맛집을 찾는다.


아이들 방학 때는 남편이 아이들을 위해 점심 준비한다. 남자 셋이서 사이좋게(?) 점심을 먹는 모습을 상상하면 피식 웃음이 난다. 내가 손을 놓아도 가정은 잘 돌아간다.


오늘 필라테스 끝나고 점심 메이트에게 문자를 보냈다.

밥 먹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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